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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 Aug 12. 2024

너 진짜 아픈 거 맞아?

나도 진짜 아픈지 모르겠다_기분 장애(우울증, 조울증)


정신질환을 앓을 때 가장 답답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다. 분명 상처가 났고 몸에 문제가 있어 아픈데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그게 보이지 않는다. 기분 장애인 조울증을 앓는 나는 평소와 다르게 감정 조절이 어려울 때(특히 슬픔과 우울을 다룰 때) 어렴풋이 '아 지금 좀 아픈 것 같은데...'하고 추측한다. 직관적으로 보이는 병이 아니라서 내가 겪는 기분과 그 정도가 장애인지, 정상인지 분별이 안 된다. 


나조차도 내 상태를 모르겠는데 타인은 오죽할까. 어느 날은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다 이런 말을 들었다. "너 진짜 아픈 거 맞아? 진짜 아파서 힘들다고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 그 말에 1차적으로는 감정이 먼저 요동쳤다. 그 후 2차적으로 의문이 생겼다. '진짜 아파서 그런걸까? 아니면 조울증을 핑계로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있는 걸까?' 이러한 의문은 결과적으로 병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아프다, 아프지 않다라는 느낌은 내 자신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모른다. 누가 나 대신 아파줄 수도, 내가 누굴 대신해서 아파줄 수도 없듯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통을 홀로 느끼고 감내해야 한다. 그러니 내가 아프다고 느끼면 아픈 것이고, 아프지 않다고 느끼면 아프지 않은 게 맞다. 대신 나를 속이는 가짜 느낌이 아닌 진짜 느낌이라면 말이다. 헌데 남편과 말다툼을 하며 내 아픔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던 나는 그 느낌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나도 진짜 아픈지 모르겠다.'고. 


스스로도 아픔을 인정하지 않아서 우울 증상은 심각해졌다. 죽고 싶단 생각을 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느끼면서 그 이유를 내가 못나서 그런 거라고, 나약해서, 부족해서, 게을러서 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우울증, 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에겐 독약같은 생각이다. 뇌의 문제로 우울, 슬픔과 같은 감정을 고통스럽게 느끼는 것인데 그 원인을 자신의 의지의 문제로 돌리면서 더 우울의 나락으로 가는 악순환 그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앓을 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건 상처를 인정하는 자세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환자 본인과 가족, 지인 모두 정신질환도 질환임을 인식해야 한다. 환자는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혹 주변에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고, 괜찮은 것 같다고' 쉽사리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본인이 환자라면 그런 말을 듣던, 듣지 않던 아픔을 의심하지 말고 자책하지도 않기를 바란다. 모두가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 노력을 통해 나아지리라 믿는다.



- FINE -

너의 슬픔은 나의 슬픔

슬퍼하지마, 내가 있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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