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들거리고 톡톡 튀고동글 거리는여름의 맛들
더위가 한창이었던 7월 중하순.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려 밀린 일기처럼 되어버렸다. 날이 너무 더워 불 앞에 서는 것도 귀찮은 나날들이었으나, 방공호처럼 창문을 꽉 닫아놓고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을 꽉꽉 채운 뒤 건강하고 알찬 음식들을 마음껏 먹으니, 보양이 뭐 별 것이겠나 싶다. 사람은 그 사람이 먹는 것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던가, 꼼꼼히 씹어 먹는 이 건강한 음식들이 바로 나를 이룬다.
7월 3주 꾸러미 구성
유정란, 요구르트, 옥수수, 양배추, 흰찰보리쌀, 오이김치, 애호박. 오랜만에 보는 옥수수나 오이김치, 호박 같은 것들이 참 여름 내음 나는 재료들이다.
옥수수캔이 아닌 생 옥수수로 콘치즈를 만들어보는 것은 처음. 콘 옥수수 같은 달달함과 부드러움은 없지만, 생옥수수 특유의 탄력이 있어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미있다. 콘 옥수수 옆에 있는 것은 오꼬노미야끼. 음 멋진 비주얼로 만들고 싶었는데, 얇게 마요네즈 뿌리는 것이 귀찮아서 어떻게든 해보려다가 좀 잘 안됐다... 그런데 너무 맛있다! 생각보다 밀가루를 많이 안 넣어도 부드럽게 익는다. 새우와 베이컨도 듬뿍듬뿍. 이날은 맥주 안주 스페셜로 만들어서 올림픽 보면서 먹었다!
식탁에 시원한 오이가 가득! 꾸러미에서 온 오이김치도 시원하고, 엄마가 만들어준 오이지도 시원시원. 입맛 없을 땐 이렇게 상쾌한 오이 반찬들이 좋다. 보리밥의 동글동글 굴러다니는 가벼운 식감도 부담스럽지 않다.
옥수수는 아무리 그래도 하나쯤은 그냥 찐 옥수수로 먹어줘야 아쉽지 않지. 산뜻한 닭가슴살 샐러드와 함께 가벼운 자연식 식사.
애호박은 남아 있고 좀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어 찾은 레시피, 수미네반찬 애호박 국수. 애호박을 약간 매콤하게 볶아서 삶은 국수에 비벼먹는 음식인데... 진짜 별거 아닌데 진짜 맛있다!! 별다른 재료가 없는데도 들기름의 고소함과 애호박의 달콤함, 감칠맛과 부드러움이 너무 좋다. 살짝 매콤하게 고춧가루를 솔솔 넣은 것도 한몫했고.
수제 요구르트에 복숭아와 하루 견과. 간단하고 영양 가득한 맛있는 아침식사.
애호박이 있다면 역시 한 번쯤 애호박전이지. 그치만 애호박전만 있으면 서운하니까, 옥수수와 참치를 같이 부친 옥수수참치전을 함께 만들어 다시 맥주 안주로 먹는다. 참치의 고소함과 옥수수의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밌다. (다만 잘 뭉쳐지지 않아서 모양이 잘 안 나왔다 힝...) 여름이라, 올림픽이라, 맥주가 너무 맛있는 시즌..!
양배추가 있으면 항상 캐비지롤을 먹고 싶어 진다. 저탄수 고단백의 전형적인 음식이면서도 감칠맛이 멋진 요리. 인플루언서들처럼 그림같이 예쁜 모양새는 아니어도 정겨운 나의 집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