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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은 Sep 08. 2021

무엇이 내 삶의 이유인가.

‘양부모’라고 불러야 하는 사람


창문 넘어 구름이 보인다.

‘양부모’라고 불러야 하는 사람을 만나러 태평양을 건너가는 길이다.    

 

몇 해 전,

국밥집이었다. 새엄마와 동생 없이 아빠와 단둘만의 식사 시간은 여전히 기억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신이 나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빠! 내가 노래 불러줄게. 당신은 모르실 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세월이 흘러가면은 그때서 뉘우칠 거야~”


나와 달리, 아빠는 밥은 드시지 않고 소주만 연거푸 마시셨다.  왜 식사를 안 하셨는지 그때는 몰랐다.

엄마 없이 밥 먹는 이 시간이 그저 좋았다.     

그게 마지막이다.


나는 보육원에서 자랐고, 운이 좋아 미국 입양자로 선..되었다.

입양은 가지 않겠다며 보육원에서 지내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나다. 아빠가 돌아올 거라 믿었다.

     

시간이 지나도 아빠는 오지 않았다.

오지 않을 거라는 걸 느꼈다.

더 이상 한국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지금 미국행 비행기 안이다.     


영화 <여행자>의 한 장면이다.     



기다리고 있으면 데리러 온다는 아빠의 말을 믿고 있던 아이다.

그런 아이가 아빠가 오지 못하는 미국으로 떠난다.

아빠가 오지 않을 거라는 걸 받아들인 것이다.

버려졌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그 아이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해보았다.

그러자 눈물이 났다.


70년대, 한국인 아이들이 외국으로 입양되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그 아이들은 스스로 부모가 없다고 혹은 버려졌다고 인식한다. 그 생각은 아이들의 영혼을 앗아가 버린다.

영혼을 빼앗긴 아이의 모습에서 삶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무엇이 내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가.

무엇이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가.

무엇이 내 삶의 이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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