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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은 Sep 14. 2021

내가 캠핑을 떠나는 이유

누굴 위한 캠핑인가?

캠핑가족 = 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단어



주말이면 떠나는 캠핑이지만 좋아서 떠나는 경우는 드물다.

좋아하지도 않은 데 자주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편의 취미이기도 하며,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금요일에 떠난다.


목요일에는 미리 빨래를 해두고, 생수병도 냉동실에 넣어둔다.

장도 미리 봐 둔다.


떠나는 날,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짐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지하주차장을 몇 번이나 왕복해야 짐 싣기가 끝난다.


떠나기도 전에 지친다.


해야 할 일도 많고 마음의 여유도 없는 데 떠나고 있다.


'누굴 위한 캠핑인가?'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자연과 하나가 된다.

나뭇가지, 돌멩이 등을 챙겨 놀기 시작한다. 모래만 있어도 하루 종일 노는 아이들이다.

그 사이 우리는 트렁크에 있는 짐을 정리한다.

더운 데 힘들고 배고프기까지 하니 짜증이 난다.

"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눈치 보는 남편은 서둘러 정리를 끝내고 고기를 굽는 다.

고기 냄새가 나면 마음이 스르르 풀리 시작한다.

정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고기를 먹으며 네 식구가 도란도란 이야기한다.


행복함이 찾아온다.


'이 맛에 캠핑 오지'


다음 날,

의자에 앉아 멀리 하늘을 본다.

그동안 피곤했던 눈에게 휴식시간을 준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함께 노는 법을 알려준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이 맛에 캠핑 오지'


자연 속에서 가만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바쁘고 빠르게 돌아갔던 삶이 아주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

구름이 움직이는 것. 새가 날아가는 모습.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모두가 자연이 주는 풍경화다.


'좋다. 다음 주에도 떠나야겠다.'


다음 주도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또 짐을 싸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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