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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Apr 12. 2024

후쿠오카 가성비 온천호텔에서 평일 보내기

하카타, 캐널시티, 오니츠카타이거

새벽에 일어나 인천공항을 가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다. 다들 부지런하구나. 요즘 올빼미가 되어 3시쯤 겨우 잠드는 루틴 때문에 2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나왔다. 전날 괜히 해 먹어 후회한 떡볶이의 여파로 위장도 불편하고 눈도 뻐근하고 영 컨디션이 엉망이다. 제주항공을 타고 출발하는데 기장이 한 시간 10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것 같다고 한다. 1시간 30분이라더니 더 빨리 도착한단 말이야? 진짜 후쿠오카 가는 게 제주도 가는 거랑 비슷하네. 예전에 창원에 있는 지사에 발령받았을 때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올라오면, 창원에 있는 관사에서 집까지 딱 5시간 반이 걸렸었다. 집에서 공항 까지 한시간, 공항 2시간 정도 전에 도착하고 비행해서 도착하면 후쿠오카 가는 시간이 더 짧은 것 같다. 창원은 진짜 멀었어…(srt도 한 번에 안감)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하는데 줄이 너무 길고 오래 걸린다. 이렇게 오래 줄 서기는 처음이다. 수도가 아니고 작은 공항이어서 자원이 부족한 걸까. 잠도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서있을 기운이 없고 짜증이 난다. 앞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와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3살, 4살 정도의 아이를 데리고 내 앞에 줄 서 있는데 목소리만 엄격하게 하고 행동으로 전혀 애들을 통제하지 않는다. 한 명씩 손을 딱 잡고 전담 마크하면 될 것 같은데 그냥 풀어놓고 줄 서는데 애들이 막 돌아다니고 줄을 가지고 장난쳐서 계속 이동을 하는 줄 내에 서있는 뒷사람은 불편하다.


후쿠오카 공항은 희한하게 지하철이 국내선에 연결되어 있고 국제선에는 없다. 그래서 국제선에서 내린 승객들이 셔틀버스를 타고 국내선 공항에 가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에 간다. 그래도 내가 가는 호텔이 하카타역에서 도보 10분 거리라 국제선에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 같은데 오니 안내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중년, 노년기 사람들이 관광객들이 어디 가는데 어디서 타냐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카타역을 가려하는데 여기서 타는 게 맞냐고 유니폼 위에 한국어, 하고 스티커를 붙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여기서 타라고, 이번 버스는 다른 데를 가니 꼭 다음걸 타라고 한 번 더 알려준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셔틀버스 타는 표지판도 없고 안내 문구도 없어서 길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고 버스가 하도 안 와서 여기가 맞나, 하고 초조한 시간을 보내던 게 생각나서 이런 중년, 노년 일자리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돈도 적고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자기 할아버지도 85세인데 하루에 7시간 일하고 있다고 했다. “ 노인들이 집에서 혼자 누워만 있지 않고 매일 루틴이 있어서 좋을 것 같아! 돈도 벌고 사회에 기여도 하고. 한국은 노인들이 취업하기가 어려워. “ 하고 말했더니 자기 할아버지도 너무 만족하고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우리할아버지는 거의 60살부터 일 안하고 맨날 집에서 티비 보던 모습만 생각나는데 너무 심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언가 생산성 있는 일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하카타역은 공항에서 정말 가까워서 한 20분 정도 걸렸다. 기차역 주위에 버스터미널, 백화점에 쇼핑몰이 있고 주변에 호텔도 많아 편리하다. 우리 호텔은 도미인 호텔 프리미엄 캐널 시티라는 곳인데 하루에 14-15만 원 하는 가성비 호텔로 천연온천이 무료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온천에서 씻는데 몸이 부들부들하다. 특이한 것은 온천이 소금기가 있다. 소금기 있는 온천이 처음이어서 궁금하던 차에 유니폼을 입은 호텔 직원이 들어와 수질 체크를 하고 있다. 물에 작은 실린더 같은 뭘 담가 놓았던 걸 꺼내서 확인한다. 그 여자 직원에게 다가가 여기 온천은 왜 좀 짜죠? 혹시 알고 계세요?라고 물으니, 당황하며 일본에선 보통 그래요, 하고 말한다. 다른 일본 온천 갔을 때 안 그랬어서 salty를 못 알아들었나 싶어서 짠맛이 난다고 표정을 지었더니 같은 대답을 했다. 방에 돌아와 검색해 보는데 잘 안 나와서 챗 지피티에게 물어보니 후쿠오카 온천들 중에 그런 곳이 많고 내가 자는 호텔은 염도가 높은 온천물이라고 알려준다. 아하! 빨개벗고 다가가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어서 그런지 다른 이용객 몇 명이 나를 쳐다본다. 일본 사람들은 참 깔끔하다. 일본 화장실마다 너무 깨끗하고, 목욕하고 간 자리도 깨끗하다. 몰랐는데 마지막엔 사용을 끝냈다는 의미로 의자에 다라도 엎어놓는다.


온천물은 노천온천탕도 있다. 노천탕에는 벽에 티비도 걸려있어서 신기하다. 일본어 자막이 달린 한국 사극이 나온다. 온천물은 엄청나게 뜨겁지 않고 뜨듯하다. 4월의 따뜻하고 시원한 밖의 공기가 들어오니 나른하고 좋다. 목욕하는 자리마다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 페이스워시, 페이스 클렌징 오일이 놓여있어 너무 좋다. 목욕을 끝내고 나와서 머리를 말리는데 드라이기도 좋다. scalp/moiture/volume으로 나뉘어 시원한 바람/뜨거운 바람을 쐴 수 있다. 무료로 쓰는 건데 질이 좋다. 목욕을 하고 나오면 저녁엔 여러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아침엔 요구르트를 무료로 제공해 준다. 만화책도 잔뜩 있다. 9시 반 이후엔 로비에 딸린 식당에서 무료로 간장 라멘을 해주는데 되게 맛있다. 라면 면발은 쫄깃하고 국물도 호불호 없게 입맛에 잘 맞는다! 간장 기반 라면은 일본 라멘집에서 일부러 사 먹지는 않아 처음인데 맛있다. 약간 짜긴 하지만.



호텔에서 5분 거리의 캐널시티는 관광객들이 분수쇼를 보러 일부러 찾아온다고 한다. 일부러 올 건 절대 아닌데 온 김에 음악이 나와서 보면 시원하고 흥겹다.


캐널시티에는 오니츠카타이거가 있다. 저녁 7시 반쯤 갔는데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사이즈가 금방 빠지는데 마음에 들었던 것 중 사이즈가 있는 것 하나를 사서 만족스럽다. 새하얀색을 안 좋아하는데 연한 아이보리색에 남색 줄이 들어간 운동화다. 발이 짝아보이고 얄상하다. 오니츠카가 예쁘다는 생각을 안 했고 도쿄에서도 구경만 하고 안 샀는데 스타일리시해 보이고 편하다. 한국보다 5-6만 원 싸게 사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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