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하고 밥을 먹는데 교수님이 대뜸, 육아휴직 중인 거야? 하고 물었다. 교수회관 식당을 교수님 따라 처음 가봤는데 되게 비싸다. 돈까스 정식이 2만 원. 저번에 내가 휴직 중이라고 했던 게 떠오르기도 하고 낮수업을 들으니까 물어보셨나 보다.
- (저번에 말씀드렸는데… 휴) 애가 없는데 어떻게 육아휴직을 써요.
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아, 난 그런 제도를 잘 모르니까, 하고 머쓱해하셨다.
- 그럼 돈은 나오는 거야?
- 아니요. 다니면서 하면 학비는 나오는데 그냥 회사 쉬고 싶어서요!
- 그럼 쓰는 돈은 어떡하고.
- 아, 저축해 놓은 돈 쓰지요. 그리고 집에서 다니니 교통비 정도만 들어요!
- 거 참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네.
나의 삶은 굉장히 N적인 인생 경로이다. 흘러가는대로 살고 현재 내가 하고 싶은 가치를 추구하며 실행에 옮기다보니 시행착오도 많고 1년 뒤의 내 삶이 훅훅 바뀌었다. 그래서 N적인 인생의 가치를 담은 문학을 공감하며 읽고 좋아하는 것같다.
직장인은 거의 안 듣는 평일 낮수업에는 일반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소규모라서 작은 강의실에서 교수님과 수업시간에 질문하고 같이 편하게 얘기 나눌 기회가 많아서 좋다. 박사 과정생들과 듣는 수업도 있는데 확실히 공부를 더 많이 해서인지 같은 논문을 읽어도 이해하고 생각하는 게 더 넓어서 옆에서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휴 오늘은 집에서 9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중간고사 과제를 작성해서 결국 제출까지 했다. 내일 놀려면 오늘 다 끝내고 싶은 마음에 집중해서 하다가 3시간씩 훅훅 지나가서 허리가 너무 아프다.
이번주에는 나보다 6-10살 어린 학우들과 교류하고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참 편하게 얘기하고 있다가 우연히 나이를 물어서 말하니 또래인 줄 알았다고 너무 충격적이라고 동공 확장된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리액션을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이런 리액션이 익숙해서 웃음이 나지만 “그런 리액션을 해줘서 고마워요.” 하고 말했다. 정장을 사러 가면 이제 취업을 하려고 면접 의상을 보러 온 학생으로 봐줄 때가 많았는데, 그건 뭐 옷 팔려고 기분 좋아서 하는 말로 생각이 들었는데 한참 어린 친구들이 또래로 생각했다고 말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교수님들도 내가 서른이 한참 넘었다고 하면 놀라신다.
친구들한테 말하면 그 친구들 사회생활 잘하네, 하고 비아냥거리고 동료들 중에서도 니가 진짜 어려 보이는 줄 알아? 하고 놀리던 사람도 떠오른다. 사람들이 어리게 보는 건 말하는 것과 목소리 때문 같기도 하고 정신연령이 낮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내 옆에 앉았던 9살 어린 학우가 말하는 게 더 성숙하고 전문직 여성 같다. 우리는 같이 이해 안 가는 남자 얘기를 하고 이상형을 얘기하고 꿈을 얘기했다.
과장님, 회사로 돌아오실 땐 석사학위 외에
연하 남친도 꼭 데려오셔야 해요!
축의금 좀 내게 해주십쇼.
요즘에 가끔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고 나이차이는 얼마까지 보냐는 질문을 받는데, 실제 나이보다는 신체나이가 어리고 정신연령이 높은 사람을 보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일부러 어린 사람을 찾는건 아니지만(요즘 친한 동료가 건강한 아기를 낳으려면 어린 남자를 만나라고 강력 권유한다) 어쩌다 나이를 모르고 다가온 사람 중에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 확실히 나이를 먹긴 했나 보다. 요즘엔 나이 가늠이 안되니 나보다 당연히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7살이 어리거나 한 경우가 있었다. 너무 안 믿겨서 ID를 보여달라 하니 진짜 7살이 어렸다. 아니, 혹시 이거 너 아들 아니지? 할 정도로. 흠 어쨌든 최근의 여러 만남들에서 느낀 건 확실히 나는 활기가 많은 사람이 좋다. 느릿느릿하고 울적하고 차갑고 에너지 없는 사람은 마음이 안 간다. 사랑과 연애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은데, 제2의 아니 에르노 같은 작가가 등장한다면 나라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