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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재식 Aug 20. 2018

글쓰기 의욕이 떨어질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글쓰기 안내서 10

글쓰기가 중도에 흐지부지되거나 의욕이 떨어지면 사용할 수 있는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해결책 ‘그래도 하여간 일단 써라’ 

너무 쓰기 싫고 이래서는 안 될 것 같고 무의미한 짓인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 계속 써나가다 보면 의욕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 보면 돌파구가 새롭게 열릴 때가 있다. 게다가 무슨 수를 내든 완성된 글의 모양새를 갖춰 끝을 맺어야 어디에 내보일 수 있고, 전체 글을 되새겨보기도 쉽다. 그러니 끝을 맺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쥐어짜서라도 붙어 앉아 쓰라는 것이다.


두 번째 해결책 ‘그러면 쓰지 말라’

글을 쓰다가 손을 쓸 수 없게 되거나 쓰기 싫어질 때는 잠시 묵혀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보면 새로운 면이 보이면서 해결책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억지로 쓰는 글의 품질이 좋을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 쉬면서 왜 그 글을 쓰는지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지 돌아본다. 산책을 한다든가 다른 일을 한다든가 여행을 하면서, 얼른 다시 그 글로 돌아가서 뭔가를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면 한결 상쾌한 마음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나는 두 가지 방책은 완벽하기는 하지만 실용성은 떨어진다고 결론 내렸다. 나는 여기에서 의심나는 점과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점을 되새겨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래도 일단 써라’ 방책을 중심으로 삼고, ‘그러면 쓰지 말라’ 방책은 마지막 수단으로 묻어두는 것이 훨씬 유용한 길이라고 나름의 답을 정리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왜냐하면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별별 핑계를 다 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힘들어지거나 글 쓰는 것이 귀찮아지기 시작하면 마음속에서는 글을 쓰지 않기 위한 이유가 끝도 없이 피어오른다.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글을 쓸 수 없다는, 단순하지만 말이 되는 이유부터, 이렇게 글을 못 쓸 것 같은 상황에서 억지로 글을 쓰면 졸작이 나와서 비웃음이나 살 것이고, 그러면 앞으로의 글쓰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구구하지만 그런대로 진지한 이유도 쉽사리 떠오른다.

나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글을 쓴다는 것이 다른 많은 일과 달리 자기 혼자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글의 종류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과 협력해서 쓰는 경우도 있고, 글쓰기 외에도 혼자 해야 하는 작업은 있다. 그래도 글쓰기만큼 혼자서 해내는 일은 드물다. 같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제작자, 감독, 각본가, 배우들이 어울려 내용을 꾸며나가지만, 소설로 쓴다면 대부분의 경우 혼자 앉아서 글을 쓰는 자기 손만 보며 내용을 채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 한 명만 글을 안 쓰면, 즉 내가 안 쓰면 그게 바로 글을 안 쓰는 것이 된다. 그렇게 글을 안 쓰는 길로 가는 것은 너무너무 쉽다.

그래서 나는 ‘그래도 일단 써라’라는 방책 하나만을 추천하고자 한다. ‘이 글은 당장 때려치워야 하고, 이런 글을 절대 쓰면 안 되며, 지금 글을 더 이상 쓰는 것은 범죄 행위다’라는 확신이 든 것이 아니라면 하여튼 글을 계속 써나가자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돌아보지만, 사실 일이 참 안 풀릴 때 도대체 어떻게 헤쳐 나왔는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글을 쓰지 않고 내던져놓으면 알아서 좋은 글이 저절로 나타날 리야 없으니 일단 꾸준히 글을 쓰자는 마음을 먹었던 것만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 가장 일거리가 없을 때, 이제 이렇게 잊히나 보다, 나도 작가가 되나 보다 하고 잠깐 들떴던 것으로 끝이구나, 하던 어느 날. 그래도 꾸준히 작업은 계속 해나가자고 결심했다. 한 달에 최소한 단편소설 한 편씩은 쓰자, 1년간은 그렇게 해보자고 마음먹었던 것도 그 무렵이다. 그 결심으로 대략 3년간은 매달 꼬박꼬박 단편소설 하나씩을 썼다.

그래도 여전히 그것이 완전한 해답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니 ‘여러분도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매월 말을 마감으로 정해 한 달에 단편소설 하나 분량의 글을 꾸역꾸역 마무리 지어보라’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전혀 아니다. 그게 마법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럴 리가 없다. 어려운 문제에 쉬운 답을 찾기는 힘들다. 지금의 나에게도 쉽지 않다. 컴퓨터로 몇 차례나 이 문단을 수정하면서 돌아보지만, 그저 이런저런 조심해야 할 것과 몇 가지 수단이 있으니 잘 참고해서 자기에게 맞게 최대한 같이 버텨보자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건필하십시오! 글을 쓰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한 인터뷰에서 “소설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사람의 삶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도록 옮기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보면, 글을 써나가게 만드는 힘도 그 비슷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집안일을 끝내놓고 깊은 밤 식탁에 혼자 앉아서 무엇인가를 적을 때, 바쁜 일상 중에 잠깐 틈을 내어 건물 휴게실에서 어제 떠올린 생각을 써나갈 때, 출장 가는 기차 안에서 먼 곳, 먼 시간의 일을 떠올려 글로 옮길 때, 그때마다 우리는 그런 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그런 글 속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도 있고, 아련하게 묻어두는 슬픔도 있고, 같이 누리고 싶은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마법 같은 것이 있다면, 우리가 저마다 그런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글을 읽고 글을 쓰는 모든 분이 건필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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