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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재식 Jun 11. 2018

첫눈에 반하는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글쓰기 안내서 1

오늘도 사람들은 첫 장면에서 흥미를 끌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뜸 “이 책에 적혀 있는 대로 하면 당신도 갑부가 될 수 있다. 거짓말이 아니다. 장난이 아니다. 진짜다. 못 믿겠는가? 내가 이렇게 부자다”라면서 시작하는 자기계발서나 경제서는 대단히 많이 나와 있다. 책 제목에 대놓고 “갑부 되는 법”이라고 하는 책만 이런 구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테레사 수녀님도 놀라는 기적의 주식 투자법”이나 “성공하는 사람의 걸음걸이에 담긴 비밀” 같은 제목을 가진 책도 사실 비슷한 구성인 경우가 많다.


이런 책들을 보면 앞부분 절반 정도를 할애해서 자기가 소개하는 부자 되는 법이 얼마나 놀라운지, 얼마나 획기적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인생이 마법처럼 바뀌었는지 소개하며 뜸을 들이곤 한다. ‘그래서 도대체 갑부가 되는 방법이 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데’라는 생각으로 조바심을 내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부자라고 다 행복한 것이 아니라거나 돈을 막상 많이 벌게 되면 이제 그 돈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당장은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또 펼쳐진다. 

그런 책만 골라 읽어서인지 모르겠으나, 다수의 책은 읽고 나면 실망스러운 것들이었다. 나는 마음속에 항상 새겨야 할 ‘부자가 되기 위한 열 가지 원칙’ 같은 게 있을 거라고 믿었다. 종이쪽지에 적어서 갖고 다니며 그대로 하려고 애쓰면 나중에, 그러니까 지금의 내 나이쯤 되면 대단한 갑부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세상에 있을 거라는 환상이 있었다.

그러나 그 환상에 걸맞은 책을 나는 찾지 못했다. 지금 나는 갑부가 되지 못했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계약금 값을 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쪼개어 개미처럼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지금 다시 그 책들을 보면 귀중한 말이 있었는데 내가 허투루 보고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돈을 벌기를 원한다면 작가가 되는 것은 잠깐 다시 생각해보라든가. 


환상을 충족해주지 않는데도 그런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다들 시작을 재밌게 썼기 때문이다.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솔깃한 말을 갖다 들이밀고, 뒤이어서 이 비법은 정말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운 것이라고 부풀려대니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게 되는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칼럼이나 SNS의 글도 눈길을 끌고 재미있는 시작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진다. 아무래도 흘깃 보고 마는 경우가 많은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더 눈에 뜨이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다.

이처럼 흥미로운 시작 장면에 매달리는 이유는 첫 부분에서 사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첫 부분에서 흥미를 끌어야 독자가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고, 독자가 관심을 갖게 해야 이야기를 더 펼쳐 보일 수 있다.


이야기 속 세상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 더 나올 사연을 궁금해하는 마음을 끌어내야 독자는 이야기 속의 사연을 더 생생하게 상상하고 묘사된 감정에 더 깊게 공감하게 된다. 그렇게 하면 독자는 이야기의 다른 재밋거리들을 살펴보게 되고 이야기 속에 담긴 다양한 문제를 더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심사위원은 조금 덜 지루하게 내 글을 끝까지 읽고, 신인작가의 책을 들춘 독자의 눈에 뜨여 책을 팔거나 조회 수를 높일 수도 있다.


T. S. 엘리어트의 <황무지>는 434행으로 되어 있다. 짧은 시가 아니니 이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사람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들 첫 행인 “4월은 잔인한 달”은 알고 있다. 나는 이것이 엘리어트가 첫 행에 많은 판돈을 건 결과라고 생각한다.


김소월 시인은 <진달래꽃 >에서 “아름 따다”라든가 “영변에 약산” 같은, 실제 진달래를 보고 싶다면 관심이 갈 만한 단어를 첫 줄에 배치하지 않았다. 대신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이라는 말로 출발하면서 “역겹다”는 가장 강한 단어를 맨 앞줄에 던진다.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는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로 담백하게 전체를 한 줄로 요약하는 정도지만 <절정>에서는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라는 말로 휘갈기듯이 시작한다. 서정주 시인의 시는 대뜸 “애비는 종이었다”로 출발해놓고 중반쯤에 다시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로 멋을 부리는 솜씨가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을 만하다.

그러니 역시, 무슨 글이건 흥미롭게 시작해서 우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재미있는 글을 쓰는 기술 중에 오랜 세월 내려온,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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