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쏘다

조지오웰 에세이

by 글쓰는 변호사
나는왜쓰는가.jpg 조지 오웰/이한중 옮김, <나는 왜 쓰는가>, 한겨레출판, 2015

조지 오웰의 에세이를 명문으로 만드는 요소는 생생한 삶에 대한 진실된 체험, 그 체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성찰을 통한 타협 없는 자기반성이다. <코끼리를 쏘다>는 오웰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에서 경찰 간부로 일했을 때 경험한 사건-정말로 코끼를 총으로 쏜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오웰은 평생 식민지에서 경찰로 일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고, 제국주의에 대해 성찰하는 글을 많이 남겼는데, <코끼리를 쏘다> 는 "제국주의의 본질을 (달리 말해 전체적인 지배의 진까 동기를) 이전보다 더 잘 간파할 수 있게 해 준 일(33쪽)"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 발정기를 맞은 코끼리 한 마리가 시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일이 발생한다. 코끼리는 오두막을 부수고, 소 한 마리를 죽이고, 과일 노점의 진열품을 먹어 치우고, 쓰레기 청소차를 뒤집어 엎었으며, 심지어 사람을 죽이기 까지 한 것이다. 그러니 경찰이 손을 놓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오웰은 총을 챙겨 현장으로 출동한다. 그런데 오웰이 코끼리를 직접 보았을 때, 녀석은 이미 진정이 되어 있었고, 그래서 오웰은 "코끼리를 보자마자 쏴서는 안 된다는 걸 완벽하리만큼 확실히 알았다."(37쪽)


그런데 문제는 현장에 구경을 나온 약 2000명에 달하는 버마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코끼리를 총으로 쏴서 죽여줄 것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오웰은 그들의 의지를 거역할 수 없다는 강한 느낌을 받는다. 그 순간 오웰은 깨닫는다.


백인이 폭군이 되면 폭력을 휘두르고 말고는 자기 마음이지만, 백인 나리라는 상투적 이미지에 들어맞는 가식적인 꼭두각시가 되고 만다는 것을 말이다. 언제나 '원주민'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안달하고, 그래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원주민'이 예상하는 바대로 행동해야만 하는 게 그의 지배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면을 쓰고, 그의 얼굴은 가면에 맞춰져 간다. 그러니 나는 코끼리를 쏴야 했다.(38쪽)


그래서 오웰은 자신의 의지에 반해서 코끼리를 쏜다. 그러고는 생각한다. "나는 내가 코끼리를 쏜 게 순전히 바보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한 짓이었다는 걸 알아차린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42쪽)"


이 에세이에는 분명 어떤 성찰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본인이 말한 것과 같이 거창하게 '제국주의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고 보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나 싶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글에는 제국의 수족이 되어 식민지 현지에서 피식민 지배국의 국민들과 직접 접촉한 제국 관리들의 한 행동양식의 비밀이 담겨 있기는 하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 지배 현실(일본의 대한민국 지배를 포함하여)을 생각해 보면, 오웰의 성찰은 오히려 다소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