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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Dec 19. 2022

나의 옛 공연, 무대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공연에 관한 경험과 추억을 글로 남기기!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첫 회식 참여를 했을 때, 이 전에 어떤 일을 했냐는 질문을 받았다.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건 처음이지만, 공연 분야에서 이런저런 일을 배우면서 했었다고 말했다.

그게 흥미를 끌었나 보다. 분명 몇 사람밖에 모이지 않은 테이블에서 이야기했는데, 며칠 새 소문이 쫙 퍼졌다.


공연을 했었다는 말을 하면, 현재의 동료들이 자주 묻는다. 거의 빠짐없이 묻는다.

무엇을(어떤 분야를) 하셨던 건지, 그다음으로 꼭 묻는 질문은 이거다.

"미련은 남아있지 않나요? / 다시 하고 싶지는 않나요?"


사실, 미련이 없다.

중, 고, 대학생 내내 그리던 리딩 공연, 쇼케이스 공연, 오디션, 예술대학 도전, 하우스 어시스턴트, 기획, 연출 등 '해보고 싶다'는 것은 다 해봤다.

해보고 싶던 것을 다 해보고 나니,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들던 것을 계속해나갈 원동력이 사라졌다.

오로지 '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태워 연료 삼았다. 열심히 뛰어다니고, 기회를 찾고, 잡던 활동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고 나서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나, 미련이 없다고 해서 딱 그만두고 바로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취업준비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취업준비 기간 동안 마음으로 많이 앓았다.

오랫동안 연애하듯이 좋아하던 공연분야를 '이제 업으로 삼지 않을 테니까'하고 놓자마자 다 잃은 것 같았다.

대학에서 했던 이런저런 활동과, 수강했던 과목과, 만났던 사람들과, 학교 밖에서 했던 활동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1년간 열심히 했던 훈련과 공부들 그리고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이 다 물거품이 되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그리면서 활동했던 것, 익혔던 것, 맺었던 인연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상상에 대해서,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안다. 그 흔적은 어떻게든 지금의 내게 남아 있다.

하지만, 공연을 그만둔다고 마음먹은 후, 수년간은 새로운 곳에 구경을 가도, 일부러 밤새워 취업준비 공부를 해도 잊히지 않을 만큼 허전했다. 굉장히 아팠다.


지금도 내 주변에서 내 '공연하던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너 그때 진짜 멋있었어"

지금의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 힘들다고 말했던 것이 그 사람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사실, 현재 나는 지금 있는 곳, 지금 하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찾아 누리고 있지만 말이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멋지고, 기쁘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안 할 변명 거리를 찾는 게 아니라, 할 수 있게끔 방안을 찾는 상황에서 더 빛나 보인다.


아, 오늘 글로 남기고 싶던 말은 이게 아니다.

오랜만에 한 스승님과 연락이 닿았다. 스승님으로부터 '예전에 우리 함께 했던 활동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구글 폼을 받았다. 그 활동을 되새기고,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글 폼을 훑고 나서, '떠올려서, 작성해서 전달드리겠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다시 질문들을 훑어보면서 '아, 나도 내 공연에 관한 활동을 정리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공연을 보는 소비자로 살다가, 생산자로서의 꿈을 꾸게 된 계기. 생산자로 처음 했던 일.

기대와 달라 실망했던 일, 그러나 나중에 어딘가에서 활용했던 일, 독만 될 줄 알았던 것이 나중에 생길 일에 대한 예방이었던 일 등등.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 말고, 즐거웠던 것과 배웠던 것 그리고 지금 하는 생각을 덧붙여서 써보는 내 옛 무대 이야기.


아이돌을 사랑했던 적은 없지만, 한 분야를 그토록 열렬히 사랑하고 바라고 몸과 마음을 던져 흠뻑 빠졌던 경험과 기억을 스르륵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열망이 아직 있다.

그 열망을 실현하고 싶어서 쓰는 글이 될 것이다.

내 과거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자기 분석의 시간'을 갖기 위한 글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라건데, 내 스승님의 이번 활동이 이 소재에 대해 내게 아이디어가 된 것처럼, 내 글 뭉치도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 이제 글감을 발산해보자!


커버 이미지 출처: Photo by Dim Ho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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