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출판사를 넘으면 책은 산으로 갑니다.
믿지 못해 밑지는 사람을 위한 글
<저자가 출판사를 넘으면 책은 산으로 갑니다.」 _
첫 책을 쓸 때 일입니다. 출판사는 저에게 3가지 디자인 시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책의 컬러와 디자인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포토샵으로 제작해 전달했습니다. 그런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마지막 시안을 전달했을 땐 웬일인지 출판사는 별다른 코멘트 없이 순순히 제가 제안한 대로 책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것도 매우 신속히 말이죠.
그 뒤에 숨은 뜻을 아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책이 잘 팔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듭된 저의 선을 넘는 제안에 출판사도 결국 손을 든 것입니다.
마치 '그래 너 하자는 대로 한번 해라. 얼마나 잘 팔리는지 두고 보자.'는 식이 었을지도 모르죠.
모든 일에는 각자 역할이 있습니다. 괜히 분업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회사의 사장님은 본인이 영어도 하려 하고 일본어도 하려고 하더군요. 그럴 땐 영어와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을 구인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저자는 글을 쓰고 출판사는 책이 잘 팔릴 수 있도록 책을 구성하고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책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저자의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일정 선을 넘으면 책은 산으로 가게 됩니다. 여러 부분에 있어서 협업이 불가능해지는 것이지요.
언젠가 출간 기획서의 구성을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물론 기획서 상의 오류가 있다면 이해하겠지만 그가 바꿔온 기획서는 한마디로 엉망이었습니다. 마치 와플 위에 애플 시럽과 초코시럽, 생크림과 오레오, 바나나, 아이스크림, 버터 등을 잔뜩 올린 와플 느낌이었습니다. 그의 강력한 의지로 투고를 했고 계약했습니다만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제가 제작한 출간 기획서로 투고했다면 더 좋은 출판사와 계약할 수 있었다는 것을요.
음식의 정체성은 장점 한 가지를 돋보이게 할 때 정점을 나타냅니다. 자신의 생각에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두 넣었을 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약은 약사에게. 기획은 기획자에게'라는 말이 하고 싶어 빙 둘러왔네요. 2019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2020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