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5
세상이 흉흉하다.
지난겨울 따뜻한 촛불로 하나가 되었던 사람들은 또다시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도 강해 보였던 우리는 헤게모니 앞에 처참히 패배했다.
사람들은 또다시 너무나도 쉽게 서로를 죽이고 있다.
장관은 사퇴를 했고 배우는 자살을 선택했다.
하지만 SNS는 여전히 먹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스물여섯의 대학생은 초등학교 때 이성을 가진 인간의 위대함에 대해 배웠다.
끊임없는 분열과 학살 속에서 인간의 위대함은 축복인가.
어릴 적 나에게는 왕국이 있었다.
나는 그 왕국의 절대적 지배자였고, 뛰어난 스승이었으며, 근엄한 통치자였다.
나이가 든 나는 더 이상 왕국을 만들지 않는다.
세상이 나의 왕국처럼 평온해지길 바랄 뿐이다.
맞다고 믿었던 답은 너무나도 쉽게 뒤집히고
잡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모래알처럼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언제인지도 모른 채 잃어버린 나의 아우라를 나는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