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도 못한데 게으르기까지!
시작해야 할 이유가 서너 가지쯤 있을 때면, 시작하지 못할 이유, 아니 시작하면 안 될 이유는 늘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무슨 일이든 그랬죠. 실패하는 것도 싫었고, 실수하는 건 더 싫었습니다.
실수나 실패를 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작이 어려웠습니다. 흐리멍덩한 안갯속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 앞도 뒤도 분간되지 않는 그 애매함이 유난히 힘들었지요. ‘된다’는 확답이 있어야만 비로소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하다고 믿었던 일조차 중간에 포기하기도 했고요. 끝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일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저는 늘 한발 물러섰고, 시작 대신 피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꿈이 없었습니다. 목표도 없었죠. 살다 보면 당연히 잘 살게 될 거라 생각했고요.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는 데, 삶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내 삶은 내가 책임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요.
2016년 7월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2018년 50명이 함께 쓰는 공동 저서에 참여했지요. 2022년 1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내 책'을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2022년 12월 운명처럼 만난 이은대 사부님, 자이언트 북 컨설팅 평생회원에 등록했습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했습니다. 해 보고 안되면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했죠. 그 선택이 제 삶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완벽하게 다른 길로 들어섰지요.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고 이야기 내용이 변했습니다. 자주 가는 장소도 바뀌었고요. 관심 있는 주제도 변했죠. 작가, 강사, 코치. 저와 관계없는, 낯설었던 단어가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달라진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단 한 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선택한 그 길. 제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넉넉한 마음이 제게만 유독 모질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저를 변화하고 성장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거든요. 조금 더 꼼꼼하게,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몰아세웠죠.
이제는 더 이상 확답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될지 안 될지를 먼저 따져 묻지 않습니다. 어떤 일도 해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완벽한 준비는 끝내 오지 않았고, 확신 역시 늘 달라졌으니까요. 시작하기 전에는 불안했어요.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면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처음부터 반듯한 길을 걷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부분은 한 걸음 내딛고 나서야 다음 디딜 곳을 찾으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배웠지요.
여전히 저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느리고, 여전히 망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피하는 대신 서툰 걸음으로라도 시작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책 읽고, 글 씁니다. 완벽한 글은 쓸 자신도 없고, 쓸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오늘을 지금을 기록합니다. 이것이 내 삶의 책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걸 알았거든요. 완벽하지도 못한데 여전히 게으른 나를 책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뿐입니다. 다시 또 해 낼 저를 알고 있으니까요. 괜찮습니다. 매일이 새로운 시작이니까요.
대단한 변화는 결국 작은 일을 끊임없이 해내는 사람들이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선택들이 어떻게 삶의 방향을 바꾸는지 아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기적이죠. 어쩌면 ‘완벽하지 않은 시작’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작고 소소한 일을 합니다. 매일의 루틴과 습관을 만들고 꾸역꾸역 해냅니다. 완벽하지도 못한데 게으르기까지 한 저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