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편하게 만나길 바라" - 2018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 얼리어답터에 2019년 2월 7일 발행된 글입니다.
작년 이맘때 맥북으로 연말정산에 도전했다. 당시 액티브X(ActiveX)를 걷어내겠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약간의 시행착오는 있었으나, 어찌저찌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맥OS(macOS)에서 만나는 정부 기관은 얼마나 친절해졌을까? 올해 다시 한번 도전해봤다. 맥OS로 하는 연말정산. 2018년 버전이다.
(있다면) 공인인증서가 든 USB 메모리
맥OS가 설치된 기기
고백한다. 사실은 쉬울 줄 짐작하고 있었다. 작년은 간편한 은행의 한해였다. 인터넷 전문 은행의 등장은 자존심 세던 시중은행을 움직였다. 결제도 쉬워졌다. 이제는 Face ID, Touch ID 같은 생체 정보를 통해 결제할 수 있는 간편 결제도 익숙해졌고, 다양한 간편 결제 서비스가 시장에 자리잡았다. 맥OS 이용자라면 이제 결제와 뱅킹은 모바일이 훨씬 익숙해졌을 터.
여기에 간소화 서비스가 더 간편해졌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번엔 길어봤자 15분이면 모든 작업이 끝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으니... 공인인증서가 만료됐다는 메시지였다.
간편결제를 이용해 결제하다 보니, 어느 순간 공인인증서를 써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갱신 시기를 지났고,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요새 즐겨 하는 디아블로3의 보통 난이도를 단숨에 고행 4단계까지 끌어올린 느낌이다. 이게 다 내 게으름 때문이다.
한숨을 쉬며 주거래 은행 사이트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안전한 인터넷뱅킹 보안프로그램을 위해 필수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했던가. 가장 마지막에 설치한 보안 프로그램이 맥OS에서 인터넷을 쓰는 모든 프로그램의 연결을 허용할 것이냐고 묻기 시작했다. 허용을 누르길 수 차례... 하다하다 한도 끝도 없어 창을 옆에 모셔두고 발급을 시작했다.
은행 홈페이지에서 필수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새로 받은 공인인증서를 브라우저에만 저장할 수 있다. USB메모리에 저장하고자 한다면 공인인증서 관련 프로그램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이게 그 악명높은 CrossExWeb으로 브라우저를 모두 종료해야 설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오늘의 목적은 연말정산이니 브라우저에 인증서를 저장했다.
브라우저 인증서는 HTML5 기술을 이용해 브라우저의 웹저장소 영역(DOM)에 인증서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브라우저의 캐시를 비우지 않는 이상 브라우저 내에서 인증서를 확인할 수 있으며, 별도의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장점. 인증서를 지우고 싶으면 브라우저의 캐시를 지워버리면 된다.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브라우저 공인 인증서도 하드디스크의 특정한 위치에 있으니 이를 찾을 수 있다.
주거래 은행에서 브라우저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은 후에 '브라우저를 완전히 종료하고' 홈택스에 접속해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실행한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후 공인인증서 로그인 버튼을 눌러 로그인을 시도하면 인증서를 선택하라고 한다. 앞서 발급받은 인증서를 선택해 로그인했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저장 매체에 있는 공인인증서를 불러올 수 있다.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싶지 않다면 브라우저에 저장된 공인인증서를 불러오거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공인인증서를 불러올 수 있다. 클라우드 방식이 조금 흥미로워 내용을 살펴봤다.
클라우드 공간에 공인인증서를 저장한 다음, 스마트폰으로 인증해 이를 불러와 인증할 수 있다고 한다. 관심이 생겨 도전해보려고 했으나, 사이트 미비인지 관련 프로그램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몇 차례 도전해보다가 실패. 다만, 이미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로는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쉽게 불러올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한다.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마친 후엔 작년처럼 불편없이 홈택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문제 없이 자료를 확인하고, 필요한 자료는 출력까지 마쳤다. 이후 병적 증명서를 뽑기 위해 정부24에 방문했을 때는 몇 가지 프로그램을 추가로 설치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한숨을 쉬고 자리에 놓인 윈도우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2년에 걸친 연말정산 서비스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이 과정은 일부에 그치고, 현재진행형이다. 아직도 수많은 관공서에서 맥OS 이용자는 부트캠프를 켜거나 윈도우 기기를 꺼낸다. 액티브X를 없애랬더니 DMG, PKG(맥OS 설치 파일)이 등장했다는 자조섞인 반응도 있었다.
작년의 데자뷰가 떠오르지만, 희망적인 소식은 행정안전부에서 공공 웹사이트에서 '플러그인 제거'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 플러그인은 액티브X나 EXE, PKG와 같은 설치프로그램을 포함해 기본 브라우저가 지원하지 않는 모든 기능을 뜻한다. 이와 같은 플러그인 제거 사업은 국민의 이용이 많은 22개의 공공 웹사이트를 시작으로 더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쨌든 매년 개선되는 사용자 경험은 머지않아 어떤 컴퓨터로든 원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됐다. 4천자가 넘었던 작년의 고생이 올해는 2천5백자 정도로 짧게 마무리된 걸 보면, 내년엔 더 쉽게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다시 정리할 만큼 복잡해지지 않았기에, 맥OS로 연말정산을 시도한 후기는 올해로 마무리할까 한다.
생각보다 쉬워서 깜짝 놀란 분 많으시죠?
본문에도 적은 바 있지만, 정상적으로 접속할 수 없다는 이상한 메시지가 떴을 때 '뭐... 공인인증서니까' 하고 넘어갈 수 학습시킨 시스템의 위력은 대단한 것 같다. 내년부턴 좀 더 멀쩡한 시스템을 만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