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가르쳐 준 것: 공간과 글쓰기
전에는 거실 창문의 블라인드를 늘 닫아두었는데, 여행에서 돌아와 창문 앞에 책상을 놓았다. 집 앞의 빨간 열매 맺힌 나무를 바라보며 독서와 글쓰기를 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접이식 미니 테이블과 식물, 이번 여행에서 내 마음을 움직인 그림과 포스트카드를 붙여두었다. 창가에 앉으면 날아가는 새들과 초록빛 나무, 자갈길이 보인다.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은 공간이 주는 영향력이 놀라울 만큼 크다는 점이었다. 여러 호텔 객실을 옮겨 다니며 지내면서, 비슷한 구조와 크기의 방이라도 그 공간을 어떤 마음으로 꾸몄느냐에 따라 내가 느끼는 감정이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다. 어떤 방에서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꼈고, 또 다른 방에서는 불안과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이처럼 공간은 내 마음에 예상 이상으로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나는 회사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여행을 떠났고, 그동안 책을 읽고 도시를 둘러보며 글을 썼다. 일상을 벗어난 나에게 계속해서 말을 거는 것은 글쓰기였다. 평소에 글을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그 답을 여행 중 읽은 책, Big Magic에서 발견했다.
Scared of the ocean? Get in that ocean!
바다가 무섭니? 그럼 들어가 봐!
- <Big Magic> 중
작가의 어머니는 걱정이 많았던 딸에게 오히려 두려운 일을 더 시켰다고 한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과 나의 글쓰기 능력에 대한 걱정 때문에 글쓰기와 멀어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내게 '두려운 상황이라면 그것과 마주하라'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I finally realized that my fear is boring... because it was the same thing everyday.
결국 나는 내 두려움이 지루하다는 걸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건 매일 똑같았기 때문이다.
- <Big Magic> 중
두려움이 지겨워진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이해할 것 같다. 나는 글쓰기를 갈망하면서도 두려워서 회피하는 패턴을 반복한다. 이런 패턴이 지속되면서 일상은 단조로워지고, 지루함과 따분함만 쌓여간다. 이런 상황은 내 창의성을 높이지도 못하고, 나는 그저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작가는 매일 반복되는 두려움에 점차 지루함을 느꼈고, 역설적으로 그 지루함이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한계를 고수하려 애쓰다 보면 결국 그 한계에 갇힌 삶을 살게 된다는 말이 마음 깊이 와닿는다.
When I refer to "creative living"...
I'm talking about living a life that is driven more strongly by curiosity than by fear.
내가 말하는 ‘창조적인 삶’이란,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앞서는 삶을 뜻한다.
- <Big Magic> 중
두려움과 호기심이 동시에 찾아올 때, 호기심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일 것이다.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호기심을 키우는 연습을 하기 위해, 글을 쓸 수 있는 나만의 공간과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이 공간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글쓰기 습관을 만들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