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온 다이어트 OFF, 행복 스위치 ON.
자기관리의 끝판왕이라 하면 단연 다이어트가 아닐까. 나의 평생 숙제와도 같은 존재, 다이어트.
잃어버린 선녀의 날개옷을 되찾았다면, 이제는 가볍게 날아올라야 할 텐데. 글 쓴다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서일까. 아니면 그저 나이 탓일까. 요즘 내 몸은 도무지 가볍지가 않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일주일 전 나는 아주 호기롭게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지방 대사를 활성화해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감량하는 4주 프로그램. 박용우 박사가 유행시켰고, 최근 가장 핫한 다이어트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트렌드에 민감한, 일명 '트민녀'인 나는, 이 다이어트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표를 여기저기 선언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던가.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다이어트 선언글을 블로그에 올렸고, 동네방네 소문까지 다 냈다. 그게 불과 일주일 전. 그때 썼던 블로그 글을 다시 읽어 보면, 그 비장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오늘, 나는 뻔뻔하게도 '완전 포기'를 선언하는 또 한 편의 글을 쓰고 있다. 마치 단군신화 속 동굴을 뛰쳐나온 호랑이가 된 기분이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루저가 된 듯한 석연찮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보통 누군가의 성공담을 좋아하기 마련. 하지만 나 같은 시원한(?) 실패담도 어딘가엔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거창하게 시작해 놓고 이렇게 초라하게 끝나다니. 부끄러워 그냥 조용히 짜그라져 있을까도 싶었지만, 혹시라도 비슷한 길 위에서 방황하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싶어 오늘의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내가 다이어트를 내려놓게 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첫 시도 3일째쯤. '이걸 정말 계속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살금살금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의 의지나 인내심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 같은 감정이랄까.
요리를 실컷 다 해놨는데 가족과 함께 식사하지 못하고 나 혼자 따로 식단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문득 외롭고 허전하게 느껴졌다. 집밥이든 외식이든, 가족과 함께 한 식탁에서 도란도란 밥 먹고, 외출해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그 안에서 오고 가는 웃음과 이야기들. 뭐 그런 즐거움이 있을진대.
특히나 우리 집은 뿔뿔이 가족이라 함께 하는 식사 한 끼가 더욱 귀한데. 그 소중한 시간마저 다이어트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니. '내가 이딴 다이어트를 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현타가 밀려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마치 상상 임신이라도 한 것처럼 오렌지, 자몽 같은 상큼한 과일이 마구 생각이 났다. 내 눈앞에서 둥둥 떠다니는 과일들.
게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얼굴 살이 빠져 눈꺼풀이 퀭하고 세수할 때 만져지던 볼살이 사라진 걸 느꼈을 땐 "앗, 이건 아닌데..." 싶은 위기감마저 들었다.
왜 살은 꼭 얼굴과 가슴부터 빠지는 걸까. 왜 뱃살은 늘 마지막에야 빠지는 걸까. 항상 빠졌으면 하는 부위는 끝까지 남아있고, 지키고 싶은 부위는 제일 먼저 빠져버리는 이 잔인한 현실. 이건 풀리지 않는 나의 다이어트 미스터리기도 하다.
4주 프로그램이라 한 달 정도는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론 그 이후까지 계속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 독한 마음이 그리 충분치 않은 나는 어떻게든 한 달을 버티다가 다시 원상 복귀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두어 번의 시도와 실패를 반복한 끝에, 결국 나의 스위치온 다이어트는 실패로 귀결되었다는 이야기.
그래. 이 모든 게 어쩌면 루저의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적고 있는 나조차도 좀 구질구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하지만 나는 평소 '나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다이어트도 나답게 하자고 결심.
그리하여 아래와 같이 새롭게, 나다운 방식으로 다이어트 철직을 재구성했다.
✔ 14시간 간헐적 단식(해보니 이건 좋더란!)
✔ 따뜻한 물 자주 마시기(평소 잘 못하는 것)
✔ 가족과 함께 식사하되 소식하고 건강하게
✔ 천천히 꼭꼭 충분히 씹어서 먹기
✔ 7시간 충분한 수면
✔ 근력운동+유산소 매일
✔ 30분마다 의식적으로 의자에서 일어나기
이 정도면 무리 없이,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름 만족이다.
며칠 전 다이어트에 실패한 나를 보고 옆에서 얄밉게 웃던 남의 편 얼굴이 떠오른다. 와신상담의 마음가짐으로 이를 악물고 다시 도전해 볼까도 했지만, 그런 불순한 동기로는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그냥 고이 마음을 접었다.
어제는 남편과 시장에서 칼국수 한 그릇을 나눠 먹고, 호떡 하나 사서 손에 들고 골목골목을 걸었다. 참 별것 아닌 시간이었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나 행복했다. 그래.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지. 칼국수와 호떡을 먹으며 남편과 나누던 웃음. 그 순간의 행복감은 어떤 날씬한 몸매보다도 값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과연 이게 나다운 다짐인 건가, 루저의 변명인 건가, 조금 헷갈리긴 하지만. 아니, 나는 그저 솔직한 사람일 뿐. 나의 한계와 행복의 우선순위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정식 스위치온 다이어트는 포기했지만, 나의 다이어트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진정한 다이어트의 성공은 몸무게나 옷 사이즈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균형을 이루는 그 순간이 아닐까. 가족과의 식사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그 안에서 절제하며 건강한 선택을 하는 것. 그게 내가 찾은 나다운 다이어트 철학이다.
남의 눈에는 포기로 보일지 몰라도, 오늘의 이 선택은 어쩌면 지속 가능한 행복을 향한 현명한 결정일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모하게 독한 다이어트를 밀어붙이는 것도 아닌. 그저 나답게, 내 삶의 행복을 지키면서 조금씩 건강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선택한 다이어트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