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ll we dance?

원.투.차차차- 쓰리.투.차차자~!

by 은쓰다

출근길에 환승역에서 하향하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 났다.

주르르 줄을 서서 한 계단씩 스텝을 맞춰가며 걸어내려간다.

왼쪽은 슥슥 빠른 속도로 간다.

내가 서 있던 오른쪽 줄은 한 계단 딛고 멈추고가 반복된다.

앞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왼쪽 줄로 끼어들기를 하며 빠진다.

내 앞이 다 빠지고 나니 몇 계단 아래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고 뒷걸음질로 내려가시는 할머니가 보였다.

나까지 왼 줄로 빠지면 바쁜 직장인들이 할머니와 계단의 간격을 좁힐 것 같아서 몇 계단의 간격을 두고 마주 본 채 할머니의 속도에 맞춰 왼발 한 짝, 오른발 한 짝씩 내딛는다.

할머니께서 고개를 들어
"무릎이 아파서..."
라며 머쓱한 표정으로 웃으신다.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꾸뻑- 숙이고 나도 모르게 어정쩡한 자세로 양팔을 뻗어 동그랗게 모아 할머니를 위한 가드를 만들었다.

사실 전혀 도움은 되지 않는 자세다.

할머니가 오른발을 뒤로 디디시면 나는 왼발을 하나 내딛고, 할머니가 왼발을 뒤로 디디시면 난 오른발을...

마치 스쳐 앞서 가는 사람 속에서 잠깐동안의 우리만의 우아한 왈츠를 추는 기분이랄까?!

할머니와 내 곁으로 왼쪽 줄은 여전히 속도감 있게 슥슥 빠진다.

할머니께서는 마지막 계단에 닿으시더니 허릴 펴고 얕은 숨을 내쉰다.

그제야 나도 남은 서너 계단을 턱턱 내려와서 할머니를 살짝 빗겨 살짝 목례를 하고 내 속도대로 걸었다.

아직은 한 발씩 턱턱 내릴 수 있는 무릎이 있음에 감사했고, 지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넉넉한 시간인 게 다행이었다.

아마도 할머니의 두 다리는 오랜 세월 누구보다 재게 움직이며 열심히 삶을 채우셨을 거다.

그러니까 그렇게 채워진 나이가 되면 그래도 된다.

빠르지 못 함을 미안해하시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는 탱고를, 또 어떤 이는 자이브를 추듯이

할머니쯤의 나이에는 왈츠처럼 천천히 우아하게 움직이셔도 된단 말이다.

그게 어떤 춤이든 모든 춤은 그대로 아름다우니까...


2025.07.30 또 에스컬레이터가 멈춘 날


너무 더워서 에스컬레이터도 파업하는걸까?!
왜 꼭 출퇴근시간에만 유독 멈추는건 왜일까?!
출근길의 미스테리!!


매거진의 이전글너가 옳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