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트리 필사집 <오즈의 마법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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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트리 문장기록소에서 필사집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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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모임에 들어갔다.

첫 필사집은 바로 <오즈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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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트리만의 재해석 및 재번역하여 <오즈의 마법사>의 인상깊은 문장들을 한 데 모은 필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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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를 책으로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줄거리야 워낙 익숙하다. 도로시, 토네이도, 에메랄드 시티,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까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필사를 시작하자 그 ‘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전혀 다른 속도로 다가왔다.


필사는 빠르게 넘길 수 없다.
한 글자,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따라 써야 한다.
눈으로 읽을 때는 스쳐 지나갔을 표현들이, 손을 거치면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아, 이런 문장이 있었구나.”
“이 장면을 이렇게 말하고 있었구나.”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인물들이 자신의 결핍을 말하는 순간들이다.
뇌가 없다고 믿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다고 여기는 양철 나무꾼,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자.
우리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지만, 그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하는 문장을 필사하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느려진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없다고 말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손으로 문장을 옮기다 보면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우리는 6주 동안 하루에 한 페이지씩 써내려가겠다고 약속했다.
한 문장을 쓰고, 잠깐 멈추고, 그 문장이 왜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


<오즈의 마법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혹은 아직 책으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에게,
이 필사집은 꽤 좋은 첫 만남이 된다.


읽는 대신 쓰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는 대신 문장을 마음에 새기는 방식으로.
천천히, 정말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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