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잎사귀 뜯어서 아무렇게나 풀피리 불면
귀에 꽂은 강아지풀은 산들바람에 흔들흔들
두 짝 신발도 멀리 벗어두고 맨발만 까닥거리면
뭐가 그리 즐겁냐고 너는 내게 묻겠지
어깨 위로 젖힌 고개 하늘과 수평할 듯 맞닿아
끝도 없는 긴 구름 따라 천천히 눈알 굴리면
힘주어 세운 두 팔 앞으로 너른 등이 반기어
너의 등에 기댄 나는 무릎 모아 끌어안고
지나온 이야기 지나갈 이야기
그 우주 같은 이야기 속에 세월도 저물어
노을 지는 시계 속에 너와 나는 하나의 풍경
뭐가 그리 즐겁냐고 너는 묻겠지
나는 그냥 빙긋 웃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