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인터뷰 23: BB 님
AC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취업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활동으로 전공 프로그램의 일부로 진행한 프로젝트 경험을 꼽은 졸업생들이 많았다. 필자도 스웨덴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지만, 본인의 석사 전공 프로그램 (경제 인구학)에서는 인턴십이나, 전공 지식을 바로 강의실 바깥세상에 적용할 기회가 매우 드물었다.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항상 새롭고, 실용적인 경험들이 어떻게 더 나은 진로 선택으로 이어지는지 더욱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에서 소개하는 수업 사례는 그 자체로도 신선하고 의미 있는 기획이지만, 이 경험이 이후 한국 취업에서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스웨덴에서의 경험을 한국에서 구직할 때 어떻게 활용했는지 생생한 경험담을 담아 더욱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분야가 다르더라도, 스웨덴 유학 후 다시 한국에서 자리 잡고자 하는 분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번 인터뷰를 정리했다.
2016년부터 2년 동안 스웨덴 룬드 대학교의 Food Technology and Nutrition 석사 과정을 공부한 BB이다. 졸업 후 귀국했고, 19년도 7월부터 지금까지 한국에 있는 식품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학부 과정을 공부할 때는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유학을 간 사람들을 보게 되면서 나도 한 번 유학을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에서는 화학을 전공했는데, 졸업 전에 하던 연구&실험 이외에 다른 분야도 경험해보고자 휴학했다. 그때 식품공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석사 유학도 식품 공학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알아보았다. 고민 끝에, 룬드 대학교 식품 공학 및 영양 석사과정 커리큘럼이 내가 찾던 조건에 부합했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어서 선택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유학 전의 나는 해 보지도 않고 겁을 내는 겁쟁이였다.
전공 수업 중 “Project in Life science”라는 수업에 참여했던 경험을 꼽고 싶다. 석사 2년 차 1학기에 들었던 수업으로 식품이 만들어지는 전반적인 과정을 경험하는 팀워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주된 과제였다. 현재 내가 담당하는 업무와 연관성도 크고, 면접을 볼 때도 면접관들이 이 수업 내용에 관심을 가졌다.
구체적으로, 프로젝트는 손상되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식품을 활용하는 방법과 관련된 것이었으며, ICA (스웨덴의 식품 및 건강 제품 유통 기업)의 도움을 받았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원재료 가공부터 완제품 제작 공정 전반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수업 담당 교수는 물론 외부 강사와 소통하고 협업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 식품회사와 일부 화장품 관련 회사에 지원했던 내 경험에 집중해서 두 가지를 언급하자면, 한국 기업의 인사 과정에 익숙해지는 일과 식품화학과 물리 화학 분야의 구체적인 주제를 다룬 석사 논문을 어떻게 면접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지 고민하는 부분이었다. 한국 귀국 후에 인∙적성과 면접을 제대로 준비하고 절차에 익숙해지는 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주변에 식품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얼마 없었기에, 내가 배운 지식과 졸업 논문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지 고민이 필요했다. 따라서 석사논문 주제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제한된 시간에 실험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2년간 석사 과정을 하면서 조금 더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특히 여름방학 때 인턴을 해보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방학 때 여행을 간 것도 좋은 추억이었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미리 인턴십을 계획하고 시도해봤을 것 같다.
유학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득실을 따져보고 최악의 수를 미리 그려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유학은 정말 큰 선택이고, 그 결과는 오롯이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이를 감수하고 가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유학 생활의 결과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그렇기에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스웨덴은 자전거다. 룬드는 생활 반경이 좁고,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이기에, 남들처럼 자전거를 많이 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려 하니 다리도 아프고 불편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익숙해진 후에는 느리지만 나만의 속도로,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스웨덴에서 공부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각자 자기의 속도로,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 원하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또한, 어릴 때 이후 자전거를 탈 일이 없었는데,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경험이 룬드에서 새로 만난 친구들과 소소하게 음식을 해 먹고 카드 게임을 하던 추억과 겹치기도 한다.
*요청에 따라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BB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