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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Apr 12. 2019

차단기가 고장났다.

문명의 이기

주차장 차단기 앞에 차들이 하나둘 순서를 기다리며 서있다.

하나 둘 하나 둘

영문도 모른 채 기다리던 차들이 지쳐갈즈음 

크락션 소리가 뒤에서부터 밀물처럼 밀려온다.

차단기 앞에 선 차주는 황급히 내려 

뒤에 있는 차주들에게 소리친다.

"차단기가 고장났어요."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뒤차들은 여전히 크락션을 누른다.

앞에서 부터 차례대로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

경비실인지 관리실인지 전화하며 자기들끼리 불평하는 차주들.

차는 그렇게 아침 출근 러시아워 마냥

즐거운 퇴근시간에 아파트 입구에 들어가지 못한 채 

길 위에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비라도 왔다며 더 처량했을 그 순간,

난 차단기의 고장에서 문명의 이기를 엿보았다.

삭막한 기계가 막은 건 사람과 믿음이었음을.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을 그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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