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사장님이 아프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에겐 큰 거래처이고 오랜 시간 함께 해왔기에 적잖이 놀랐다.
다만 사장님의 건강상 이유로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는데 우린 몰랐다.
그리고 부품대금을 받아야 할 돈이 꽤 컸다.
건강상의 이유가 뭔지 알았지만 당장 부품대금에만 정신이 쏠렸고 마음이 급해졌다.
사업을 하다 보면 어려울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다고 사장님이 말씀하셨기에 그냥 믿고 근 10년간 거래를 이어왔다.
이따금 우리 회사 형편도 어려울 때면 사장님이 직접 전화를 걸어 요청을 하셨지만 그건 1년에 한 번 정도였고 거의 독촉은 하지 않았다.
그게 신뢰라고 했다.
오늘 다른 거래처에서 그 사장님이 내용 없이 사업을 정리할 거라고 연락을 주셨다.
본사에서도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문의해서야 그때서야 답을 주었다.
함께 가는 상생경영이라더니 본사는 개인 거래처보다 정보를 늦게 주었다.
매출만 강요하면서.
오늘은 지난 며칠 전부터 1월 부품 대금을 준다고 하였지만 계속 미뤄졌다.
회사 유보금도 적어 우리도 이제는 조급해지는 상황이었다.
사모님께 관련 사항을 말씀드렸다.
부장님에게도 내용이 공유되었다.
"기다려보자. 성격은 뭐 같아도 그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사모님은 조바심 내지 말라고 당부하며 퇴근하셨다.
몇 천만 원인데... 몇 억을 팔아야 본전인데.
상념을 지우려 재고 정리를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잠깐잠깐 와서 은행 계좌를 확인해 봤지만 아직이다.
전부터 묵혀두었던 숙제인 재고 정리를 하고 또 했다.
이젠 다리가 아프고 먼지에 눈도 뻑뻑했다.
자리에 앉아 재고 정리를 하고 은행 계좌를 확인해 보았다.
"입금됐다."
부장님은 역시나 그럴 사람은 아니야, 라며 안도하며 퇴근하셨다.
아직 2,3,4월의 부품대금은 미수금으로 남아있다.
한 고비는 크게 넘겼다.
사장님은 모르고 우리는 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사업이 왜 힘들고 신뢰가 왜 중요한지.
그의 건강이 회복되길 바라면서 신용거래가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
2018년에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던 사업하는 형님의 미수금은 여전히 메모되어 있다.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