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해 줘, 오빠는 양보 안 했어."
나경이가 운다.
동규와 나경이에게 주어진 그들만의 놀이 시간.
나와 놀 땐 둘이 한 팀이지만 내가 빠지면 둘은 경쟁상대가 된다.
덕분에 낮잠 전에 가장 치혈한 싸움이 생긴다.
"양보하면 고맙다고 해야지, 왜 안 해."
"고마워."
"진심으로 안 했잖아."
"고마워어."
"싫어, 나 양보 안 할 거야."
"뭔 소리야? 말했으면 약속 지켜야지."
나경이가 울고 나니 와이프가 참전한다.
훈육으로 시작해서 나와 아내의 훈육 방식으로 번진다.
애들은 처음 관심을 보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논다.
"내가 훈육할 때 애 편들지 말라고."
"감정을 절제하고 얘길 들어줘야지."
"내가 상황을 다 보고 있었으니까 알아서 한다고.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주부양 자니까 내 말대로 해."
한 치의 양보 없음에 우린 각자의 방에서 자고 아이들은 서로의 방을 오가며 논다.
아내가 내 방에 와도 난 이렇게 말할 거다.
"싫어, 나 화 안 풀렸어, 안 놀아줄 거야."
그리고 그녀는 내 방에 오지 않았다.
나는 화가 다 풀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