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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Jul 15. 2020

이래 봬도 삼대가 공들인 양파 장아찌!

"너희는 이런 거 다 사 먹재?"

하시면서 시어머니께서 양파 한 자루를 주셨다. 벌써 일주일 전의 일이다. 평일에는 바빠서 엄두도 못 내고 있다가 주말에 양파 자루를 열어보았다. 벌써 두 개가 썩어 있었다. 마음이 달았다. 빨리 양파를 처치해야 하는데. 양파 장아찌를 담기로 했다. 간장과 마스코바도(유기농 설탕)는 미리 생협에서 주문해 놓았다. 식초는 직매장에서 좋은 걸로 한 병 사 오기로 했다. 그러면 재료는 얼추 준비가 다 끝난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양파 껍질을 까는 것이었다. 여름 양파는 싱싱해서 껍질을 깔 때 곱절로 매웠다. 하나를 까는데도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었다. 나 혼자 양파 한 자루를 다 깔 수는 없는 노릇이다. 머리를 썼다. 남편과 애들 세명이 각각 양파를 세 개씩만 까도 벌써 열두 개다. 일단 내가 모범 주부답게 시범적으로 껍질을 세 개 깠다.


"자, 할당량이다. 한 사람 앞에 세 개씩 껍질 깐다. 알았지?"

"악, 싫어! 나 시험공부해야 된다 말이야!"

까칠한 둘째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기는 못 한다고 소리를 지른다.


양푼이에 칼이랑 양파를 한가득 담고 우선 남편 앞에 슬그머니 놓아두었다. 남편은 싫다는 내색 없이 TV를 보면서 여섯 개를 금방 깠다.

"자, 아빠가 여섯 개 까서 너네들은 두 개씩만 까면 된다. 빨리 와서 까라!"

마음이 약하고 착한 큰 애가 제일 먼저 와서 말없이 두 개를 까고 들어간다.

"빨리 와서 까라, 늦으면 하나씩 더 늘어난다."


막내가 입이 당나발이 되어서 와서는 제일 큰 놈을 하나 잡더니 열심히 껍질을 깐다.

"엄마, 나 잘 깠지?"

"우와, 우리 막내가 이쁘게 잘 깠네!"


마지막 남은 둘째를 채근했다.

"둘째야, 빨리 해라!"

"악~~ 엄마, 나 시험 친다고, 공부해야 돼!"

"야, 양파 까는데 1분도 안 걸리거든~~"

요리 빼고 조리 빼다가 뺀질이 둘째도 할 수 없다는 듯이 양파 두 개를 후딱 해치운다.


"어, 엄마, 양파 하나가 남았는데? 누구 한 명이 하나만 깠어!"

"야, 너지? 너 왜 자꾸 웃어?"

범인은 막내였다. 제일 큰 놈으로 하나만 껍질을 까고는 줄행랑을 친 것이다. 그리고는 나한테 예쁘게 깠다고 자랑까지! 그래도 귀여우니까 내가 봐준다. 마지막 남은 하나를 껍질을 벗겼다. 총 열다섯 개의 양파가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선 껍질을 깐 양파를 깨끗이 씻었다.


식구들이 양파를 까는 동안 나는 큰 냄비에 양념장을 만들어서 끓였다.

중간 크기의 양파 열다섯 개 분량 : 간장 1L, 물 1.5L, 식초 500ml, 마스코바도(설탕) 1kg


씻은 양파를 티브이를 보는 남편 앞에 은근슬쩍 갖다 놓았다. 물론 도마와 칼도 함께.

"아유, 나는 요즘 자꾸 팔이 아프네. 이거 다 썰면 팔이 더 아플 것 같네!"

코멘트도 빠지지 않고 첨가했다. 웬일로 남편은 말없이 그 많은 양파를 먹기 좋은 크기로 다 썰어주었다. 남편 감사합니다!


큰 양푼이에 양파 썬 것을 담고 양념장 끓인 것을 부었다. 그리고는 식기를 기다려 용기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끝! 바로 그 날 저녁부터 먹을 수 있었다. 양념장을 끓여서 부었더니 아린 맛이 하나도 없었다.


양념장을 끓인 후 깐 양파 위에 부음


"엄마, 할아버지가 올해 양파가 달다고 하셨거든, 정말 달고 맛있네!"

아이들이 아작아작 잘도 먹는다. 삼계탕과 함께 먹으니 궁합이 딱이다. 다음날 큰 딸이 이렇게 문자를 보내왔다.



이래 봬도 삼대가 정성 들여 만든 양파장아찌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농사지으신 양파에 엄마의 양념장에 아빠와 세 딸이 다듬고 썰고, 삼대가 공을 들였는데 맛이 없을 수가 있겠냐? 올여름 우리 집 밑반찬 대장 감이다! 양파는 항암효과와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게 생겼다. 양파장아찌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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