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과 수용, 종속의 서사

승리의 여신: 니케 리뷰

by Wunder
게임명: 승리의 여신: 니케
제작사: 시프트업
출시일: 2022.11.04

폭력적 애도와 거짓 신화

‘승리의 여신: 니케’는 건슈팅 장르 안에서 놀랍도록 명확한 세계 인식을 보여준다. ‘지하로 몰린 인간’과 ‘지상을 점령한 기계’라는 오랜 SF 전통의 대립 구도 위에,인간 대신 싸우는 안드로이드 병기 ‘니케’들이 중심 서사를 이끈다. 전쟁의 반복, 기억의 삭제, 존재의 불완전성 등, 장르적 클리셰로 여겨질 수 있는 요소들이지만 이 진부한 전제를 대담하게 활용하여 슬픔의 구조를 반복적으로 심화한다.


플레이어는 사령관의 위치에서 매번 전투에 나서고,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고통을 안은 채 살아남는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기계적인 반복으로 느껴지면서도이야기 구조상 기억되지 않음의 감각과 함께 어긋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전투는 여운을 남기지만, 동시에 다음 스테이지로의 진입이라는 구조적 종속성 속에서 빠르게 망각된다. 이는 서사적으로 ‘추모가 불가능한 전쟁’이라는 주제의식과 맞물린다.


몸의 감각과 그 시선의 이중성

가장 널리 알려진 니케의 아이덴티티는 전투 시 ‘니케’들의 뒷모습을 강조한 카메라 연출이다. 성적으로 과장된 시선이라고 평가될 수 있는 이 카메라워크는, 단순한 미적 포르노그래피의 재현을 넘어 병기화된 몸에 대한 반문을 야기한다. 이들의 움직임은 섹슈얼하지만, 동시에 기계적이며, 고통스럽고 때로는 무기력하다.


전투 내 연출은 하이엔드 게임 못지않은 리얼타임 컷신이나 감각적인 UI로 구성되며, 그 속도감과 밀도는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뚫고 나아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감각적 충만함은 플레이어가 이 세계에 몰입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몸은 반복해서 움직이지만, 이 몸이 누구의 것인지 모르게 되는 순간들이 존재하며, 이는 ‘병기화된 주체’의 실종을 드러낸다.


게임성의 경계, 반복과 최적화 사이

니케는 건슈팅이라는 기본 구조 안에 도전, 탐사, 협동, 보스레이드, 거점 방어 등 다양한 전투 상황을 배치하며 플레이 리듬의 변화점을 꾸준히 시도한다. 동시에 전투력 수치 기반의 성장 구조는 극도로 최적화된 경로를 강요하며, 이는 결국 플레이어로 하여금 메타 루틴을 외부에서 학습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구조는 직관적난이도 상승보다는, 특정 구간에서의 장벽을 만들며, 반복적 파밍과 ‘성장 정체기’를 수반한다.


이 게임의 게임성은 그래서 매우 이질적이다. 슈팅 게임이지만 슈팅의 정교한 컨트롤은 거의 없다. 오토 전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일부 타이밍에 수동 개입을 요구한다. 이 애매한 경계가 게임을 단순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스토리 중심 유저에게는 리듬감 있는 서사의 간극을 마련해주는 장치로도 기능한다.


서사의 무게와 진지함, 그 이면의 피로

니케는 서브컬처 미소녀 게임으로 포지셔닝되어 있지만, 주요 스토리는 꾸준히 묵직한 주제를 탐색한다. 종말 후 세계의 윤리, 인간성과 도구성, 트라우마와 기억, 권력의 구조적 위계 등이 주제의 핵심이다. ‘정말 이 이야기들을 보겠다고 이 게임을 시작했는가’라는 물음을 자주 던지게 될 정도로 서사의 무게감은 플레이 타임에 비해 과도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잉은 전략적인 연출과 레이아웃 안에서 제어된다. 장면 전환, 배경 음악, 인물 클로즈업, 스테이지 배치 등은 높은 수준의 통제 아래 있으며, 이는 감정의 과몰입을 일으키기보다는 이 세계의 구성적인 고통을 관조하게 만든다. 이 게임의 감동은 흔히 말하는 ‘감정의 쓰나미’가 아니라, 반복과 억제 속에서 나오는 사소한 균열들로부터 비롯된다.


시스템에 갇힌 기억의 드라마

니케는 진부함을 정교함으로 감쌌고, 반복을 드라마로 확장했다. 시선과 감정, 전투와 피로, 성장과 종속이 겹쳐지며 만들어낸 이 작품은 ‘하이엔드 모바일 게임’의 껍데기 안에 담긴 기억과 감정의 메커니즘 실험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