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 계의 바이블

언더테일 리뷰

by Wunder
게임명: 언더테일
제작사: 토비 폭스
출시일: 2015.09.15

익숙한 RPG 구조 뒤집기

‘언더테일’은 토비 폭스가 단독 제작한 인디 게임이지만 그 영향력은 AAA 게임 못지않다. 표면적으로는 8비트 감성의 단순한 RPG지만, 그 핵심은 플레이어의 선택이 곧 서사의 형태를 바꾸는 구조에 있다. 전투를 통해 적을 쓰러뜨릴 수도, 설득과 대화를 통해 그들을 살려 보낼 수도 있다. 이 단순한 차이가 전체 게임의 분위기와 결말을 완전히 뒤바꾼다.


플레이어를 향한 시선

언더테일은 흔히 게임이 플레이어를 ‘몰입시킨다’고 말하는 공식에 반기를 든다. 이 게임은 오히려 플레이어를 ‘지켜본다’.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끊임없이 기록하고, 그 결과를 NPC와 내러티브가 직접 언급한다. 이는 단순한 멀티 엔딩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윤리와 태도를 서사적 장치로 끌어들이는 구조다. 특히‘불살 엔딩’과 ‘몰살 엔딩’의 차이는 단순한 결말 차이가아니라 완전히 다른 게임 경험을 만들어낸다.


전투의 변주와 장르 혼합

전투 시스템은 전통적인 턴제 RPG에 슈팅 게임의 회피요소를 혼합했다. 적의 공격을 피하는 미니게임 형태의 구간은 매 전투를 단순한 커맨드 선택 이상의 경험으로 만든다. 특히 보스전마다 공격 패턴과 연출이 전혀 달라 매 전투가 하나의 작은 서사로 느껴진다. 음악과 패턴, 대사가 맞물려 클라이맥스를 형성하는 방식은 다른 JRPG나 인디 RPG에서 보기 힘든 완성도를 보여준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유머

언더테일의 캐릭터들은 단순한 NPC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선택에 반응하는 살아있는 존재다. 파피루스의 엉뚱한 열정, 샌즈의 건조한 농담, 토리엘의 따뜻한 모성애는 서사가 의도적으로 어두워지는 순간에도 균형을 잡아준다. 유머와 감정, 위트가 절묘하게 섞인 대사는 인디 게임 특유의 작은 세계의 밀도를 완벽히 구현한다.


메타 서사의 정점

이 게임의 진가는 플레이를 끝내고 나서야 드러난다. 언더테일은 단순히 플레이 중 선택에 따른 분기만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이전 기록과 반복 플레이를 서사에 포함한다. 심지어 저장 파일을 삭제해도 게임이 이를 ‘기억’하는 장면은, 이 매체만이 구현할 수 있는 서사적 장치다. 이는 게임과 플레이어의 관계를 단순한 ‘체험’에서 ‘대화’로 끌어올린다.


게임 너머의 질문

언더테일은 그래픽, 볼륨, 시스템 면에서 소박해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과 감정은 결코 작지 않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어떤 선택이 옳은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를 되묻는다. 그 질문은 화면이 꺼진 뒤에도 오래 남는다.


결국 언더테일은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 플레이어와의 공동 창작물에 가깝다. 그 결말은 컴퓨터에 데이터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기억과 선택 속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