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있을 때다.
나는 그때 그 꿈이 너무나도 간절했던 지라, 고등학생 때부터 이어온 천일기도를 천일이 한참 넘도록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 친구들과 술을 마셔 인사불성이 되어도, 자기 전에는 나와 약속한 기도를 빠짐없이 했다.
몹시도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의 힘이 그 하나를 위해 움직인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믿었고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기운을 끌어모아 하나에 집중했다.
노력해서 무엇을 이룬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 기적에 나는 몹시 기뻤다.
하지만 나의 기쁨은 약과였다. 엄마는 늘 내가 이룬 것들에, 나보다 더 기뻐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도를 받았다. 엄마 뱃속에 있을 적부터 제대로 태어날지 몰라 걱정이었다. 나의 예정일은 8월 3일이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태어난 날은 8월 29일이다. 때가 되어도 아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지만 다니던 산부인과에서는 그저 기다리라고 했단다. 열한 달이 다 되어갈 무렵 다른 병원으로 옮겼을 때, 새로 만난 의사가 노발대발하며 당장 수술을 진행시켰다고 한다. 지금과 같이 유도분만을 하는 사례가 적었고,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였다. 수술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고, 이모들 중 누구 하나 수술을 한 사람도 없었다.
어렸던 아빠와 엄마는 겁이 나서, 당시 성당에 다니며 알고 지내던 모든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기도를 부탁했단다. 수술실에 들어가 집도가 시작된 그 순간, 성당의 레지오 단원들의 나를 위한 기도가 동시에 시작되었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낳은 나를 안고 성당에 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무사히 세상에 온 나를 진심으로 축복해 주었다고 했다. 훗날 엄마는 내가 진 기도의 빚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하며,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그분들에 대한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하게 태어난 나는 그때의 걱정이 무색하게 지금까지 씩씩하게 잘 살고 있다. 아빠는 그때 나와 엄마를 다 잃는 줄 알았다고 했지만, 우리 둘은 지금도 때때로 아빠에게 잔소리와 바가지를 긁으며 좋은 딸과 아내로 아빠 곁을 지키고 있다.
그런 내가 태어난 1984년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나를 위한 엄마의 기도는 빠진 날이 없다.
엄마는 아침에 눈을 뜸과 동시에 기도를 하고, 밤에 또 기도를 하며 잠에 든다. 엄마의 하루는 늘 나와 동생의 무사평안을 위한 기도로 시작되고, 또 기도로 마감된다. 엄마의 기도는 꽤 약발이 있었던지 나와 동생은 살면서 이루고자 했던 모든 일들 – 진학과 취업, 취미 혹은 노력했던 일들에,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내었다. 큰 사고가 난 적도, 아픈 적도 없었다. 얼마나 사건 사고가 많은 세상이고, 얼마나 마음대로 되지 않은 세상인가. 그것은, 나의 간절함보다 훨씬 더 농도가 짙은 엄마의 기도 덕분이라고 굳게 믿는다.
아직도 특별한 일이 있는 달이나, 큰 일을 앞두고 있을 때 엄마에게 이야기한다.
“엄마, 이번 달에는 평소보다 세 배로 더 세게 기도 좀 해줘.”
사실 엄마의 지극정성에 비하면, 나의 기도는 좀 왔다 갔다 한다. 특별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에 바짝 했다가 사는 것에 여유가 생기면 까맣게 잊고 쉬는 태평한 기도다. 기도는 나의 의지이고 종교적인 기도라기보다 자신과의 다짐, 또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기도를 하고 말고가 어떤 잣대나 평가가 되기보다 나 자신과 나에게 소중한 사람을 위한 순수한 기도 그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편하게 기도한다. 나의 기도는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이 물론 일 순위이다.
문득, 언젠가 엄마를 잃게 되면, 나를 위해 기도를 해 주던 수호천사를 잃는 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태어난 날로부터 엄마의 생이 마감하는 때까지. 엄마는 늘 나의 천사를 자청하고 뒤에 있어준다.
평생 살아있는 동안 나를 위해 기도하는 나의 엄마. 세상의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를 위해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외할머니도 평생을 아홉 자식들과 그에 딸린 식구들의 기도를 빼놓은 날이 없었다고 한다.
곧 수능이다. 지금도 이 순간에도 어떤 어머니의, 어떤 수험생의 간절한 기도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더 좋은 일을 위해, 혹은 나쁜 일을 벗어나기 위한 사람들의 기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하는 모든 기도들이 빠짐없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나는 아직도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그때마다 마치 맡겨 놓은 것처럼 말한다.
“엄마 이번 달도. 기도 더 많이.”
엄마는 오늘 밤에도 딸의 주문에 따라 중얼중얼 기도를 하며 잠이 들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