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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Oct 27. 2024

내가 있잖아

그런데 나는 그게 꼭

하루 종일 연락도 되지 않아서 서운했던 사람에게 새벽에 무서웠다고 말했다. 괜찮아, 뭐가 무서워, 내가 있잖아. 그 말에 지금 옆에 없잖아, 하면서 툴툴거리고 싶었지만, 서운하고 섭섭했던 마음이 다 풀렸다. 솔직히 옆에 없으면서 왜 ‘내가 있잖아’하고 말한 걸까? 나는 산속에 있고 자기는 도시에 있으면서. 내가 새벽 2시에 무서워하고 있을 때 침대에서 잠만 잘 잤을 거면서. 그러면서도 무서웠다는 나를 달래기 위해 ‘내가 있잖아’하고 말하는 마음을 생각한다.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겠지만. 만약 어제 내가 화장실에 가다가 발을 헛디뎌서 흙을 구르고 상처가 생겼어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겠지만. 아마 내가 다쳤다고 하면 괜찮냐며 속상해하고 걱정하는 게 전부겠지만. 나 혼자 무서워하고 다치더라도 나 혼자 아파하겠지. 그러면서도 내가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하면 괜찮아, ‘내가 있잖아’라고 하겠지. 


너는 지금 옆에 없잖아. 그런데 내가 있다고 말해. 

그런데 나는 그게 꼭 사랑한다는 말처럼 들렸어.


어쩌면 정말 그게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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