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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Oct 27. 2024

버스에서

버스에 앉아 하늘을 봤더니 제비가 날아가고 있었다. 제비라니, 박씨를 물어주던 그 제비가 서울 하늘에? 제비는 날개를 쭉 피고 곧게 날아가더니 사라졌다. 날개짓 하나 없이 목적지로 곧장 향하는 모습이 왜 그리 옹골차고 당차보이던지. 제비는 날개를 접지 않아. 아주 곧고 강직하게 제 갈길을 가더라고.     


제비가 지나간 건물 옥상에서는 나무가 살랑거렸다. 가까이서 보면 내 키의 세네배는 되겠지만 옥상에 있으니 내 손톱보다 작고 귀여웠다. 그대로 뽑아서 화분에 옮겨심은 뒤 창가에 놓고 싶을 정도로. 바람이 불 때마다 초록잎이 흔들리는 모습이 산책나온 강아지 같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좀 신난 것 같았어. 손을 뻗어 삐쭉거리는 잎사귀를 쓰다듬고 싶었다.     


조금 더 가니 비행기가 날아갔다. 나무보다는 조금 더 컸지만 제비보다 작았다. 그게 조금 재밌어서 혼자 웃었다. 땅에 나란히 있으면 그 크기가 수천배, 수만배까지 차이나겠지만 하늘에서는 아무 소용 없더라고.     

나무는 산책나온 강아지처럼 신났고 비행기는 아기 장난감 같았고 제비는 웅장했다.     


버스는 땅을 박차며 굴러갔지만 내 발은 땅에 발이 닿지 않았고 

나는 앞을 바라봤지만 내 얼굴은 하늘과 나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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