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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Feb 12. 2022

일상의 악센트를 읽고-10

chapter 6을 읽고

21년 12월에 쓴 글


p169 마법을 쓰는 방법을 읽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올해 본 영화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걸 하나 꼽으라면 단연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다. 미스테리오에 의해 정체가 밝혀진 피터 파커는 자신 때문에 곤경에 처한 측근들을 구하기 위해 닥터스트레인지를 찾아간다. 시간을 돌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해 줄 것을 부탁하는데, 주문을 거는 도중에 조건을 다섯 번이나 변경하는 바람에 다른 차원에서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을 아는 존재들까지 불러들이게 된다. 그로 인해 뉴욕은 발칵 뒤집히고, 어찌어찌(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해결은 했지만 여전히 균열이 일어나고 있어 어떤 빌런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 결국 모두가 자신을 잊어도 좋으니 이 혼란한 세상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마법을 걸어달라고 한다. 만약, 닥터스트레인지의 말대로 그를 찾아가기 전에 MIT 부총장보를 먼저 만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빌런에게서 부총장보를 구해내며 그가 ‘히어로’ 임을 눈앞에서 보여줌으로써 그의 생각이 바뀌어 다시 한번 고려해보겠다고는 했지만, 꼭 그 방법이 아니더라도 스파이더맨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역대 스파이더맨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가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 임을 증명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렇다면 노 웨이 홈의 이야기 전개가 안 되었겠지만�)


p172 나답지 않다를 읽고
나답다는 말을 들을 때도, 나답지 않다는 말을 들을 때도 기분이 좋다. 내 캐릭터가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기억되고 있다는 것이니.


p175 나의 적은 나라는 시각을 읽고

장기적인 집념. 계속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일. 그것을 단련하기 위해 시작한 일은 작은 범위를 설정해 매일 혹은 정기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운동하기. 매일 네 곳의 가게와 두 편의 에세이를 필사하기. 그리고 300-400자의 짧은 글 두 편 쓰기. 글을 쓸 때 물을 한 컵 따라놓고 마시기. 한 달째 지속하는 중.


p176 다정한 얼굴을 한 사람을 읽고

눈과 입을 보면 그 사람이 현재 어떤지를 알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표정이다. 내가 그리는 다정한 얼굴은 입가엔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하면 받아줄 것 같은  적대감이 없어 보이는 편안한 눈을 한 모습이다.

다정한 사람과 다정한 얼굴을 한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다정한 사람은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만, 다정한 얼굴을 했다고 다정한 사람은 아닐 것.


p178 바닥까지 떨어져보기를 읽고

올해는 즐거운 시간이 많았던 만큼 내적으로 힘든 시기도 예년보다 길었다. 1~2주면 끝나던 인태기가 한두 달 계속되기도 했다. ‘인생 권태기’, 한 마디로 내 인생에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다.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게 먼저 떠오르고, 잘난 다른 사람과 못난 나를 비교하면서 동굴 속으로 꼭꼭 숨어버리는 시기다. 이렇게 나를 처절하게 밀어 넣고 나면 샴페인 코르크처럼 뻥! 하고 터지는 순간도 언젠가 찾아온다. 7~8월, 더웠던 창밖의 날씨와 상반되게 내 마음은 추운 겨울이었다. 그리고 9월 한 달간 출근하게 되면서 얼음이 스르륵 녹았다. 다시 찾아온 우울, 낙엽이 떨어지는 것처럼 쓸쓸했던 10월 말. 응원하던 대상이 다시 일어서면서 나의 일상도 되돌아올 수 있었다. 그 후엔 생일이 찾아오며 많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버틸 수 있었고, 연말과 내년에 출국한다는 핑계로 12월에도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며 2021년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게 되었다. 바닥까지 떨어진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 주변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거다. 그래도 그 손을 잡으려고 용기를 냈던 나 자신도 좀 대견해해 주어야겠다.


p180 부적 만들기를 읽고

-8시 전에 일어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한다 -매일 글을 쓴다 -선한 행동은 계산하지 않는다 -시간 약속을 지킨다 (5분 전에 도착하기) -외국어와 친하게 지낸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말과 행동을 조심한다 -표현을 자주 한다 -계획은 언제나 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상황만 되면 열심히 움직인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 줄이기. 침대에 누운 시간은 최소화한다

p183 호불호 없애기를 읽고

초등학생 이후로 못 먹게 된 음식이 둘, 20살 이후로 못 먹게 된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조개와 가지, 양꼬치이다. 급식에서 해물 해시 라이스가 나오면 항상 먹고 체하기 일쑤라 무엇 때문일까 분석해보니 ‘내가 먹지 못하는 조개’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그 이후로 조개는 ‘먹으면 체하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해져 일부러 피했다. 가지는 엄마에게 이끌려 청학동에 가서 처음 먹은 점심에 나온 반찬 중 하나가 가지나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미끄덩하고 물컹한 가지의 식감과 이상한 향 때문에 자연스레 헛구역질이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장님 앞에 앉아 계셔서 남길 수 없었다. 꾸역꾸역 삼켜낸 이후로 가지는 절대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은 채소가 됐다. 양꼬치는 20살이 되고 난 후 처음으로 술병이 났을 때 먹은 음식이라 양고기와 쯔란 냄새만 맡아도 그때 생각이나 속이 울렁거리기 때문에 피하는 음식. 양꼬치엔 칭다오라며 맥주와 함께 맛있게 양꼬치를 먹다가 누군가 내 맥주잔에 소주를 섞은 이후로 블랙아웃. 그런데 올해 이 세 가지 음식에 도전해 극복에 성공했다. 가지는 중국에서 가지 요리를 먹고 먹게 된 지 좀 됐지만, 조개와 쯔란은 이번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점심으로 쯔란 소고기 볶음을 먹으며 쯔란을 극복한 탓에, 혹시나 먹어본 친구가 만들어준 바지락 술찜이 생각보다 괜찮은 거다. 다섯 개쯤 먹었을 때 조개의 비린 맛이 다시 올라와 손을 내려놓긴 했지만... 아무튼, 안 된다고 못 할 거라고 단정 짓기 전에 한번 다시 도전해보자고 생각하게 된 크리스마스이브였다.


p185 흐르는 물이 되자를 읽고

내가 미래에 살고 싶은 집은 ‘한강뷰’가 아니라 걸어서 한강에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집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강은 커녕 개천과도 거리가 멀고, 걸을 수 있는 산책로라고는 차가 쌩쌩 지나다니는 공원의 둘레길뿐. 한강이 아니더라도 개천과 가까운 곳에 있는 집에 살며, 아침저녁으로 그곳을 산책하고 싶다.


p187 안전권에서 뛰쳐나오기를 읽고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아하지만 깊은 관계를 이어가는 건 소수다. 인간관계만큼은 꽤나 보수적으로 ‘내 사람 챙기기’에만 몰두해왔는데, 올해 그 경계를 풀고 ‘내 사람’ 바운더리 안에 들이고 싶은 사람을 몇 명 사귀었다. 1. 제주에서 만난 Y : 스쿠터를 타고 애월에서 세화까지 오느라 피부가 벌겋게 되었음에도 해맑게 인사를 건넸던 Y. 저녁에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날 나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냈는데, 내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알고 먼저 팔로우를 해준 덕분에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후로 내가 제주에 있는 동안 당일치기로 한 번 더 제주에 왔었는데, 21살의 패기에 놀라면서도 그 만남이 있어서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리지만, 생각이 깊고 어쩌면 나보다 경험해본 게 많아 이야기를 나눌 때 배울 점이 많다.  2. 일터에서 만난 S : 엄연히 말하자면 9월이 첫 만남은 아니었다. 올여름 참여한 프로젝트와 관련해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어쩐지 이름이 익숙했다. 옆옆자리에 앉아 일하는 동안에는 친해질 기회가 없었는데, 마지막 출근을 앞두고 갖게 된 술자리에서 ‘공통점이 이렇게 많았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화가 잘 통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후로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같이 막걸리 마시러 가기로 했는데, 아마 올해가 지나고 내년이 되어서 만날 수 있을 듯싶다. 3. 전시회에서 만난 H : 올해 사귄 마지막 친구일 H. 아니 나보다 네 살 동생. Y와 동갑이다. 혼자 갔던 전시회에서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가 인스타 맞팔을 하고 헤어진... 이렇게 적극적으로 찍어주실 줄 몰랐다고요.!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을 보고 ‘아 이 사람한테는 말을 더 걸어봐도 되겠다!’하는 확신이 섰고, 말을 걸었다.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엄마, 나 E 맞나 봐!


p189 칭찬에 약한 사람을 읽고

나는 누구보다 칭찬에 약한 사람. 논리 정연하게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듣기 시작한 글쓰기 수업에서 나의 글이 덤덤해서 슬프게 느껴지는데 그게 좋다는 작가님의 말에 원래 목적과 다른 성격의 글을 써보기 시작했고, 에세이를 쓰게 됐고, 지금도 계속 글을 쓰고 있다. 발표가 군더더기 없이 완벽했다는 평가에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고, 몇 마디 안 했는데 ‘天才’라며 엄지를 치켜세워준 사람들 덕분에 중국어로 말함에 있어서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p191 '큰일'이 가져온 균형을 읽고

<스트리트댄스걸스파이터(이하 스걸파)>를 보던 중 모니카 마스터의 말에 감탄하게 된 부분이 있다. ”실패했다 그런 드라마 없이 성공한 사람은 성공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짜 드라마가 있는 사람이 성공을 하거든요.” 그렇다. 성공한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특히나 내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사람들은 절대 탄탄대로를 걸어오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시작했으나 시간이 한참 지나 잘 풀렸고, 조금 일찍 성공했어도 그전에 뼈아픈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작년 이맘때, 코로나로 인해 처음 집합 금지 조치가 취해지고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홀로 보내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래도 분위기를 내보자며 집 근처 제과점에서 사 온 초코 머핀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크림이 흘러내려 망가져버렸으며, 일본 스타벅스에서 사 온 아끼던 컵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불행한 크리스마스 선발대회’하면 순위권에 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우울한 12월 25일을 보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안 좋은 일과 좋은 일의 총량은 같아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난 만큼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오래된 신념 덕분이었다. 실제로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가 밝아오면서 좋은 일들이 많았다. 그 시기에 한창 인기 많은 케이크 숍에서 나를 위해 케이크를 주문하는 데에 성공했고, 친구 덕분에 알게 된 미라클 모닝으로 건강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아빠와 일출을 보러 가서는 따뜻한 커피를 건네받았다. 역시 사람이 망하고만 살 수는 없다.


p194 나를 만드는 방법을 읽고

새로운 것에 도움이 될 일들/ 1. 매일 좋아하는 책, 닮고 싶은 문장 필사하기 2. 매일 300-400자 글 한 편 쓰기 3. 일상을 담은 중국 드라마 보기 4. 즐겨 부르는 일본 노래 공부하기 5. 매일 햄스트링 늘어나는 스트레칭 하기 6. 일주일에 두 번 유산소+무산소 운동하기 7. 일주일에 한 번 컴퓨터로 영상 옮겨 놓기(나중에 한꺼번에 하려면 시간 오래 걸림) 8. 방 정리 정돈하기 : 일어나면 이불 개기, 택배 쌓아 놓지 말기 9. 물 많이 마시기 : 적어도 하루에 세 컵 10. 주변 사람에게 화내지 않기


p197 0에서 시작하기를 읽고

2022년 새해 다짐/ 2022년은 언제나 그랬듯 ‘나를 위해’ 살 거다. 그런데 이제, 남의 눈치를 좀 덜보고, 괜한 걱정을 사서 하지 말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법에 저촉하지 않는 선에서 오롯이 나만을 위해. 나는 2월 15일 마침내 대학을 졸업하고, 사흘 후 상해로 떠난다. 중국어를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2022년 1월 1일 새벽 꿈속에서 나는 중국어를 했다. 지위가 높아 보이는 어른에게 나를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떨지 않고 말을 하더라. 마치 나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한 신기한 꿈이었다. 새로운 상황이나 사람을 만나도 주눅 들거나 조용해지지 않고, 능글맞게 대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2022년의 가장 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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