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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Sep 12. 2020

동문회장

북경에서 어쭙잖게 오래 생활하다 보니

재북경연세대동문회장 在北京延世大同門會長을 한참 동안 맡은 적이 있었다.

잘나서가 아니라 오래 있다 보니

서열상으로 밀려서 그리되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개방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는

중국의 한국사람은 주로 대사관, 대기업주재원등 정도였고

지방은 중소기업/공장을 운영하려는 오너 경영인 정도였다.

초기 1세대 사람들은 주로 중국어 전공을 한 사람들이다.

외대 중국어과

서울대 중문과

연대 중문과

고대 중문과... 등등

그 후에는 譯官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고

개인 비즈니스 , 소규모 공상인, 오퍼상 등등이 밀려들어왔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항상 그들의 동질성을 확인하려는 모임들이 많다.

대한민국에서 단결이 잘되는 대표적인 모임이

1. 호남 향우회

2. 고려대 동문회

3. 해병대 전우회 등이라 한다.

(요새는 4번째가 전국 배드민턴 동호회라는 말까지 있다.)

1세대 대사관 직원, 대기업 주재원들만이 있었을 때에는 

그저 친목모임이 주류다.

가끔 모여서 밥 먹고 돌아가는 정보나 중국 정부의 오픈 안 되는 고급 정보(?)

공유의 목적이 주였다.

초기에는 북경의 연세대 동문이 고참부터 쫄따구 다 합해도 20명 미만이었다.

나중에는 200명 정도 규모까지 된다.

북경에는 고려대 동문회도 있다.

매년 가을이 되면 서울에서 연고전 열릴 때 

북경에서는 연고전 골프시합을 개최한다.

원사이드로 연대가 압도해왔다.

동문회장이 하는 일은 가끔씩 모임 주선하고

모교에서 총장이나 VIP가 오면 모여서 식사나 대접하고

매년 북경에서 연고전 골프나 하는 정도니까

그리 시간소비가 많이 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예를 들어

연대 동문을 만나면 우선

대학 전공이 무어시냐고?

혹시 대학 다닐 때 서클 활동은 하셨나고?

KUSA, UNSA, 기독 학생반, 탈춤 동호회? 등등

언제 입학하셨어요? 학번은 몇이세요?

정도의 순서로 나간다.

아 예 저 영문 84학번입니다.

아 그러세요

그럼 누구아세요? 제 사촌동생 됩니다....

뭐 이런 식의 어프로치가 일반적이다.

근데 고려대 출신들은

첫 질문이 학번이다.

몇 학번이세요?

돌아오는 답이 한학번이라도 늦으면

곧바로 반말이다.

내가 선배고 넌 후배니까 반말한다...

지들 딴에는 그게 친근감의 표시고 동질감이라고는

하나 나의 기준에는 영 억셉트가 안 되는 문화중의 하나다.

대학교 1학년 때 교양과목이 없었는지

영 교양이 없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그렇게 들이댔다가는 대번에 

욕먹을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저씨는 누군데? 언제 봤다고 저에게 반말해요?

망신당할 일인 게다.

동문회에는 회장과 총무라는 직이 있다.

회장은 주로 가오다시 역할을 하는 거고

총무는 따까리 역할을 하다 보니 후배가 하는 거고

마당발이 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 고려대 총무는 북경에서 개인 사업하던 친구인데

나이는 나보다 10살 정도 연하의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성격이다 보니 총무에 발탁되었으리라...

이 친구는 전형적인 고대 출신인지라.

고려대 동문 모임에서는 누구든지 간에 학번을 묻고는 

하나라도 늦으면 말을 까고  하나라도 높으면 극존칭으로

가는... 그런 거다.

한 번은 모임에서 나에게 

앞으로 형 兄이라고 불러도 되겠냐고...

고대는 선배는 그렇게 부른다고...

연대 선배도 자기에게는 선배인데 그리 부르면 좋겠다고...

단호히 잘랐다.

회장님(동문회장이니까....)... 아니면

대표님(쬐매 난 회사의 대표였으니까...)라고 불러라...

그때 내가 형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으면

이 친구는 연세대 후배에게도 반말과 하대했을 친구라

미리 방어막을 쳤다.

온 동네 떠들면서 연대 동문회장과도 호형호제하는 사이니까

연대 니들도 내 동생이라 반말하는 거야...

그게 연대/고대의 문화 차이의 한 예다.


해병대...

사회생활 중에 해병대 병 출신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한 적은 별로 없다.

주로 술집에서 싸우고 곤조 부리는 집단이라는

정도가 메모리 되는 정도다.

술집에서 난장판 되고 나면 주로 나오는 멘트는 고정되어있다.

혀가 꼬버려 저 가면서도 나 해병대 몇 기야...

니들 이제 다 죽었어...


귀신 잡는 해병....

잡으라는 귀신은 안 잡고 애꿎은 술집 주인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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