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한 지 어느덧 9개월이 되었네요. 긴 듯 길지 않은 듯, 뭔가 애매하게 느껴지는 기간이지만요.
그동안 썼던 글들을 모아 드디어 브런치북을 만들었어요. 브런치북을 엮는 것이 정작 해보니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그냥 다짐을 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제목도 원래 뭔가 거창한 걸로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냥 제가 엄마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적었어요. 엄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 곁에 있으니까 다 보고 있을 것 같아서요.
브런치북 권장량이 20화라는데 최대치인 30화를 거짓말처럼 딱 맞게 채웠습니다. 다 읽으면 무려 117분!이라는 계산이 나오길래 이렇게 꽉꽉 채우는 게 맞는 건지 조금 민망하기도 했네요... 간혹 제 글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어주셨다는 독자님들을 뵐 때가 있는데, 새삼 그 마음이 얼마나 감사한 것들이었는지를 깨닫게 돼요. 이 긴 이야기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어주신 그 과분한 마음에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브런치북을 만들다 보니 지난 시간들이 정말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고요. 한 분 한 분 소중한 구독자님들도 생기고 방송 출연 제의도 받아보고요. 케이크를 주문해 주신 고마운 분들도 계셨어요. 브런치 덕분에 신기하고 특별한 일들이 제 삶에도 많이 일어났던 9개월이었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지 반년이 넘었지만 실은 요즘도 여전히 그리움으로 인해 버겁고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제 브런치 글들을 다시 읽는 일은 최대한 삼가고 있어요. 지난 글들을 읽는 날이면 그때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라서 하루 종일 마음이 어렵거나 종종 악몽을 꾸곤 해서요. 그래서 제목만으로 후다닥 엮은 브런치북이지만요, 이 글들을 쓰던 시간들을 생각해 보면 정말 어렵고 정말 힘들게 남긴 기록들이었네요. 책 소개에 적어둔 말처럼 이 브런치북을 읽으시는 분들께 저희의 삶이 작은 위로가 되어 머물게 되기를 바라요.
브런치북을 엮다 보니 또 엄마가 생각나네요. 기독교에는 '서원'이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하나님과 약속을 한다는 뜻이에요. 엄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하니까 저를 문서선교사로 키우겠다고 하나님께 약속했대요. 그래서인지 처음 제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했을 때 엄마는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면서 되게 좋아했었어요. 브런치를 쓰는 게 감정 소모가 심하니까 너무 힘들어서 엄마한테 그만 써야 될 것 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엄마가 자음판으로 얘기했던 "너 글 써야 돼."라는 여섯 글자가 지금까지 쓸 수 있게 이끌어 온 것 같아요. 아픈 우리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엄마가 좋아하는 건 다 해주고 싶었거든요.
자음판으로 쓴 그 여섯 글자가 유독 생각나는 정오입니다.
이 조그만 책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매일 그리운- 저희 엄마에게 바치고 싶어요.
많이 사랑해. 영원히 잊지 않을게.
제게 준 조그만 출간 선물. 동네에 있는 작은 소품샵에서 늘 사고 싶어서 쳐다보기만 했던 사랑스러운 쿼카를 한 마리 데려왔답니다. 앞으로는 이 아이처럼 웃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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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들은 질문들 Q & A
Q. 이름이 왜 김펭귄인가요?
A. 이름을 정할 때도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 중에 하나인 펭귄+엄마의 성인 김 씨를 따서 만들었어요. 뭔가 하찮아 보이는 이름(?) 같아서 맘에 들어요.
Q.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A. 저는 요즘 케이크 가게 운영에만 충실하게 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들에 대한 글을 읽으시다 보면 제가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엄마를 위해 젖 먹는 힘까지 쥐어짜서 살아냈을 뿐, 실은 저는 미친 듯이 게으른 사람이라서요.. 가게를 운영하는 일이 분주할 때도 많지만, 현재 거리두기 4단계로 적색경보가 내려진 서울의 상황 때문에 그리 바쁘지 않은 자영업자임에도 글을 자주 못 올리고 있어서 민망할 따름...입니다. 물론 요즘은 일상이 너무 비슷해서 쓸 거리가 많지 않은 탓도 있다는 핑계를 대 봅니다.ㅋㅋㅋ
Q. 이후의 연재 계획?
A.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사가 좋은 노래를 좋아해요. 그런 노래들과 결부시킨 너무 무겁지 않은 에세이를 써볼까 합니다. 지금까지처럼 종종 일상 에세이도 적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