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친구에서 송금을 하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미 2010년대 초반에는 모바일 뱅킹을 자주 활용하는 시기였지만 사용방법이 간단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직접 현금을 건네주는 게 더 편하기도 했다. 당시 은행들은 사용자 편의보다는 보안을 우선으로 설계했다. 사용자들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러던 중 2015년 이러한 모바일 뱅킹 환경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서비스가 있었다. 토스의 간편송금이었다. 금융 상품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금융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
토스는 수십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던 금융 시장을 ‘불편하더라도 보안을 위해 많은 걸 감수해야 했던 금융’에서 ‘일상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금융’으로 바꿨다.
ㅇ 사용자 중심의 설계
과거 금융 앱이나 웹사이트를 이용하다보면 ‘보안을 위해 xxxxx’ 라는 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보안을 위해 불편함과 어려움이 있으니 이해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금융 서비스는 보안이 생명이니 사용자들은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토스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바꿨다. 그 첫 번째가 간편송금이었다. 계좌번호를 몰라도 되고 전화번호만 있으면 되며 게다가 송금수수료도 무료였다. 특별한 가입조건도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송금을 자주 하던 사용자 입장에서는 토스의 간편송금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단 하나의 서비스 변화이지만 이 변화는 금융 서비스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는 시작이었다. 토스는 이 철학을 모든 서비스로 확장했다. 다른 금융 서비스와 증권도 ‘사용자 중심의 설계’로 바꿨다.
다른 금융 서비스들도 토스의 뒤를 이었다. 어렵고 복잡한 기존 금융 서비스는 토스와의 경쟁에서는 무너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ㅇ 금융 원앱 전략
토스는 간편송금에서 멈추지 않았다. 결제, 자산관리, 대출, 투자, 보험, 세금까지 토스 앱 하나에 모두 넣었다. 토스 앱 하나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말이다.
금융엔 다양한 서비스가 있어 여러 앱으로 나눠져 있었지만, 여러 앱을 오가는 것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었다. 각 앱마다 사용자 인증이나 회원가입 등을 별도로 해야 하기에 더욱 그랬다.
이제 토스는 금융 서비스를 모두 한 앱에 담은 것을 넘어 생활, 통신, 게임, 공공서비스 등 일상 생활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슈퍼앱으로 성장하고 있다. ‘금융’을 일상생활과 별개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안에 넣은 것이다.
토스의 전략은 다른 은행 앱으로도 확산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시중은행 앱에는 예적금, 대출, 금융상품 등 외에도 게임이나 운세, 생활 콘텐츠, 배달 등 여러 서비스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걸 볼 수 있다.
ㅇ 금융시장의 경쟁 기준
토스는 금융시장의 경쟁 기준도 바꿨다.
과거 금융시장에서는 금리와 보안 기술과 신뢰성 등이 주요 차별점으로 꼽혔다. 사용성은 후순위이었다.
하지만 토스가 금융서비스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기 시작하고, 이제 금리나 보안 기술, 신뢰성 등이 은행 사이에서 크게 차이점이 없어지자 사용자들이 금융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은 자연스럽게 ‘쉽고 편리한’으로 모아지게 됐다.
사용자들의 금융 서비스 선택 기준이 달라지게 되니 금융시장의 경쟁 기준도 달라지게 됐다. 얼마나 쉽게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고 얼마나 적은 행동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금융 앱을 얼마나 자주 오랫동안 사용하는지가 경쟁력이 되었다.
금융서비스 환경과 시장을 바꾼 토스는 과연 돈은 잘 벌까? 어떻게 벌고 있을까?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2024년 첫 흑자 전환했다. 그리고 2025년 매출 2조698억 원, 영업이익 3360억 원, 당기순이익 2018억 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토스는 크게 4가지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직접 금융상품을 개발해서 팔기보다는 앱 안으로 많은 사용자들을 모아 다양한 상품을 연결하고 광고하는 플랫폼 네트워크를 통해 돈을 버는 구조가 핵심이다.
① 금융상품 중개
토스는 대출, 보험, 카드 등 직접 금융상품을 만들거나 대출을 떠안기보다는 금융상품 마켓 플레이스 역할로 수익을 낸다. 사용자가 토스앱에서 대출, 보험, 카드 등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하면 해당 금융상품을 만드는 금융회사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 자본 부담 없이 높은 효율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② 결제 수수료
토스는 ‘토스페이먼츠’ 결제 인프라를 통해 가맹점 수수료나 관련 수익을 얻는다. 결제는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금융 서비스 중 하나로 사용자를 재방문을 유도하는 핵심 진입점이다.
▶️ 결제 → 토스 앱 재방문 → 금융상품 이용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③ 광고 수익
토스는 다른 금융 앱에 비해 사용자 수와 체류 시간이 높다. 토스 앱 사용량이 높을수록 사용자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를 광고 상품으로 연계할 수 있다. 토스가 금융플랫폼이자 하나의 광고플랫폼이다. 토스는 2023년 광고 사업 월 매출이 100억 원을 넘기도 했다.
④ 증권 및 보험 등 자회사 수익
토스는 토스뱅크, 토스증권, 토스인슈어런스 등 여러 금융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들의 금융 서비스를 통한 매출 확대도 이루고 있다. 토스증권은 젊은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해외주식 매매 수수료 수익이 급증했으며 토스뱅크는 2025년 말 대출 잔액이 15조 원을 넘으면서 예대마진 수익도 본격화하고 있다.
토스의 비즈니스 모델 구조를 보면 아래와 같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당시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송금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대신 사용자 습관과 데이터를 토스로 모이게 한 후 이를 플랫폼 네트워크로 활용하는 비즈니스모델 전략이 현재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즉, 무료 서비스로 사용자를 모으고 그 안에서 금융을 유통시켜 수익을 만들었다.
토스의 성장은 전략과 설계의 결과물이다.
ㅇ 명확한 진입 전략
토스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간편송금’ 하나였다. 사소해보이지만 사용자들이 가장 큰 불편을 느끼던 부분이었다. 이 지점을 파고 들었다.
송금 서비스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내가 친구에게 토스 간편송금으로 돈을 보내면 친구도 ‘토스 간편송금’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토스 사용자로 유입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토스의 간편송금에 몰리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토스 = 쉽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로 인식하게 됐다. 하나의 금융을 ‘서비스’로 바꾼 시작점이었다.
욕심을 내지 않고 하나의 기능으로 빠른 사용자 확보를 통해 명확한 서비스 철학의 인식을 심어준 진입 전략이었다.
ㅇ 사용자 경험에 대한 집착
지금도 토스의 가장 큰 강점으로 편리하고 쉬운 사용성이다. 토스는 항상 사용자 경험에 대한 집착했다. 금융 용어도 토스에 맞게 바꿔서 적용했다. ‘송금’ 대신 ‘보내기’, ‘계좌 개설’ 대신 ‘계좌 만들기’ 등 직관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토스뱅크나 토스증권 서비스도 기존 금융 앱과는 다르게 앱 화면을 처음 봤을 때 ‘이게 뭘 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거의 없다. 사용자들이 주식 커뮤니티가 필요하면 과감하게 커뮤니티 기능을 앞세우고 한 화면 안에 복잡하게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사용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금융을 ‘이해하는 서비스’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금융 장벽을 느껴 벗어나지 않도록, 금융이 일상생활이 되도록 이끌었다.
ㅇ 잘하는 것에 집중
단기간에 금융상품을 고도화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거나 큰 돈이 오고가는 기업 금융으로 기존 전통 금융회사들을 이기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토스는 기존 금융회사들의 영역보다는 토스가 잘하는 ‘사용자 확보와 연결’에 집중을 했다. 명확한 진입 전략으로 사용자를 모으고 사용자 경험에 대한 집착을 통해 ‘쉽고 간편한 금융’으로 사용자의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차지하도록, 자주 방문하도록 만들었다.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플랫폼으로서의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중개와 광고 수익이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토스를 10년 동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토스는 토스만의 방식으로 금융을 재정의했다.
금융을 더 잘 만든 회사가 아니라 금융을 사용자 중심으로 다시 설계한 플랫폼이다. 그 결과, 금융은 복잡한 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앱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일상 생활이 되도록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