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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승무원 Aug 26. 2018

(번외) 라운드테이블 _ 승무원 지원과정

승무원 A,B,C 이야기


 <등장인물>


승무원 A (항공서비스학과 졸업, 국내항공사 입사)


승무원 B (4년제 영문과 졸업, 외국항공사 입사)


승무원 C (일반 사무직에서 이직, 국내항공사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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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끼 : 처음 승무원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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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저는 고등학생 때 승무원을 꿈꾸게 되었어요. 그때 당시 유행했던 SNS 속 유명한 언니들이 대부분 승무원이었거든요. 해외에서의 생활, 높은 보수,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경험을 하는 것을 보고 막연히 동경만 하다 직접 그 삶을 살아보고 싶어 승무원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어요. 너무 단순한 계기라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어떤 것을 꿈꾸는 데 항상 거창한 이유가 있진 않잖아요. 저 역시도 처음엔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B: 저는 대학생 시절 어학연수를 갔다 승무원을 제 직업으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전공이 어학 쪽이라 졸업 후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었는데, 그것을 좁혀 나가며 저만의 길을 찾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남들이 하는 것, 내가 하고 싶어 했던 것들을 마구잡이로 해 나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어학연수라는 계기를 통해 처음 해외로 나가게 되었는데, 그 때 경험했던 해외에 대한 기억이 저에겐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사실도 그 때 처음 알게되었고요.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 와서 느낀 것들을 종합해보니 승무원이라는 교집합이 생겨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승무원 준비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C: 저는 승무원과는 완전히 다른 쪽으로 취업한 직장인이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항공사에 취직한 친구가 있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 그 친구와 저의 생활을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매번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저와는 달리, 해외를 자유롭게 다니고 자기 시간이 꽤 주어지는 친구의 근무환경이 부럽더라고요. 뻔하디 뻔한 직장인보다 좀 더 인생을 다채롭게 살고 싶어서 과감하게 승무원에 도전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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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토끼 : 승무원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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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저는 항공과였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는 것 자체가 승무원 준비과정의 일환이었어요. 까만 정장을 차려 입고, 그에 맞는 화장, 머리, 구두까지 갖춰서 매일 통학을 했었어요. 처음에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신경 써서 다닌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는데, 2년 정도 그걸 매일 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습관이 되어있더라고요.

또, 학과 커리큘럼 대부분이 실습이나 모의면접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의 모든 수업의 끝에는 평가와 피드백의 시간이 있었어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직접 서비스를 시연하고, 서비스 자세 뿐만 아니라 태도나 말투, 외적인 준비상태까지 매번 평가받았기 때문에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승무원의 외적이미지는 저절로 다듬어졌던 것 같아요. 좀 더 욕심이 있는 친구들끼리 추가적으로 취업스터디를 만들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도 했어요.


 -> 승무원이 되기 위해서 항공과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나요?



A: 오로지 ‘항공사 취업’이 목표라면 어느정도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이 수업 내용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다듬어지는 부분도 있고, 같은 꿈을 꾸는 동기들이 있어서 자극과 위안이 동시에 되기도 하거든요. 무엇보다 매 수업마다 학생들을 평가해 주는 교수진 또한 실제 승무원으로 몇 십년 이상 근무 했던 경력자이고, 특정항공사에서 면접관으로 있었던 분들도 계셔서, 항공사의 분위기나 채용 기준을 조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어요. 방향성이 잡힌 상태에서 준비한다는 것이 불필요한 준비 시간을 많이 줄여주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항공과의 장점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해요. 
예전에는 항공과와 회사가 연계되어 있는 실습생 제도가 있었고, 실습생 기간이 끝나면 대다수가 해당 항공사의 입사로 이어졌기 때문에 항공과의 장점이 뚜렷하게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실습생 제도 자체가 폐지되었고, 예전처럼 항공과 입학이 입사와 직결되지는 않아서 항공과에 진학하는 것이 꼭 유리하다고는 말하기 힘든 것 같아요. 또 채용 분위기도 바뀌면서 학과에서 강조하는 승무원의 이미지 연출이 꼭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도 않는 것 같고요. 특성이 뚜렷한 학과인 만큼 장단점이 분명해서 개인의 성향이나 여러가지 조건을 고려해서 진학해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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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분들의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B: 저는 국내항공사와 외국항공사(이하 외항사)를 동시에 준비했어요. 처음에는 같은 직종이니, 똑같이 준비하면 되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공채가 뜨는 대로 이력서를 뿌리고 다녔던 것 같아요. 결과는 모두 낙방이었죠. 승무원은 지원횟수도 기록에 남고 그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도 있다는 이야기를 이미 몇 번의 지원을 마치고 들었어요. 몇 번의 고배를 마시고,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바닥에서 수도 없이 제 자신을 마주해야 했어요. 감정적으로 지치고 흔들릴수록 이성적으로 판단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나를 가장 필요로 할 것 같은 곳, 내가 매력적인 지원자가 될 수 있는 곳을 분석했어요. 그 후 나이와 외적인 이미지를 많이 본다는 국내항공사 지원을 멈추고 외항사에 전념했는데, 이 선택과 집중이 저에게는 신의 한 수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 지원과정에서도 국내항공사와 외항사의 차이가 있나요?


B: 일단 중요하게 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요. 국내항공사가 최우선적으로 보는 것이 ‘이미지’라면, 외항사는 그 외의 다른 조건들을 더 고려하는 것 같아요. 영어가 중요하긴 한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어학점수가 아니라 기본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능력을 많이 보기 때문에 단순히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합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일례로, 승무원 면접 과정 중에 한 주제에 대해서 여러명이 토론하는 ‘디스커션(discussion)’이라는 전형이 있었는데, 저는 처음에 그 전형이 단순히 영어실력에 대한 평가라 생각해서 지원자 중 가장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했거든요. 그런데 불합격을 했어요. 저 대신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묵묵히 듣기만 했던 지원자가 붙었죠. 그 때 제가 놓친 것이 있다고 느꼈어요. 사실 항공사 면접은 동시통역사를 뽑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업을 할 외국인을 뽑는 자리인데, 기내에서 구사하는 영어는 그렇게 난이도가 있는 대화는 아니거든요. 외국어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그 이후부터는 말의 유창성보다 대화에 임하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아요. 서비스를 하는데 논리적으로 잘 말하는 것보다 요구를 잘 들어주는 능력이 더 필요했던거죠. 이 때의 떨어진 경험이 그 다음 면접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키가 된 것 같아요.




-> 회사가 중점적으로 보는 역량의 차이가 확실히 있군요. 그 외에 면접 진행 과정은 비슷했나요?



B: 그것도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국내 항공사는 어느 정도 정해진 틀 안에서 세부 사항만 바뀐다면, 외항사는 지원하는 항공사마다 특징이 확실하고 기준이 너무 달라서 사실 전 세계 모든 항공사들을 ‘외항사’라는 틀 안에 묶어버리는 것도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하루에 공개 오디션처럼 모든 전형을 끝내는 항공사가 있는가 하면, 서류를 미리 심사한 후 합격자에게 면접 기회를 주는 항공사도 있고, 한국 대행사를 통해서 채용하는 항공사도 있어요. 가장 간단하면서도 큰 차이는 국내 항공사는 국내에서, 외국 항공사는 대부분 외국에서 면접이 진행된다는 점이예요. 해외로 나가는 것 자체가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일인데, 면접 당일에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한다는 것은 지원자에게 엄청난 부담이긴 했어요. 하다못해 국내항공사 지원자가 흔히 이용하는 전문 메이크업샵, 헤어샵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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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남승무원의 지원과정은 어땠나요?


C: 저는 이미 회사가 있는 상태에서 준비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니는 회사와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입사한 지 얼마 안됐을 때라, 이미 입사를 위한 스펙은 갖춰져 있는 상태였고, 승무원이라는 특수한 직종에 특화해서 면접만 준비하면 되는 상황이었어요. 다른 일반 직종을 준비하는 것처럼 답변 내용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승무원 면접은 내용 자체보다 전달하는 방식, 그 말을 할 때 자세나 태도가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답변 내용 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서 준비했던 기억이 나요. 




기회의 부족이 또 다른 고비였어요. 지금은 성별의 구분 없이 한 공채에서 남,여 승무원을 같이 선발을 하지만, 제가 지원할 때만 해도 남자승무원 공채, 여자 승무원 공채가 따로 있었어요. 그리고 여자 승무원 공채가 3번 날 때 남자 승무원은 1번 나는 비율이어서, 면접 한 번이 굉장히 중요했죠. 지금은 예전보다는 남자 승무원에 대한 수요가 커져서 제가 지원했던 시기보다는 조금 더 기회가 열린 편이지만 지금도 여자 승무원과 비교해서 뽑는 인원이 소수이긴 해요. 언제날 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계속 준비를 해야 되니 심적으로 불안했던 것 같아요.

처음 봤던 공채에 최종면접까지 올라갔고, 최종면접에 갔으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합격이라는 말을 듣고 다니던 회사에 덜컥 사직서를 제출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탈락의 결과를 받았죠. 그리고 1년 동안 남자 승무원 공채가 나지 않았고, 후회와 불안의 1년을 보냈어요. 그 1년이 정신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1년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리고 거짓말같이 딱 1년 뒤 또 공채가 났고 그때서야 합격을 했죠.

-> 첫 번째 면접과 두 번째 면접의 차이가 있다면?
C: 저 스스로도 그 답을 찾으려 많은 고민을 했어요. 처음에는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서 자격이나 외적인 부분이 부족해서 탈락의 결과를 맞았다고 생각해 영어공부부터 아예 다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통해, 자격조건의 문제라기 보다 면접 당시 제 태도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첫 번째 면접에는 이미 다른 회사에 합격한 경험도 있었고, 제가 가지고 있는 조건도 지원자 평균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저도 모르게 자만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면접 때는 제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완전히 탈바꿈하려 노력했어요. 말투나 답변의 조사 하나하나까지 겸손이 묻어나게 준비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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