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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링크 Jun 28. 2019

블랙박스 시크릿

(by 매슈 사이드)

실패를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것의 중요성, 사례, 방법을 다루었다.


블랙박스 시크릿이라는 제목은 항공업계에서 사고가 났을 때 블랙박스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로부터 사고방지 방안을 수립하는 것에 기초한다. 즉, 블랙박스 사고란 실수에 위협을 느끼기보다는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의료사고 vs 항공 사고 


이 책은 전직 조종사의 아내가 부비동염 수술 중 의료사고로 사망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수술은 흔한 것이었고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경력이 30년이 넘었으며, 마취과 의사는 경력 16년차였다. 걱정할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마취 후 환자의 턱 근육이 굳고 기도가 보이지 않아 산소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보통은 이런 경우 기관을 절개하여 산소 튜브를 넣기 때문에 수간호사는 재빨리 기관절개에 필요한 장비를 가져와서 의사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공황상태에 빠져 시간감각을 상실한 채 계속 입 안의 기도로 튜브를 밀어 넣으려고만 했다. 간호사는 ‘의사들도 당연히 기관절개술을 생각했겠지만 지금 뭔가 이유가 있어서 안하는 거겠지’, ‘괜히 또 얘기했다가는 수술에 방해될 거야.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나한테 책임을 물을거야’라고 생각해서 입을 다물었다.


20여분간 산소부족 상태로 있던 환자는 결국 사망했고, 책임 의사는 ‘마취하는 동안에 문제가 좀 생겼어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가끔 이렇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나죠. 마취과 의사들도 최선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어쩌다 한 번 일어난 일이예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남편은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뭐가 잘못됐던 건지 궁금해져서 병원측에 사고 경위를 문의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따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지는 않으며, 정 원한다면 소송을 하라는 말로 퇴짜를 놓았다. 남편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계속 했으며 마침내 병원 측의 과실을 밝힐 수 있었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의료 안전에 대한 자선단체를 이끌고 있다(https://chfg.org/)


이처럼, 의료업계에서는 실수가 무능함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감추려 하고 관련 자료를 누락하기도 한다.

실패에 대한 문화적 반감에 자기 정당화까지 더해지면, 진보를 방해하는 난공불락의 장벽이 생겨버린다(p32).


반면, 항공업계에서 실패는 실수한 조종사의 무능함이 아니라 모든 조종사, 항공사,규제기관들이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배움의 기회로 간주되고, 허투루 간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고가 일어나면 블랙박스로부터 사고의 원인을 파헤쳐서 재발 방지 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공유한다.


예로, 위의 의료사고와 비슷한 이유로 발생해서 181명의 승객 중 10명이 사망한 1978년의 유나이티드 항공 173편의 사고의 경우, 사고 후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상하간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이유 1. 사고방식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을 꺼리는 내적 두려움과, 비난이나 처벌을 두려워하는 외적 두려움이 있다.


외적 두려움은 의도적인 은폐를 가져오지만, 내적 두려움은 자기기만을 유발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증거 나타났을 때 믿음을 지키기 위해 증거를 왜곡해서 해석하는 인지부조화, 왜곡된 기억,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 기인한 확증편향 등이 있다. 다음은 몇 가지 사례이다.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판정하고 나서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님을 시사하는 DNA 증거가 나왔는데도 여전히 그가 범인임을 고집하는 검사와 재판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구실로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지만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공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정치인

경제 예측이 빗나갔는데도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자신의 예측이 맞다고 고집하는 경제학자

부시의 잘못을 지적하려는 마음에 잘못된 기억을 맞다고 우겼던 유명 과학자

통제 집단 없이 실험 집단만으로 효과를 판단(예: 교정 프로그램의 효과를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설문에 응답한 자료만 가지고 판단. 설문에 응답하지 않거나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음)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이유 2. 시스템 (하향식 추론 vs 상향적 반복)


유니레버의 분말세제 제조공장에서 노즐이 막히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자들로 팀을 꾸렸으나 결국 만족스런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생물학자들에게 이 일을 맡겼는데, 그들은 수학자들처럼 이론에서 출발하지 않고, 노즐의 속성을 조금씩 달리 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점진적 개선을 해 나갔다. 긴 것, 짧은 것, 구멍이 큰 것, 구멍이 작은 것, 안 쪽에 홈을 판 것 등을 만들어서 이 중 어느 하나의 결과가 좋으면, 다시 그것을 조금씩 변형하는 식으로 반복해서, 449개의 실패작 끝에 결국 해법을 찾았다.


수학자들의 접근은 이론,계획,전략을 수립한 후에 최종안을 실행하는 하향식 접근이고, 생물학자들의 접근은 불완전한 상태로 실행하고 반복적으로 실패에서 피드백을 얻으면서 최종안을 수립해 가는 상향식 접근이다.


하향식 접근에서는 노력의 결과가 성공이나 실패로 판가름 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향식 접근에서는 실패를 전제로 해서 성공을 만들어 가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다(“위대한 테니스 선수가 되려면 먼저 수많은 시합에서 패해야 한다”). 또한, 하향식 접근은 큰 그림을 중시하고 상향식 접근은 세부의 작은 조각을 유심히 본다.



실패에서 성공으로 도약하는 방법


1. 한계이득 marginal gains을 활용하는 체제


한계이득이란 하나의 큰 목표를 작은 부분으로 나누고 각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1903년에 시작된 세계 최고의 사이클링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 대회에서 그간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영국팀이 2012년에 최초로 우승을 했다. 이 비결은 자전거의 설계 요소, 선수들의 생리적 능력의 세부 요소들을 분해하여 변화를 주며 수 많은 작은 실패로부터 피드백을 얻어 개선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한 데에 있다. 각각의 성과는 작았지만 그것이 모여서 거대한 성공을 낳은 것이다.



2. 실패를 성공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체제


저자는 ‘창의성의 탄생’이라는 챕터에서 다이슨,픽사의 성공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창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성공’으로 바꾸어도 어색하지 않다.


사람들은 창의성 또는 성공을 동화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뉴턴의 사과처럼 1) 어느 순간 2)독보적인 아이디어가 떠 오르고 3) 그 아이디어에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며 4) 일사천리로 성공을 가져다 준다고.


이는 뒤집어 말하면, 기대하는 시점까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아이디어가 독창적이 아닐 때, 사람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때 실패로 규정하고 포기하거나,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나면 성공한 것으로 생각하고 손을 놓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성공은 이런 모습이 아니다. 성공에는 오랜 시간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 최초의 것 보다는 좀 더 유용한 것, 비판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기획에 머물지 않고 실행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이슨과 픽사에서 이러한 점은 다음과 같이 드러난다.

1)다이슨 청소기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지겹도록 오랫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쳐서 최종 상품의 모습을 갖추었다.

2)다이슨은 수천 건의 특허를 갖고 있지만, 특허를 신청하러 가면 대부분 누군가가 이미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럴 때 다이슨은 기존의 특허 건에 약간의 추가 사항을 덧붙여서 특허를 받아냈다. 완전히 독창적이는 않다는 얘기다.

3)다이슨이 청소기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안했을 때 임원진은 ‘그게 그렇게 좋은 아이디어라면 왜 경쟁사가 그걸 안하고 있겠나?’라며 받아 들이지 않았다. 픽사의 에드윈 캣멀 회장은 ‘우리 영화들은 하나같이 처음엔 최악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비판과 무관심을 ‘접어야 하는’ 종착점으로 간주하지 않고 더 나은 것을 향한 출발점으로 삼았다.비판에 대한 유연한 태도의 중요성은 심리학자 Charlan Nemeth 등의 실험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들은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 집단과 서로 비판적인 피드백을 주도록 한 집단의 아이디어 수준을 비교했는데, 후자가 더 양적, 질적으로 우수했다.

4) 사이클론 청소기를 생각해 낸 사람은 다이슨이 첫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었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아이디어를 낸 것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다이슨은 5127개나 되는 견본품을 만든 끝에 상용화 가능한 제품과 생산체제를 갖추었다.    


시스템과 조직체의 차원에서 성공하려면, 크게 생각하면서도 세세한 부분을 신경쓰고, 상상력을 발휘하되 규율을 지키며, 문제의 세부사항들에 열중하되 상황을 넓게 볼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p279)



3. 실수로부터 배우는 문화


경영자들은 처벌이 직원들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줄이고, 처벌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나태해 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계에서 처벌 강화는 실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솔직함을 떨어뜨린다. 불공정한 문화가 조성될 수록, 단순 실수에 대한 처벌이 클수록, 성급한 판단이 내려질수록, 진실한 정보는 더욱 깊숙이 파묻힌다.


이는 처벌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적절한 분석이 없는 징계가 위험하며, 먼저 비난하고 보는 태도를 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 의해 공정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고, 이 결과에 따라 고의성 있는 실수는 처벌하고 실수를 낳는 시스템은 개선해야 한다.


섣부른 비난이 가져온 비극적인 사례로 2007년 영국에서 17개월 된 아기가 가족에게 학대를 당하다 사망한 사건을 들었다. 학대한 가족들은 징역형을 받았는데, 언론은 이와 관련하여 그 지역의 사회복지 담당자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사람들은 이로 인해 사회복지사들이 좀 더 투철한 책임감을 갖고 일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이들은 죄책감과 불공정한 비난으로 벼랑 끝에 몰린 나머지 퇴사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비난을 방어하고자 형식적인 서류를 작성하는 데 골몰했다. 그 결과 전보다 더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어져서 오히려 아동피해 건수가 증가하였다.



4. 성장형 사고방식과 근성(Grit)


실수를 자아를 위협하고 지존감을 해치는 것으로 간주하면 자신에게조차 실수를 시인하지 않으며 난관에 봉착하자마자 포기해버린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자기불구화 self-handcapping를 사용하기도 한다(예: 시험을 못 볼까봐 오히려 시험공부를 하지 않는 것).


심리학자 Jason Moser의 뇌 과학 실험에 따르면 자신이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고정형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실수를 무시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며, 실수 후에 과제 수행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노력에 따라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실수에 주의를 기울였고, 실수 후에 과제 수행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는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고정형 사고가 강한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실수를 두려워하고 실수가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반면 성장형 사고가 강한 조직에서 직원들은 좀 더 솔직하고 협력적이며 실패해도 조직이 자신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지면 부정적 피드백에 움츠러 들지 않고 근성있게 노력을 지속한다. 하지만 이들이 일단 시작했다고 해서 무익한 일에 하염없이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그 일을 하기에 능력이 부족하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면 두려움이나 수치심 없이 포기할 수 있다. 이들은 포기했지만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사고방식을 키우는 사례로 영국의 윔블던 고등학교에서는 ‘실패 주간’이라는 행사를 운영했다. 이 기간에는 실패를 축하하는 워크숍과 소모임이 열리는데, 여기에서는 부모나 교사가 자신의 실패와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털어 놓고, 유명인사들이 실패를 통해 배움을 얻는 스토리를 동영상이나 강연으로 소개한다.


진화의 원동력은 실패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실수를 감춘다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제자리 걸음 밖에 할 수 없다. 성장형 사고방식과 진보한 진화 시스템이 어우러질 때, 우리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개인과 조직 차원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p358).





생각해 볼 질문 



1. (개인이나 조직에서의 어떤 실패에 대해) 그것을 야기한 사고방식과 체제(환경)은 무엇일까?  


2.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에 내가 틀렸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3. 하향식 추론과 상향적 반복을 균형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참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0/2019051001929.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실패학, 실패담


http://failexpo.com/                                                                    실패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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