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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하나가 하나만이 아니었던 하나만 투어

라라크루 글벗들과 떠난 미술관 여행

by 실배

언제부터인가 미술관이 좋아졌다. 그림이나 조형물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그냥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평온해졌다. 휴가 때 여행을 떠나면 미술관은 필수 코스 중 하나가 되었다.


또 하나의 라라크루 글쓰기 모임이 마무리되던 합평회에서 불쑥 화요일 작가님의 미술관 투어가 화제가 되었고, 많은 사람의 관심 끝에 7월 중에 함께 떠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이름하야 하나만 투어.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본다는 뜻이었다. 입에 착 감기는 게 가기 전부터 기대가 차올랐다. 장소는 원주에 있는 뮤지엄산 미술관이었다.


멤버들의 글이 하나 둘 단톡방에 올라가며 활발히 모임이 진행되는 중에도 가끔씩 툭하고 하나만 투어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면 난 빨간펜을 가져와 이미 달력에 동그랗게 표기된 곳을 덧대었다. 간다고 마음먹으면 더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드디어 6월 중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하나만 투어의 본격적인 계획이 진행되었다. 이동부터 미션까지 화요일 작가님이 모두 구성해 주었다. 개별 미션으로 마니토가 있었는데, 몰래 선행을 베풀고, 사진으로 모습을 포착하고 마니토만 매력을 찾아야 했다. 기억 속에 잊혔던 마니토란 단어가 불쑥 내 앞에 나타났다.


참가 인원은 총 8명으로 서울팀과 용인팀으로 나눴다. 우리 팀에 화요일 작가님이 있어서 이동하면서 미술관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벌써 여러 번 다녀왔고,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다가온다는데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와서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뮤지엄 산이란 이름 그대로 미술관은 산 정상에 위치했다. 겉으로 보이는 규모가 상당했다. 건축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안도 타다오가 설계 총괄을 담당했다는데 모습 자체가 예술적이었다. 표는 화요일 작가님이 추천한 제임스터렐권으로 구매했다. 특별한 세 가지 조형물을 볼 수 있고, 나머지 전시관도 무료였다.


알렉산더 리버만의 작품, 빨간 빛깔의 거대한 아치형 조형물을 지나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되었다. 제임스터렐관은 도슨트과 동행하며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빛을 이용한 총 세 가지 작품을 감상했는데, 일상적으로 우리가 본다고 믿는 것들의 실체와 허상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작가의 경험이 묻어난, 그리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슴게 콕 박혔다. 놀라우면서도 감동이 잔상처럼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낮과 밤, 그리고 계절에 따라 또 다르다니 다음번에 다른 시간, 다른 계절에 다시 보고 싶었다.

일반관으로 이동해서 다른 작품을 감상했다. 이동하는 통로와 벽 등도 모두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다. 나만의 감상을 담아 한 컷 찍어보았다. 같은 것을 바라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순간, 찰나마다 웃음이 가득했다.

안도 타다오가 가장 좋아한다는 공간에서 인생컷도 찍었다.

모든 관람을 마치고 화요일 작가님이 추천한 막국수 집을 갔다. 주변의 많은 음식점 중에서 유독 이곳만 붐볐다.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다 들어갔다. 막국수를 포함 골고루 다른 메뉴도 맛보았다. 하나하나 어찌나 맛나던지 입이 쉴 틈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두 번째 일정인 소금강산으로 향했다. 예전에 한 번 가보았던 곳이고, 출렁다리의 공포와 충격이 아직도 생생했다. 다행히 날이 더운 관계로 입구까지만 가기로 했다. 날이 흐렸지만 습도도 높고 생각보다 무더웠다. 그럼에도 출렁다리 입구까지는 다녀왔다.


더위를 식히고자 카페에서 시원한 빙수와 커피를 마셨다. 이때 본격적인 미션 결과가 공개되었다. 나의 마니토는 우리 라라크루의 대장이자 정신적 지주인 수호 작가님이었다. 미술관의 멋진 작품에 빠져 사진을 많이 못 찍었는데, 다행히 다른 분들이 대신해 주었다. 선행은 아침에 커피를 못 마셨다고 피곤해하는 작가님께 라테를 준 정도였지만, 틈틈이 옆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관심을 가졌다. 둘 만의 멋진(?) 아니 코믹한 사진도 찍었다.

늘 삶의 빛을 쫓아 가슴 울리는 멋진 글을 쓰는 수호 작가님과 뮤지엄 산 미술관이 서로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일정을 마무리하고 뒤풀이를 위해 다시 용인으로 이동했다. 장소는 갈빗집이었다. 점심에 분명 배불리 먹었음에도 갈비가 들어가다니. 왁자지껄 여행 후기로 이야기 샘이 마를 때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정으로 인하여 금주를 했으나 이미 분위기에 잔뜩 취했다. 2차로 호프집까지 가서 밤늦게야 끝이 났다.

일정, 사람, 음식, 뒤풀이까지 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투어였다. 어느새 우리는 또 다른 투어를 꿈꿨다. 라라크루 멤버들과 함께라면 어딘 들 좋지 않으랴. 선선한 가을쯤에 또 떠나지 않을까.


모든 일정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화요일 작가님과 함께 해주신 모든 멤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투어의 여운은 아마도 오랫동안 내 삶 속에 스며들어 살아갈 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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