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와 가족> 영화 리뷰
<야쿠자와 가족>(넷플릭스) 영화 리뷰
“과거는 바로 현재예요. 안그래요? 미래이기도 하고. 우리는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애써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인생은 그걸 용납하지 않죠.”
-오진 유닐, <밤으로의 긴 여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연결된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모든 걸 백짓장처럼 새로 시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현재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고, 미래는 현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누구나 이러한 사실을 어렴풋하게 인지하고는 있다.
그러나 인과가 너무 복잡하고 얽히고설켜있어
그냥 운명이라고 통칭하는 것이다.
아니면 한 명의 개인에게 있어서 시간이라는 굴레의 사슬은 너무 거대하고 불가해하기 때문 에 이걸 간단하게 운명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것들의 인과를 파헤치고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건 역사가의 몫이다.
우리는 역사가가 열심히 할 일을 할 때 발 닦고 자면 편하다.
<야쿠자와 가족>은 이러한 이치를 재확인시켜주는 영화였다.
영화의 초반부는
너가 날 치면 난 또 널 치지
그럼 넌 또 날 치지,
라는 어떤 노래의 가사가 무한 반복되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도 순수한 사랑의 씨앗이 잉태될 수 있고, 그것이
희망적인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또한 영화는 알려준다.
유카(여주)에 대한 주인공의 마음은 순수했고, 그것이 여러 갈래(부정적인 것을 포함해서)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잠재성을 긍정적인 현재로 바꿔놓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간 속의 톱니바퀴로만 존재하는 건 아니며
시간 앞에서 무력한 존재만도 아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연결되어 있지만,
즉 미래는 과거의 영향을 받지만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또한 이 영화가 가르쳐준 것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자기희생을 통해 복수와 분노가 미래에까지 대물림되는 것을 막는다.
회피와 분노와 기만으로 점철되었던 부정적인 과거가 현재로, 더 나아가 미래로 이어지는 걸 막는다.
아마 유카와의 사랑을 통해 희망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현재는 과거의 미래이다.
그러니까, 현재는 과거의 시점에서 여러 갈래의 잠재성(또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했던 것들이 현실에서 구체화된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들을 현재로 만들었던 것은 우리의 선택이었다.
올바른 선택을 통해서만 올바른 현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현재는 미래라는 여러 갈래의 잠재성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선택을 통해 그러한 잠재성들을 긍정적인 현실로 옮겨 올수 있는 것이다.
복수의 미래를 하나의 현실로 바꾸는 데 우리의 선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엄밀히 말하 면 그 선택의 ‘도덕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책임을 받아들이는 마음, 세상을 더 좋게 만들겠다는 마음, 유혹해 빠지지 않고 피하고 싶은 일을 똑바로 마주보겠다는 마음, 지금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겠다는 마음에 기초한 행동들이 앞으로 존재할 모든 것을 더 좋게 만든다.
과거가 무질서했다면, 그때 남아있는 혼돈들이 아직도 현재의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혼돈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건설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느끼게 되었다.
유카와는 짧은 인연이었지만 주인공은 그녀를 진심으로 대했고 서로에게 결핍된 가족이 되어주려 했기 때문에 이때의 올바른 선택이 주인공의 2005년을 바꿔놓았고, 2021년을 바꿔놓 았다.
결국 이 영화는 한 개인이 현재라는 시간 축에서 내린 올바른 선택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며,
그러한 선택이 영웅적인 것으로 화(化)해, 복수와 분노의 굴레에서 해어나오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미래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영화이며,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였던 분노에 가득 찬 양아치도,
그렇기에 우리 모두도 운명의 굴레를 짊어질 수 있는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