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을 구축하는 삶의 방법
<1995년 초, 형제는 팰로앨토에서 책상 두 개와 매트리스를 놓을 수 있는 작은 사무실을 빌렸다. 처음 6개월 동안은 사무실에서 잠을 자고 YMCA에서 샤워를 했다. 훗날 셰프이자 레스토랑 경영자가 된 동생이 직접 구비한 전기 코일로 가끔 요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로 잭 인 더 박스(패스트푸드 체인점으로 한국으로 치면 고봉민 김밥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에서 식사를 했는데, 가격이 저렴하고 24시간 영업하며 한 블록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동생은 “아직도 모든 메뉴를 하나하나 읊을 수 있을 정도에요. 머릿속에 완전히 각인되었거든요”라고 말한다. 형은 데리야끼 덮밥의 애호가가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동생은 킴벌 머스크이고 형은 일론 머스크이다. 두 명의 머스크 형제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첫 창업을 시작했다. 1년 전에 넷스케이프가 수백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올리며 상장을 했지만,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두 형제는 제품 개발에 집중하되 지속가능한 개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지출을 통제했다. 이는 아마도 그가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어떻게 기업을 운영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론을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전달한다.
지출은 크게 고정 지출과 변동 지출로 나뉜다. 고정 지출은 주거비(주택 담보 대출 상환액, 전세대출 이자, 월세 등),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처럼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항목이다. 그 외에는 대부분 변동 지출로 구분한다. 변동 지출은 소비 항목과 투자 항목으로 나누는데, 소비 항목은 식비와 문화생활, 경조사비, 쇼핑, 의료를 포함한다. 이 금액의 합계의 15%를 여유자금으로 둔다. 여유자금은 비상금처럼 갑자기 특정 분야의 지출이 늘었을 때 유용하게 대처하도록 도와준다. 앞의 글에서 통제감을 키우는 방법으로 ‘2. 완벽에 집착하지 않고 포기한다는 선택지를 제공하기’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여유자금을 따로 만든 것은 완벽에 집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장치다. 투자는 30년 이상 투자할 장기투자와 그렇지 않은 일반투자로 구분한다. 장기투자는 주택청약과 연금저축이 주를 이룬다. 일반투자는 자신의 소득에서 고정지출, 장기투자, 변동지출_소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입력한다.
소비는 너무 보수적으로 잡아도 안 되고, 너무 여유 있게 잡아도 안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의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어느 항목에 얼마나 지출했는지 통계를 내어보자. 지금 당장 국세청 홈택스에 들어가서 작년에 사용한 신용/체크카드 명세서, 현금영수증 내역을 확인해 보자. 모든 지출내역은 위에 변동지출_소비 카테고리에 맞게 분류한 뒤 12로 나눈 값을 매달 발생하는 변동지출_소비 값으로 정하면 된다. 이 방법은 과도한 지출을 막고 계획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변동지출_소비 항목에 있는 금액 내에서는 자유롭게 소비해도 괜찮다. 매달 쇼핑을 정해진 금액만큼 하지 않을 것이다.(올바른 지출 습관을 갖는다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쇼핑을 하지 않게 된다.) 경조사가 평소보다 많은 시기에는 다른 지출을 줄이고 경조사비를 조금 더 쓴다. 만약 이번달 지출이 평소보다 많다고 하면 여유자금에 있는 돈을 쓴다. 기억해라. 우리는 완벽에 집착하기보다 포기한다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편이 더 낫다. 여유자금은 바로 이런 때에 비상금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반대로 이번달 지출이 많지 않아서 돈이 남았는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연말이 다가오면 꼭 보도블록 공사를 도시 곳곳에서 하곤 했다. 그 공사들은 남는 예산을 소진해야 이듬해 예산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이뤄졌다. 자주 가는 음식점에서도 월초보다는 월말에 직장인 회식이 많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역시 이번달에 받은 복리후생비 등의 예산을 다 쓰기 위한 지출이다. 그러나 개인의 삶은 다르다. 올해 예산이 남는다고 해서 내년에 줄이지 않는다. 이번달에 덜 썼다고 해서 덜 쓴 금액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번달에 소비에 쓰는 비용이 남았다면 그 돈은 일반투자 항목으로 옮겨서 투자한다.
투자에 관해서는 4장 투자 이야기에서 더 자세하게 볼 것이다. 이번 생활경제에서는 투자에 쓸 수 있는 원천을 마련하는 패턴을 만드는 시간이다. 건물을 지을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작업은 지반 공사다. 땅바닥을 다지는 과정이 잘못된다면 건물이 가라앉거나 건물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나의 월별 소득을 고려해서 매달 정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계획하는 것은 건축 현장에서 지반 공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 생활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만 하게 될 경우 삶이 피폐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어떻게 아느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반대로, 내 소비를 계획하지 않으면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아예 없어진다.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계획 없는 소비는 무절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지출을 통제할 수 있어야 계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것은 경제 활동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여러 가지 국내외 요인들로 시끄러운 와중이지만 중요한 것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삶의 안정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외부에서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항상 불안하다. 반면에 속이 단단하고 안정된 사람은 어떠한 흔들림이 있더라도 그것을 극복해 내는 모습을 보인다. 지출을 통제하는 것은 곧 내 삶을 통제하는 것이다. 자기 통제를 하는 사람은 곧 강인한 사람이라는 것을 앞서 살펴본 바 있다.
다음 챕터는 보다 구체적으로 신용등급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신용카드와 보험 등 금융 생활에 관련된 사항들을 알아볼 것이다. 각각의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은 있지만 이것들을 신용등급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에서 신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도 살펴볼 것이다. 자본주의는 사실 신용을 근간으로 이뤄지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은 신용등급과 그에 부수되는 금융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