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과 지출, 신용등급, 금융
시작은 미세한 차이였다. 나는 매달 돈을 모았고, 그 친구는 항상 잘 썼다. 친구는 주 3회 이상 술을 마셨고, 격주마다 골프 라운딩을 나갔으며, 분기에 한 번씩은 호캉스를 즐겼고, 1년에 2번씩 해외여행을 나갔다. 항상 명품을 입고 다녔고, 독일 B사의 차량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그에 비해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골프는 쳐본 적도 없었으며, 호텔은 결혼식이 있을 때에만 갔고, 해외는 신혼여행만 다녀왔다. 당시에는 항상 좋은 옷과 멋진 차를 타고 화려한 삶으로 치장된 그의 생활, 그리고 SNS 모습이 약간은 부러웠다. '그 친구는 나랑 같은 월급을 받는데 어떻게 저렇게 생활할 수 있을까? 원래 집에 돈이 많은 걸까?' 같은 물음이 종종 들었다. 그저 꾸준하게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며 4년의 시간이 흘렀을 때, 나는 현금으로 1억 원의 돈을 모았다. 그 친구는 여전히 막대한 소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4년의 시간이 흐른 뒤, 현금 1억 원이었던 내 자산은 더욱 불어났다. 나는 여전히 술을 마시지 않고, 골프는 치지 않으며, 호텔은 결혼식이 있을 때에만 갔고, 해외는 신혼여행 외에 지인을 만나기 위해서만 갔다. 그 친구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 친구는 아마 사회에 처음 진출해서 갑자기 돈을 벌게 되니 이전의 자신이 꿈꾸던 삶을 살아보기 위해 소비를 했던 것 같다.
우리는 분명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다. 하지만, 정작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은 알지 못 한 채 세상으로 나왔다. 고교 진학 -> 대학 입시 -> 취업 -> 결혼 -> 육아로 이어지는 과정을 마치 게임에서 퀘스트(온라인 게임에서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 게임 전체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요소로, 임무를 달성하면 보상이 주어진다)를 수행하듯 하나씩 이뤄나갔다. (사실 취업 이후 과정인 결혼에서 이미 30대의 절반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육아는 말해서 무엇할까..) 눈앞에 주어진 목표를 좇기 위해서 10대와 20대를 바치고 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으로 나와있었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세상은 이전에 배운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고교 시절에는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처럼 살았고, 취업만 하면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삶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걸 몰랐던 친구는 10년에 가까운 삶을 재밌게 살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것도 없이 10년이라는 세월만 흘렀다. 그 사이 물가는 올랐고, 그에 따라 다른 자산 가격도 올랐다. 인생은 실전이었다. 우리 삶에서 회귀는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법이다.
이번 생활경제 편에서는 먼저 소득과 지출에 대해 다룬다. 소득은 내가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을 의미한다. 국세청은 크게 종합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을 분류하고, 종합소득은 다시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으로 구분된다. 수입이 있다면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출이 있다. 지출은 돈을 소비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는 소득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지출은 통제할 수 있다. 적절한 지출은 어떻게 나눠야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지도 알아볼 것이다. 그다음에는 신용등급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자본주의의 근간은 신뢰라고 볼 수 있다. 신뢰가 구축되어 온 배경과 현재 모습을 살펴볼 것이다. 이 신용등급을 각 금융권에서 어떻게 취급하는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도 알아보려 한다.
인생은 실전이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학교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저 장밋빛 미래만 가득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왔다. 그리고 그 잘못된 희망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며 마치 내가 살아온 세상을 부정당하는 경험을 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 중에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이 여럿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실을 안다면 올바른 목표와 적절한 계획을 수립해서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비록 학교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이 글을 통해서 반응보다 대응하는 독자분들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