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국체와 정체 그리고 정부형태

by 청무군

‘국체(國體)’란 무엇인가?

국체는 ‘주권(主權)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나누는 나라의 형태’를 말한다. 국체는 크게 ‘군주국(君主國)’, ‘공화국(共和國)’ 따위가 있다. 군주국은 주권이 군주(君主)에게 있는 국체이고 공화국은 주권이 국민(國民)에게 있는 국체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처음으로 나타난 국체, 국가형태는 군주가 주권을 가지는 군주국, 군주제이다. 군주는 나라의 주인으로 신성한 존재로 취급되었으며 법 위에 존재했고 만민(萬民)을 상대로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까지 휘두를 수 있었다. 군주가 나라의 주인이니 나라의 모든 것을 군주 마음대로 하는 것이 용인되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후 군주국, 군주제의 모순이 폭발하며 군주가 아닌 국민이 주권을 가지는 공화국, 공화제가 대두했다. 군주가 아닌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군주 없이 나라를 운영하고 군주 대신 국민이 선출한 국가원수가 나라를 다스리며 국가원수 역시 법 아래에 존재하고 현재의 공화국 대부분이 국가원수, 정부수반에게도 생살여탈권을 주지 않고 만민평등(萬民平等)을 추구한다.


‘정체(政體)’는 무엇인가?

정체는 ‘국가의 통치 형태’, ‘통치권의 행사 방법에 따라 구별하는 정치 형태’를 말한다.

자세히 말하자면 정체는 국체에 상대되는 용어로 국체는 주권자(主權者)가 누구냐에 의한 분류이며 정체는 주권을 어떤 방법으로 행사하는지에 의한 분류를 말한다.

정체의 유형으로는 ‘단일국(單一國)’과 ‘연방국(聯邦國)’, ‘군주정체(君主政體)’와 ‘전제정체(專制政體)’와 ‘독재정체(獨裁政體)’와 ‘공화정체(共和政體)’와 ‘입헌정체(立憲政體)’와 ‘민주정체(民主政體)’ 등이 있다.


단일국은 ‘하나의 나라가 단일한 주권으로 자립하고 있는 나라’이다. 국가의 권력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으며 단일국 대부분이 중앙정부가 입법권, 사법권을 독점한다. 행정권은 지방정부에게 일부 배분한 경우도 있다. 단일국의 지방정부는 연방국의 지방정부에 비하여 훨씬 작은 자치권을 가지며 행정권은 가져도 아예 입법권과 사법권을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단일국 대부분은 중앙정부가 군권을 독점하여 군대는 오직 중앙정부만 가지고 지방정부는 가지지 못한다.

연방국은 ‘자치권을 가진 다수의 나라가 공통의 정치 이념 아래에서 연합하여 구성하는 국가’이다. 국가의 권력이 연방정부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지방정부에 분산되어 있으며 연방정부만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도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가지고 있다. 연방국의 지방정부는 단일국의 지방정부에 비하여 훨씬 큰 자치권을 가지며 지방정부 자체적으로 군권을 가지고 지방정부 소유의 군대를 따로 보유하기도 한다.

단일국과 연방국의 구분은 중앙정부와 연방정부 즉 ‘정부’의 존재를 기반으로 하고 정부는 ‘헌법(憲法)’과 ‘삼권분립(三權分立)’ 같은 ‘권력분립(權力分立)’이 존재하는 나라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헌법과 권력분립이 없었던 과거의 국가들에게 단일국과 연방국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헌법과 권력분립이 있고 근대적인 정부를 가진 나라여야 단일국인지 연방국인지 구별하는 게 의미가 있다.


군주정체는 ‘군주정치(君主政治)’를 행하는 정치 체제로 군주정치는 ‘군주가 나랏일을 관할하는 정치’이다. 군주정체는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 형태로 전제군주제(專制君主制)와 입헌군주제(立憲君主制)가 있다. 군주가 존재하기만 한다면 그게 군주정체이다.

전제정체는 ‘전제정치(專制政治)’를 행하는 정치 체제로 전제정치는 ‘국가 권력을 개인이 장악하여 민의나 법률에 제약을 받지 않고 실시하는 정치’이다. 입헌주의와 민주주의가 대두하기 전 구시대의 군주국 대부분의 정치 체제가 바로 전제정치이다. 구시대에 군주는 법 위에 있는 신성한 존재로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었다.

독재정체는 ‘독재정치(獨裁政治)’를 행하는 정치 체제로 독재정치는 ‘민주적인 절차를 부정하고 통치자의 독단으로 행하는 정치’이다. 즉 ‘민주적인 절차를 부정’하기만 한다면 독재정체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부정하고 독단으로 정치하는 자가 바로 ‘독재자(獨裁者)’이다. 설령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치한다고 해도 그 헌법과 법률이 민주적이지 않다면 독재정체이고 그 민주적이지 않은 헌법과 법률로 통치하는 자가 독재자이다. 독재자냐 독재자가 아니냐는 얼마나 오래 정치했느냐가 아니라 민주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했냐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치했냐이다. 아무리 짧게 정치했어도 민주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한 자는 독재자이고 아무리 오래 정치했어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치했다면 독재자가 아니다.

공화정체는 ‘공화정치(共和政治)’를 행하는 정치 체제로 공화정치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 또는 대표 기관의 의사에 따라 주권이 행사되는 정치’이다. 공화정치의 핵심은 군주가 존재하지 않고 군주 대신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가원수가 되어 나랏일을 하는 것이다. 군주가 존재한다면 민주적인 절차로 정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공화정치는 아니고 독재자가 존재하고 민주적이지 않은 절차로 정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군주가 없다면 공화정치는 맞다.

입헌정체는 ‘입헌정치(立憲政治)’를 행하는 정치 체제로 입헌정치는 ‘헌법에 따라 행하는 정치’이다. 헌법을 제정하고 헌법에 따라 정치한다면 군주국이든 공화국이든 입헌정체라고 볼 수 있고 독재정치(獨裁政治)를 행하는 독재정체(獨裁政體)라고 해도 헌법을 제정하고 헌법에 따른다면 입헌정체는 맞다. 입헌정체에서는 군주도 헌법 아래에 있으므로 군주 역시 헌법을 지켜야 한다.

민주정체는 ‘민주정치(民主政治)’를 행하는 정치 체제로 민주정치는 ‘민주주의에 의거한 정치’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이며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리, 법치주의 따위를 그 기본 원리로 하는 것이니 국민이 제대로 권력을 가지고 권력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어야 민주정치가 행해지는 민주정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제대로 권력을 가지지 못하고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민주정체라고 할 수 없다. 헌법을 제정하고 입헌정치를 하더라도 그 헌법이 민주적이지 못하면 입헌정치는 맞아도 민주정치는 아니다.


‘정부형태’는 무엇인가?

정부형태는 ‘정부의 성립, 존속, 조직 등에 대한 시스템’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정부형태는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관계를 기준으로 하여 대통령제(大統領制), 의회제(議會制), 이원집정제(二元執政制)의 세 가지 중 하나로 분류한다. 그러나 전통적 분류의 어느 하나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운 정부 형태를 가진 국가들도 다수 존재한다.

근대적인 의미의 ‘정부(政府)’, 즉 ‘삼권분립(三權分立)에 의하여 행정(行政)을 맡아보는 국가기관(國家機關)’은 헌법과 삼권분립 같은 권력분립이 등장한 후에 등장했다. 헌법과 권력분립이 없는 나라에는 정치를 의논하고 집행하는 ‘조정(朝廷)’만 있고 정부는 없었다. 헌법과 권력분립에 근거한 정부가 등장하면서 정부형태가 등장했다. 정부는 헌법과 권력분립에 근거하여 존재하므로 헌법과 권력분립이 없는 나라에 ‘정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틀린 것이다.


대통령제는 ‘대통령(大統領)을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는 정부 형태 또는 그런 통치 구조’이다. 대통령이 임기 동안 강력한 집행권(執行權)을 행사한다면 대통령제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이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통치함으로써 정국이 안정되나 대통령의 권한이 비대해지기 쉽고 이렇게 대통령의 권한이 비대해질 경우 독재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미국이 대통령제를 시행했고 미국의 공화주의와 민주주의가 전 세계로 퍼지며 세계의 많은 국가가 대통령제를 선택했다.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로 미국, 대한민국이 있다.

의회제는 ‘국민이 선거로 뽑은 의원(議員)들의 모임인 의회(議會)를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 인정하는 정치제도(政治制度)’이다. 의회제와 군주제가 결합하면 ‘입헌군주제(立憲君主制)’가 되고 의회제와 공화제가 결합하면 ‘의회공화제(議會共和制)’가 된다. 대표적인 입헌군주제 국가로 일본, 영국이 있고 대표적인 의회공화제 국가로 독일, 이탈리아가 있다.

이원집정제는 ‘대통령제와 의회제의 요소를 결합한 정치 제도’이다. 이원집정제 국가는 평상시에는 대통령이 국방ㆍ외교에 관한 권한을, 총리가 내정에 관한 권한을 가지다가 비상시에는 대통령이 행정권을 장악한다. 대표적인 이원집정제 국가로 프랑스, 포르투갈이 있다.


국체와 정체 그리고 정부형태를 구별하기 시작한 것은 공화주의와 민주주의가 대두한 이후이다. 공화주의와 민주주의가 대두하기 전의 세계는 군주가 주권을 가진 군주제에 근거한 전제정치가 당연하게 행해지고 있었으므로 군주가 있는 조정에서 모든 나랏일을 다 했으므로 국체, 정체, 정부형태의 구분이 의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군주제, 전제정체의 모순이 폭발하며 공화제, 입헌정체, 민주정체가 대두했고 그때부터 나라의 주권을 누가 가졌는지 구분하는 국체, 통치권의 행사 방법을 구분하는 정체, 정부의 시스템을 구분하는 정부형태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현시대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헌법을 제정하고 명목상으로나마 권력분립을 내세우고 전근대적인 조정이 아닌 근대적인 정부를 두고 있다. 그런 나라 전부 정치를 올바르게 한다고 할 수는 없으나 분명 군주가 법 위에 있고 아무런 견제 없이 생살여탈권을 휘두르며 전제정치를 하는 과거보다는 진보했다고 볼 수 있다. 바꿔 말해서 헌법과 권력분립이 명목상으로나마 존재하는 현시대 국가들도 마냥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데 헌법과 권력분립이 명목상으로나마 존재하지도 않았던 구시대 국가들의 정치가 현시대 국가들과 비교하면 얼마나 후진적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올바름을 담보하는 것이 결코 아니므로 그 나라에 맞는 국체, 정체, 정부형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피땀흘려 노력하고 토론하고 논의하여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된 나라는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지고 부국강병과 태평성대를 이룰 것이나 이것이 제대로 되지 못한 나라는 부패한 정치가 이루어지고 나라는 병들고 민생은 도탄에 빠지는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늘이여 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