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 정리

집단착각, 순응편향, 통제된 환각...

[한 걸음 더] 착각 등 인간 현상에 대한 심층적 심리탐구

by KEN

9월 토론 주제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기:

『집단 착각』과 ebs 심리실험 <인간의 두 얼굴> 연계 검토

스크린샷 2025-09-15 오후 2.01.28.png 2025년 배다리도서관 독서토론 계획

※ 앞선 포스팅의 단편적 요약을 넘어서 인간 심리와의 연계성을 한 걸을 더 들어가 보기로 한다.



인간의 두 얼굴과 집단 착각:

"우리는 왜 보이는 것과 다르게 행동하는가?"


인간은 흔히 자신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 믿지만, 실제로 우리의 행동과 심리는 훨씬 더 복잡하고 미묘한 외부와 내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우리는 때로 주변 상황이나 권위, 혹은 스스로의 착각과 편견에 휩쓸려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집단 속에서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사회적 거짓말’에 동참하기도 한다. 이 글은 이러한 인간 행동의 양면성을 조명하고, 더 진실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통찰을 모색하고자 한다.


상황과 권위가 지배하는 행동 (ebs 다큐로 조명된 심리실험 결과 참조)


우리는 특정 상황에 놓이면 자신의 원칙과 믿음을 저버리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기로 가득 찬 방에서 다른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문제 풀이에만 집중하자, 실제 참가자들 역시 위급 상황임을 인지하고 당황하면서도 결국 방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타인의 반응을 참고해 판단을 내리는 ‘집단 순응’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당시 승객들이 기관사의 지시에 따라 자리에 머물다 탈출 시기를 놓친 실제 사례나, 세 명 이상이 하늘을 올려다보자 주변 사람들이 덩달아 따라 올려다본 EBS 실험 ‘세 명의 법칙’ 역시 개인의 판단이 상황에 의해 얼마나 쉽게 좌우되는지를 보여줬다.


또한 우리는 ‘권위’ 앞에서 놀라울 만큼 순종적인 태도를 보인다. 평범한 대학생들이 교도관 역할을 맡자 잔인해지고, 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복종했던 스탠포드 감옥 실험, 의사나 가짜 경찰관의 황당한 명령에도 의심 없이 따르는 시민들, 그리고 자신의 도덕적 가치에 반하는 전기 충격을 가하라는 지시에 응한 밀그램 실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밀그램 실험에서는 권위자의 지시에 따라 최대 450볼트의 전기 충격을 가한 참가자가 65%에 달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권위에 대한 복종 심리가 우리 안에 얼마나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 입증하며, 평범한 사람들조차 상황에 휩쓸려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모두가 원치 않는 '집단 착각'의 덫 (책 『집단 착각』 내용 참조)


토드 로즈의 『집단 착각』은 이보다 더 은밀하게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현상을 파헤친다. ‘집단 착각’이란 특정 집단 내 다수의 개인이 실제로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지지한다고 오해해 겉으로만 따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 결과 집단 전체가 아무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사회적 거짓말’을 만들어낸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누구도 임금의 옷을 보지 못했음에도 ‘어리석거나 무능하다’는 낙인이 두려워 거짓말을 했던 신하와 백성들의 이야기는 이러한 집단 착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착각의 근본 원인은 인간의 뇌에 깊이 각인된 ‘순응 편향’이라는 본능적 취약성과 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강력한 욕구에 있다. 우리는 집단에서 배척당할 것에 대한 공포 때문에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이나 발언을 하면서도 집단에 순응한다. 이러한 침묵은 겉으로 드러난 소수의 목소리를 다수의 의견처럼 보이게 만들고, 이는 다시 다른 사람들의 침묵을 강화하는 ‘침묵의 나선’을 낳는다. 특히 소셜 미디어는 봇이나 알고리즘을 통해 소수의 극단적인 목소리를 증폭시켜 허위의 ‘대중적 합의’를 만들어내며, 집단 착각을 더욱 교묘하고 빠르게 확산시킨다.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에서 기술자들의 경고가 사회적·정치적 압력과 집단 내부의 침묵으로 묵살되었던 비극은 집단 착각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참고] 순응편향(conformity bias)은 다수나 집단의 의견·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따르려는 심리적 경향.

- 순응편향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소속감과 배척당할 두려움 때문에 집단의 의견, 규범, 행동에 비판적 사고 없이 동조하는 경향을 뜻함.
- 자기 신념과 다르더라도 다수의 판단에 따라가는 현상이며, 집단의 신념이나 결론이 허구일 수 있는데도 집단의 견해와 행동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만듦.
- 순응편향은 집단적 오류(예: 집단착각, 잘못된 규범 지속 등)로 이어지기 쉽고, 사회적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음.
스크린샷 2025-09-15 오후 3.06.45.png 침묵의 나선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해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고 느끼면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고 침묵하게 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 이론


집단 착각 외에도 인간은 다양한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의 뇌는 초당 1만 개의 정보 중 극히 일부만 저장하며,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 때문에 눈앞의 변화조차 놓치기 쉬운 ‘변화 맹시’를 경험한다. 또한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자기 중심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내용조차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자기중심적 착각’에 빠지며, 자신이 남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착각하는 ‘스포트라이트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길에서 주운 로또가 왠지 당첨될 것 같다는 ‘통제 착각’처럼, 통제할 수 없는 우연한 사건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심리 역시 우리 안에 존재한다.


타인을 판단할 때에도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사회적 착각’이 강력하게 작용한다. 외모와 첫인상, 자동차가 보여주는 사회적 지위, 학력에 대한 고정관념, 나아가 인종이나 배경에 대한 무의식적 편견까지도 우리의 평가와 행동을 왜곡시킨다. 이러한 착각은 보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과 결합해 ‘오류의 왕국’을 형성하며, 소셜 미디어는 이 편향을 더욱 강화시킨다.

[참고] '사회적 착각'은 심리학에서 개인이 집단이나 사회의 상황을 잘못 인식하거나 실제와 다르게 판단하는 인지적 오류를 의미. 특히 자신의 가치관이나 생각과 달라도 다수의 의견이나 사회 규범에 순응하면서 발생하는 왜곡 현상과 연결되어 있음.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소속감과 거부 회피를 위해 다수의 의견이나 사회 규범에 순응하려는 강한 욕구가 있음. 이때 자신의 진짜 생각과 다르더라도 침묵하거나 다수와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경향이 발생.
- 이러한 착각은 사회적 압력에 의한 비판적 사고 저해, 의사소통 왜곡, 개인 심리의 불안정 등을 초래할 수 있음


작은 변화와 긍정의 힘, 그리고 영웅들의 등장


하지만 인간은 단순히 외부 요인과 착각에만 지배당하는 존재가 아니다. 때로는 사소한 변화가 예상치 못한 큰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며, 우리 안에 내재된 이타심과 긍정적 착각이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깨진 창문 이론’처럼 깨끗한 거리에 쓰레기봉투 하나가 쌓이면 더 큰 무질서로 이어지지만, 반대로 뉴욕 지하철의 낙서 제거나 파란 가로등 설치와 같은 작은 변화는 범죄율을 급감시키며 ‘사소한 것의 기적’을 보여주었다. “잠시 가방 좀 봐 달라”는 작은 부탁 한마디가 평범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처럼, 사소한 메시지 하나가 커다란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또한 ‘방관자 효과’라 불리는 책임 분산 현상으로 인해 많은 목격자가 어려움에 처한 한 사람을 외면하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누군가 특정한 한 사람을 지목해 도움을 요청하면 거의 100%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위험에 뛰어드는 영웅들은 주변을 살피기보다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며, 상황을 ‘내가 도와야 할 순간’으로 재해석한다. 신생아의 공감 능력, 선행의 전염 현상, 그리고 2007년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 복구에 참여한 13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인간에게 경쟁적이고 이기적인 본성만큼이나 강력한 이타적 본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5년 9월 11일 새벽 옹진군에서 발생한 밀물 고립 사고에서,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상대방을 구하고 스스로는 목숨을 잃은 이재석 경정의 사례는 인간의 극단적인 이타적 본성을 극적으로 드러낸것이라고 하겠다.


무엇보다 ‘긍정적 착각’은 우리 삶의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플라시보 효과처럼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실제로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일으키며,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긍정적 착각과 노력이 결합해 꿈을 이룬 소년의 사례는 그것이 성공과 행복으로 이끄는 동기가 됨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착각 수준이 높은 아이들은 난관에 부딪혀도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며, 이는 긍정적 착각이 배려, 적응력, 성취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행복한 부부들이 배우자를 실제 모습보다 더 멋지고 아름답게 바라보는 긍정적 착각은 관계 만족도를 높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사례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담대한 희망과 긍정적 착각이 꿈을 현실로 만든 원동력이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세상이 아름답다고 믿는 사람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상황, 권위, 그리고 다양한 착각과 편견에 깊이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타인을 돕는 ‘평범한 영웅’으로서의 가능성과 이타적 본성도 내재하고 있다. 우리의 뇌는 본래 소규모 집단의 생존에 맞추어 진화했기 때문에, 오늘날처럼 대규모로 연결된 환경에서는 소수의 큰 목소리를 다수의 의견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해법은 거대한 기술적·제도적 장치가 아니라 ‘개인의 주체성 회복’에 있다.


자신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내고, 타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며, 소신 있는 긍정적 일탈을 실천할 때, 우리는 모두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끌리는 집단적 착각에서 벗어나 진실되고 아름다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과 다양한 심리실험의 결과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주체적 해석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1. 『집단 착각』 토드로즈, 2022

2. ebs 다큐멘터리 (유튜브 링크)

1)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시즌 1 - 제1부, 제2부, 제3부

2)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시즌 2 - 제1부, 제2부, 제3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토드 로즈의 『집단 착각』 핵심 내용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