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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시선은 잠시 off

by 친절한기훈씨

가끔 좋은 사람 병이 올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깊고 좋은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에 하는 행동인 거 같아요. 그래서 있지도 않은 말과 행동을 할 때도 있죠. 그런데 문제는 '있지도 않은 것들'을 말해버려서 되돌아서며 내가 "왜 이런 말을 했지?"라는 후회가 올 때죠.

10년 전쯤에 김창옥 선생님 강의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어설프게 착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안 착한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사람은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마음이 우울감을 더 증대시키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스스로 한 적이 있죠.

결국 자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고 의식하느라 정작 나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그들에게 맞춰버리려는 방식이 문제인 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나쁜 사람은 아닐거에요. 하지만 본인이 자꾸 우왕좌왕 하기에 중심을 잡기 어렵고 사람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죠.

그래서 저는 가끔 나를 중심에 두고 나의 편에 서서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MBTI 'T'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하죠. T의 스타일은 직관적이기에 있는 그대로 말을 합니다. 앞에서 할 말을 뒤에서 돌려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거칠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솔직함이야말로 관계에 신뢰를 심어 주더군요. ‘좋은 사람’이라는 외피 대신 ‘진짜 나’라는 속살을 드러낼 용기가 있는 사람들은, 상대도 자신의 진심을 꺼내 놓을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결국 중요한 건 ‘착한 사람’이 되느냐가 아니라 ‘진짜 나’로 사느냐겠지요. 남에게 맞춰 꾸며 낸 한마디는 잠시 듣기 좋을지 몰라도 돌아선 뒤 스스로를 갉아먹습니다. 반면 솔직한 한마디는 당장은 어색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를 단단하게 엮습니다. 상대가 기대하는 대답보다 내 마음이 담긴 대답을 선택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선한 사람이 됩니다.

오늘도 ‘좋은 사람 병’이 고개를 들 때마다 이렇게 물어보려 합니다.

“지금 하려는 이 말이, 내 진심과 맞닿아 있는가?”

그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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