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의 변용—AI 이미지와 예술 1
복제 기술이 예술 작품의 아우라를 소멸시킨다는 벤야민의 테제는 이미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AI 이미지의 등장은 이 논제를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밀어 넣는다. 복제 기술은 원본을 복제함으로써 아우라를 희석시킨다. AI는 원본 없이 이미지를 생성함으로써, 아우라라는 개념 자체의 전제 조건을 제거한다.
아우라는 '지금, 여기에'라는 일회성을 전제로 한다.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 비반복성이 아우라의 토대이다. AI 이미지에서 이 토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AI 이미지는 언제나 다시 생성될 수 있으며, 생성될 때마다 미세하게 달라진다. 원본도 없고 복제도 없다. 있는 것은 무한한 변주들뿐이다.
그러나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발생한다. AI 이미지에 아우라가 없다면, 왜 어떤 AI 이미지는 우리를 감동시키는가? 어쩌면 아우라는 작품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보는 이와 작품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일 수 있다. 뒤샹의 변기가 미술관에 놓였을 때 아우라를 획득했듯이, AI 이미지도 예술적 맥락 안에서 새로운 종류의 '후천적 아우라'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