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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라 Apr 09. 2022

한눈에 새기는 찰칵 한국사

이런 고민이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다양한 유형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한 학급에 1~2명쯤은 있어서 만나기 어렵지 않은 아이가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다. 이 아이들은 초등학교 3~4학년 정도의 어린 나이부터 담임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드는 역사와 관련한 질문을 한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사회 시간에만 역사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도덕 시간에는 역사 인물이, 국어시간에는 역사적 사건이나 역사 인물의 일화가, 미술에는 전통 회화와 문화유산, 화가가 등장하는 등 모든 교과에서 역사적 사건, 인물, 문화유산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출판문화의 발달, 특히 역사동화와 학습만화를 통해 익힌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교과서 밖의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재밌는 것은 이 아이들의 질문이 대부분 '어떤 역사인물이 어떤 업적을 가졌다'라는 것을 과연 담임 선생님이 알고 있느냐에 대한 확인이라는 것이다. 역사나 문화유산을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어제를 익혀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 공부를 3단계로 나누어 지식 익히기, 지식을 이해하여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현재를 이해하기, 현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하기 위한 선택의 기준을 마련하고 실천하기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가 첫 번째 단계에서 멈춰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책들이, 교과서가, 선생님이 지식만을 이야기하고 이해와 내면화라는 중요한 가치를 이야기하는데 조금 소홀한 것이 아니었을까? 지식을 익힌다는 것은 지적인 충족감을 주며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 단계에서만 멈춰있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이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가지게 해야 한다. 많은 책들이 '어떻게 하면 재밌게 역사적 지식을 설명할까?'라는 고민으로 서술되어 있다. 아이들은 그렇게 설계된 지식을 쉽게 이해하지만 그래서는 바보상자라는 TV를 시청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있을까? 책이나 교육의 고민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어떤 궁금증을 가지게 할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사란 특별한 시간과 주어진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빚어낸 이야기


또한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역사적 사건을 시대순으로 잘 나열하지 못하며, 여러 가지 사건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즉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과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두 사건의 선후관계나 공통점을 말하지는 못한다.


굳이 초등학생에게 그것을 가르칠 필요도 없다. 단지 한 사건을 한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듯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주어서 그때 그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왜 했는지를 생각하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판단해보고,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를 상상해보게 하면 된다.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대기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건과 각 사건을 따로 자세히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활동은 아이들이 연대기적 구성이 가능한 인지구조를 가졌을 때 각 사건이라는 점과 점을 잇는 활동을 통해 역사를 보다 풍요롭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평소 이런 역사교육을 고민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역사 선생님들이 모여 '초등학생들을 위한 역사책'을 써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역사란 특별한 시간과 주어진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빚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읽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관심 있는 사건부터 펼쳐서 읽어도 되는 책, 외워야 하는 지식이 담긴 책이 아니라 인물, 문화유산, 사건들이 역사 속 한 순간을 사진처럼 찍혀있는 있는 책, 모든 이야기를 다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나서 더 궁금함이 생기는 책.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4권을 계획했는데 2권이 나오는데 4년이 걸렸다. 출판 전 학급 아이들과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주었다. 초등학교 1~2학년도 재밌게 봤고, 부모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 다시 시작이다. 3권과 4권도 써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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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22년 4월 9일자(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25128)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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