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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yan Bogeun Song Aug 23. 2017

실행력보다 중요한 건 중단력이다

스타트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스타트업 하면 많은 분들이 실행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성공한 스타트업들 얘기고, 실상은 실패할 확률이 90%가 넘는 스타트업계에서 실행력보다 훨씬 중요한 건 중단력이다. 

이전 글에서도 썼는데,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MVP를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았을 때, 그 제품이 대성공 혹은 대실패를 겪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의 경우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실패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시장의 반응이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열광하는 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상황이 펼쳐진다. 물론 실패와 성공 사이를 100의 척도로 나눈다면 대부분 실패에 훨씬 가까운 10~20 정도의 애매한 상황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미 객관적인 스탠스를 잃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멤버들은 실패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고 자신들의 상품이 비록 10 정도의 반응밖에 얻지 못했지만 시작은 다 그런 거라며 서로를 위로하고, 다시 한번 힘을 내서 제품을 수정하면 이번에는 100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렇게 모두가 힘을 내서 수정을 해보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하며 다시금 수정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이 과정에서 적자 폭은 심해지고 자본은 잠식되며 팀원들은 지쳐가고 결국 다툼이 벌어진다. 


MVP가 실패에 훨씬 가까운 결과를 내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결과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결국 스타트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본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첫 창업인 경우가 많다. 첫 창업에서 첫 아이템으로 성공하는 사례는 실리콘 밸리에도 거의 없다. 스타트업은 마치 주식이나 도박과 같아서 내가 생각해낸 아이템은 마치 금방이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이 착각은 MVP를 시장에 처음 내놨을 때 바로 깨져야 정상이건만 이 세상 어느 도박꾼이 자기 패가 안 좋다고 질 것이라고 생각할까.  

중요한 것은 내 패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인데 이 자기 객관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끝없이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노력을 거듭하지 않으면 스타트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자기 객관화는 그 누구보다도 대표 또는 초기 창업 멤버가 갖춰야 한다. 그리고 냉철하게 현실을 인지 후 판단하여 계속 나아갈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다른 멤버들의 의견을 듣는 건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객관적 사고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서 그런 것이다. 


객관적인 상황 인지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중단하기 힘든 사례들 주위에서 아주 많이 봤다. 소위 매몰비용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사업을 계속 끌고 가는 케이스들이다. 


한 때 내가 소설가가 되려고 했던 적이 있다. 열심히 소설을 썼고 나는 내가 공모전에 입선 정도는 할 수 있는 실력이라고 믿었다. 그 때 내가 들은 조언 중 가장 귀담아 들었던 조언은 바로 포기의 마지노선을 정하라는 얘기였다. 나만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고, 한 치라도 그 마지노선에 못 미칠 경우 포기하라는 얘기였다.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저지른 후에 판단하려고 하기 보다는, 저지르기 전에 기준점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이 목표를 아주 조금이라도 달성하지 못한다면 사업을 중단한다는, 혹은 피보팅을 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나서 저질러 보시라. 그 목표점은 성공의 목표점이 아니다. 앞서 말한 백분위로 따지면 대략 10 정도, 혹은 5 정도의 기준점일 것이다. 그 기준점에 못미치면 과감하게 중단하겠다는 다짐을 모든 팀원과 공유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중단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운영하고 있는 엑씽크는 30 정도에 간신히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MVP를 내놓았을 때 5 정도의 미미한 시장 반응을 경험했고, 그 다음에 15 정도의 반응을 얻었으며 이후 각종 공연과 이벤트에 앱을 내놓으면서 조금씩 시장의 반응이 달라져서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은 간신히 9명의 팀원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이게 약 30 정도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참으로 갈 길이 멀다고 하겠다. 


이 세상 스타트업들 모두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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