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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혁 Jul 29. 2022

퇴근중담(談) EP3. 물가 상승의 이면

퇴근하면서 끄적여보는 '쓸 때 있는(write)' 생각

7월 중순쯤 지인들과 강남역 근처에서 삼겹살을 먹었을 때였나. 밤 10시가 넘어서 느지막이 퇴근길에 오른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스타그램을 켰다. 온갖 화려한 사진과 정보가 범람하는 홍수 속에서, 어느 한 게시물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고 보니, 그날 먹었던 삼겹살도 1인분이 17,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정 3명이면 삼겹살 4인분은 기본이고, 술도 빠질 수 없다. 이뿐만이랴, 나는 '된장찌개파' 친구는 '냉면파'이므로 당연히 후식은 각각 추가해야 한다. 조금 더 기억을 더듬어보니 세 명이서 9만 원어치를 먹은 것 같다. 이제는 외식 한 끼에 인당 3만 원을 기본으로 태우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다시 위 사진을 살펴보자. 쓰여있는 제목처럼 현재 우리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살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7%에 육박하면서, (내년 최저임금은 '5%' 오른 9,160원이다), 단순 수치상으로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기 힘든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한 달 전 미국은 기준 금리를 0.75%나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강행했다. 시장에 도는 돈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말이다. 이대로라면, 실업 등 경제 침체가 오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위 사진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단어는 따로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보다 앞에 쓰여있는 '인식하지 못한 채'라는 문구다. 왜? 우리는 말만 인플레이션이지, 소비 습관은 바뀌지 않는 '눈 높아진' 하루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올 연인과의 100일 기념일. 설레는 마음으로 전망 좋은 레스토랑의 인당 20만 원짜리 파인 다이닝을 예약한다. 원래는 인당 28만 원짜리 식사인데, 특별 할인 기간이라고 한다. 또 식사만 하기엔 허전하니까, 작게나마 요즘 유행하고 있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카드지갑도 선물로 사야겠다. 합리적인 소비인 게, 이 제품은 환경을 생각하며 업사이클링을 활용했을뿐더러, 그렇기에 더욱 똑같은 규격이 없는 유니크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15만 원 정도야, 제품 특성이나 기념일의 의미를 생각하면 '당연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100일 기념으로 마카롱 케이크까지 주문 제작했다.


언뜻 보면 '요즘 이 정도는 쓸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봤자 일 년에 한 번, 아니 다신 안 오는 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담이다). 지난날처럼,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아껴 쓰자'는 식의 말은 아니다. 돈은 쓸 땐 써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소비 행위를 하면서 화폐의 가치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등을 어느 정도 '의식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물가가 너무 올랐다. 과거 붕어빵 3개 천 원 시절이 2개 천 원 시절로 바뀌었을 때나 치킨 값 3만 원 돌파 시대와는 사뭇 다르다. 과장해서 말하면 그땐 세상에 먹을 게 없어진 듯했다. 그러나 이번 물가 상승은 조금 다르다. 7000원 순대 국밥이 8000원으로 올랐고, 9000원 일본식 돈카츠가 11000원이 됐다. 겉으로 보기엔 1000원~2000원 오른 꼴이지만, 적게는 하루에 5000원에서 많게는 10000원 꼴로 씀씀이가 더 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한 달 기준으로 보면 최소 15만 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즉, 낱개 소비로 보면 크게 와닿지 않지만 전체 소비로 보면 월급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구멍 뚫린 지갑을 볼 수 있는 양상이랄까.


열심히 일한 나에 대한 보상으로 잭슨 피자를 주문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세대는 소위 말하는 '가치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가치 소비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이나 만족도 등의 사전 정보를 토대로 꼼꼼히 비교해보고 소비하는 방식이지만, 한 끝 차이로 '과소비를 합리화하는 소비'가 될 수 있다. 모든 방면에서 과한 가치 소비 행태를 반복한다면 재무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이다. 통장 잔고가 없는 상태에서 요즘 유행하는 타인의 행동들을 모두 따라 하는 것 또한 가치 소비로 보긴 어렵다.


인플레이션 등을 비롯한 경제 침체는 누구의 잘못으로 탓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체적인 상황을 볼 줄 알아야 하며, 그 상황에 맞게 각자의 메타(Most Effective Tactic Available, 현시점 가장 효과적인 전략)를 바꿔야 한다. 현재 메타를 즐기기(?) 위한 정답은 없지만, 한 가지 '추천'하는 건 지금 당신의 소비 습관이 어떻게 형성돼있는지 파악해보는 것이다. 일주일에 3번 스타벅스에 가던 습관을, 이제는 하루 정돈 탕비실에 있는 스틱 아메리카노를 꺼내 먹는 습관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보건대, 만약 이 글을 읽고 기분이 썩 내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크게 두 분류일 것 같다. 하나는 '평생 그렇게 짜게 살아라!'하며 이 글을 잔소리로 들은 부류와 '어제 기분에 취해 결제한 영수증'을 보며 조금은 뜨끔했을 부류일 터다.


아무렴 좋다. 인생에 정답이 없는데, 어찌 한낱 소비 습관에 정도(正道)가 있겠는가.

그나저나, 지칠 대로 지쳐 보이는 퇴근길 속 사람들의 내일은 꼭 걱정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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