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많은 이름

이름에 담긴 각자의 삶

by 능이

이름은 누군가를 지칭할 때 사용되는 언어이다. 고유성을 띄는 만큼, 이름은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개성' 중 하나이다. 개인은 이름으로써 다른 이들과 구분된다는 점에서 제2의 얼굴 같기도 하다. 만약 이름이 없었다면 상대방을 기억하는 일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내게는 아주 많은 이름이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본명부터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과 인터넷에서 썼던 닉네임들까지. 그중 나의 정체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이름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오디세이학교에 다닐 때 사용했던 이름을 고를 것이다. '르놋'. 그건 내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오디세이학교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나의 이름을 짓는 활동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이름이 아닌, 내가 불리고 싶은 이름을 직접 짓는 것. 순우리말을 사용하여 지은 이름, 꽃이나 동물의 이름, 좋아하는 작품 속 인물의 이름 등 아주 다양하다. 나는 당시 인터넷에서 사용하던 닉네임인 '르놋'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르놋이라는 이름은 영단어 'promote'를 변형시켜 만든 이름인데,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하면 하나같이 "그게 어떻게 그렇게 변형돼?"라고 물어서 어느 순간부터 설명하지 않게 되었다. 나를 홍보하고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뜻을 억지로 갖다 붙였지만 그 의미도 많이 퇴색되었다. 이제 와서 보면 '르놋'은 너무 발음하기 어렵고 예쁘지도 않아서 그렇게 지은 게 조금은 후회된다. 누군가 이름을 물어오길래 "르놋이에요"라고 했더니 "르노시요?"라고 되물어온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이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름에 얽힌 기억들 때문이다. 오디세이학교에서 보낸 1년은 아주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학교에서 친구들과 떠들며 웃고 있을 땐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좋지만은 않은 기억들도 있지만 돌아보면 모든 순간들이 다 배움이었기에 잃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나서 르놋이라고 불리는 게 아주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내가 르놋이었던 때를 그리워하며 추억한다.


이름은 나를 다른 사람과 구분 짓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내가 지내온 삶과 시간들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유재석'이라고 하면 국민 MC라는 그의 메인타이틀이 떠오르는 것처럼. 각자의 생을 요약한 것이 바로 이름이라는 것이다. 별명 같은 것에는 특별한 기억이 따라붙기도 한다. 내가 르놋이라는 이름으로 살며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각자의 이름에 타이틀을 붙여주고, 별명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보며, 마지막에는 스스로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 직접 지어보는 건 어떨까? 분명 모두 다른 답변을 내놓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 얼마나 개성 있고 특별한 존재인지 알려주는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