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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May 31. 2023

Kid Milli - BEIGE 앨범 리뷰

나를 계속 실망시키지 않는 래퍼가 있다. 그는 바로 Kid Milli(키드밀리)인데, 그는 첫 번째 정규 앨범 <AI, THE PLAYLIST>부터 꾸준히 한국 힙합 씬에서 독보적인 플로우와 한 보폭 앞서가는 음악적 행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그가 내놓았던 합작 앨범 <Cliché>는 실로 놀라웠다. 한 발자국이 아닌 두 발자국은 앞서가는 진보적인 [dress]의 비트와 자신의 서사를 자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스스로 느낀 감정을 드러내는 키드밀리의 랩은 굉장히 신선했다. 그러나 합작 앨범임에도 유기성과 앨범적 완성도가 아쉬운 것은 단점이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해온 고민을 끝내고 일종의 경지에 오른 듯한(HAN PROJECT 참고) 그의 정규 2집은 또 한 번 필자를 놀라게 했다.


한국 힙합에서 미국 리스너들에게 추천할 만한 앨범을 몇 가지 꼽으라고 하면 적어도 후보에는 분명히 들 수 있는 앨범이다. 키드밀리의 ‘빡센 랩’과 ‘하고 싶은 음악’ 간의 고민을 이전의 앨범들을 통해 해소하고 한 단계 더 진보한 래핑은 화려하고 스킬풀하다. 그럼에도 가사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비트 초이스는 늘 진보적이고, 화려한 플로우와 라이밍에 가사에 대한 것이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경향이 있으나, <Cliché> 이후로 그의 가사는 힙합의 정형에 속에 있으면서도 새롭고 재미있는 표현으로 점철 되어있다. 이번 앨범의 무드는 언급한 <Cliché>보다는 이전에 해왔던 트랩들과 비슷한 자기 자랑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더욱 발전했다.


또한 본인이 대부분 참여한 비트들은 듣는 음악, 그러니까 인스트루멘탈 음악으로 접근해도 괜찮다. 소리의 질감과 디자인이 아주 깔끔하다. 자주 협업했던 [dress], [Coa White], [Rad Museum], [진보] 등 트렌디한 비트메이커들은 이 앨범의 발에 날개를 달아준다. 비트에 과투자 된 앨범들은 좋은 비트를 듣는데 어쭙잖은 랩과 보컬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으나 <BEIGE>는 다르다. 랩과 보컬도 하나의 악기처럼 비트에 녹아들고, 진보적이고 화려한 앨범에 적격으로 녹아든다. 키드밀리는 정규 1집, 혹은 그 이전부터 비트에 있어서 굉장히 앞서나가는 선택을 보여주며 나를 감탄시켰는데, 이번 앨범은 새로운 비트와 음악에 대한 감탄에 더불어 음악적 완성도까지 더욱 올라가 다른 앨범들과 차별된다. 


그것과 함께 다양한 피처링 진 또한 주목할 만한 포인트이다. [pH-1], [릴러말즈], [식케이], [우원재]와 같은 이미 잘 알려지고 실력이 입증된 래퍼들과 함께 라이징 스타인 [ron], [Rad Museum], [랍온어비트] 등이 참여한 것이 세대 교체가 아닌 세대 화합을 보여준다. 피처링 진은 모두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피처링을 가진 앨범에서 우려되는 주객전도 현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탄탄하게 키드밀리가 앨범 전체를 받치고 있는 것을 앨범 전반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피처링 진들이 구성한 앨범의 인터루드를 하나씩 맡아주며 앨범의 환기와 분위기 변환을 예고한다. 


인터루드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앨범의 구성 또한 재미있다. 처음에 트랙 리스트를 보았을 땐 너무 많은 인터루드(무려 네 개나 있다. 17곡이 수록된 앨범에서!)에 이건 또 무슨 구성인가 했다. 세련된 비트를 가미한 쉬어가는 트랙으로 예상했으나, 그렇게 생각해도 너무 쉬는 게 아닌가 싶은 구성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인터루드라는 이름을 가진 독립된 랩 트랙이었다. 흔히 말하는 Rap Shit으로 제목에 기입된 래퍼와 앨범 주인이 속된 말로 ‘랩으로 조지는’ 트랙이다. 한마디로 그냥 인터루드라는 제목이 달린 랩이다. 이런 반전도 있으나 인터루드의 본질에도 충실했다. 앨범의 무드는 인터루드를 따라 세 번이나 바뀌는데(첫 번째 인터루드인 <ron interlude.>는 앨범 처음에 위치하는 사실상 인트로에 가깝다.) 그에 따라 붐뱁을 비롯해 트랩이나 온갖 장르가 나오는데 키드밀리가 소화할 수 있는 모든 스펙트럼을 보여주려고 이를 간 듯하다. 당연하게도 모든 장르의 소화력은 뛰어나며 적재적소에 배치된 피처링 역시 적절하다.


한마디로 아주 잘 만들어진 힙합 앨범이다. 정규라는 무게에도 어울리며, 오로지 성공을 위한 머니 코드들로 떡칠된 것이 아닌 정체성과 음악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비트는 앨범을 빛나게 하고 제멋대로 날뛰게 한다. 그 위에서 고삐를 잡은 랩은 적절히 채찍과 당근을 통해 안정적이지만 빠르게 음악을 휘어잡는다. 재미있는 앨범 구성과 발전한 가사 또한 제대로 적중했다. 몇 년에 걸쳐 예고한 <BEIGE>라는 앨범은 기대감을 해소 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다. 이 앨범을 통해 키드밀리는 한두 발자국 앞서는 래퍼가 아니라, 저 하늘로 날아가 버린 래퍼가 되었다. 최소한 5년은 앨범 내라는 소리의 면제권을 부여하고 싶다.


<<Kid Milli - BEIGE>> 9/10점

“Show&Prove”


1. ron interlude.

2. BEIGE theme [추천!]

3. HONDA ! [추천!]

4. Simple Poem [추천!]

5. pH-1 interlude. [추천!]

6. Still friend ?

7. R.I.P [추천!]

8. Test me ? [추천!]

9. Leellamarz interlude. [추천!]

10. 추월 [추천!]

11. BNC [추천!]

12. Coupe !

13. Lost and found freestyle [추천!]

14. Let Me Down ! [추천!]

15. 25

16. Kid milli interlude.

17. BORA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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