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글 & 조선풍속화
백면서생이 사법고시를 공부를 하러
시골의 절간에 들어갔을 때
거기서 얌전히 공부만 하면 좋았겠지만,
괜히 뭐 놀 일이 없나 시장을 기웃거리기도 하였고, 그러다가 단오 축제 때 우연히 공짜 표를 얻어 갔던 곳에서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자를 보았습니다. 그녀와 한때
깊이 사랑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고시를 보려고 서울로 올라가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했을 때
그녀에게 곧 오마 말하고는 가끔 신림동으로 오라고 당부해놓고는
그녀를 남겨두고 상경하였습니다. 물론 그녀는 종종 신림동으로 가서 남자친구 뒷바라지를 하였고, 그 흔한 신림동 러브스토리의 흔한 여주인공이 되고 맙니다. 시작은 언제나 남자의 고시 합격에서 시작됩니다.
합격하고 사법 연수원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판사의 길을 걷게 되자,
평범한 청년은 이제 곧
대법원장도 꿈꿀 수 있을 어엿한 법관으로 임명됩니다. 이미 그걸 아는 뚜쟁이들은 사법 연수원 때부터
좋은 자리 있으니 한 번 나가서 만나보기나 하라며, 연수원 정문에서 기다리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결국 못 이기는 척 뚜쟁이와 이런저런 조건을 맞추어보고는
대가집 여식과 건전한 교제를 한 뒤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이제 상류층으로 신분을 갈아탈 일만 남았고, 그들은 영감님 대감님으로 불렸습니다.
남들이 추상 같은 존재로 봐주긴 하였지만, 대개는 그런 기운을 올바로 쓰지는 못하고,
권위적인 회식 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려마시고,
추태를 부리다가 때로는
난장을 치기도 하였지만, 그 당시만 해도 감히 그들의 행태를 제재할 용기를 지닌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불이익을 받을 테니까요.
그를 위해 헌신을 하였던 여자는 자기가 번 돈으로 그를 뒷바라지 하였는데, 정작 그는 출세하고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난 것을 하고 망연자실하였지만, 그나마 이쯤은 흔한 신림동 러브스토리였습니다. 운 나쁘게 아이라도 덜컥 생기면 그야말로 낭패였습니다.
자존심을 접고 수소문 끝에, 그조차 몰랐던 그의 아이를 데리고 그를 찾아가보았자, "너 일부러 내게 안 알리고 아이부터 낳았지?"라는 소리나 들을 게 뻔했습니다. 친자소송을 하기 전까지는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 뻔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