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외국어영역
수업 시간에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의 초침 소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오후 수업이 시작되면 졸음은 더욱 깊어졌다.
수학 선생님의 설명은 머리 위로 흘러가고,
종이 위에 쓰인 공식들은 갑자기 낯설게만 보였다.
시험 기간에는 종종,
수업 시간 교과서 밑에 다른 과목 문제지가 놓여 있기도 했다.
만화책이 숨겨져 있지 않으면 그나마 나았다.
꼭 공부 못하는 것들의 특징이라며 힐난하는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는 경우가
사실은 더 많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눈치를 보며 바짝 긴장해서 딴 공부를 한다는 게 효율이 날 리 없었다.
이미 복습을 몇 번이나 마친 수업 시간에
뒤로 미루었던 공부를 한다는 것이었겠지만.
또는 다음날 시험 과목이라서 어쩔 수 없다면서.
노트에 적히는 글자들은 어딘가 일그러진 듯했고, 검은 잉크는 점차 희미하게 번져갔다.
머릿속은 텅 빈 듯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한 귀로 들어왔다가
다른 귀로 흘러나갔다.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친구들 역시
지쳐가는 모습이었다.
팔짱을 낀 채 생각하는 척 조는 친구,
펜을 손에서 떨어뜨린 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친구.
나 자신을 거울로 보는 듯했다.
나는 책상 위에 고개를 숙이고
펜을 돌리며
이따금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의 나무는 어느새 잎을 떨군 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계절은 바뀌어도
이 교실 안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